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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런던올림픽, 영국BBC 보다 호들갑스러운 한국 방송

언론은 점잖은 것과는 거리가 먼 직종인 것 같습니다. 말하기 싫어하고, 진실을 숨기려는 사람을 찾아가서 살살 달래거나 끈질긴 취재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론사는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고 광고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광고주의 눈치를 보면서 글을 써야 하는 이중적인 딜레마에 놓여있기도 합니다. 


자신의 광고주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느 정도 수위에서 기사를 쓰느냐는 언론사 최대의 난제일 것이며 수익과 비판 정신이라는 경계 사이의 냉정한 균형감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인의 책임일 것입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 이틀 앞으로 다가온 런던올림픽


런던올림픽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원래 이런 지식은 알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인데 공중파 방송을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알게됩니다. 



[공중파 방송 화면 우측 상단에는 올림픽 카운트 다운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 SBS]


  

KBS, MBC, SBS 등은 언제부터인가 화면 우측 상단에 올림픽 마크를 표시하고 디데이를 세어 나가고 있습니다.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은 알게 모르게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본인의 희망과 상관없이 런던올림픽을 손꼽아 기달려야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정말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운동 경기의 축제 올림픽이 기다려지겠고, 손꼽아 기다릴 사람들은 출전 선수들의 가족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런던올림픽이 몇일 남았나 날을 세어가며 기달리실 분은 없어 보이고,  그냥 때가 되어 TV 중계하면 올림픽을 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종목, 선수들의 경기 정도는 챙겨보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이런 국민들의 소소한 재미를 국민의 축제, 세계인의 축제로까지 호들갑을 떨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방송사들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 올림픽 특수를 통해 광고 수익 극대화


방송사 역시 광고 수익을 가지고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올림픽 특수를 통해 더 많은 시청율을 올리고 광고 단가를 높게 받는 것이 첫번 째 이유일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내겠다고 자신들의 미디어를 총동원 한다는 데 말릴 사람은 없고, 지금과 같은 기업 프렌들리가 각광 받는 분위기 속에서는 환영 받을 일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민간 방송인 SBS와 공영 방송 MBC에 해당되는 이야기지, TV 수신료를 따로 받고 있는 국영 방송 KBS에는 적용되기 힘든 내용입니다. SBS와 MBC가 뛰니까 덩달아 같이 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KBS의 런던 올림픽 사랑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 대선에 영향력?


두번 째는 올해 치루어지는 대선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흔히들 아시겠지만 스포츠는 고도의 통치 방법으로 적용되어 왔습니다. 3S 정치 (Screen , Sex , Sports)는 부패한 정치인들의 자신의 과오를 덮기위해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는 데 주요한 통치 전략으로 사용되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큰 스포츠 경기가 치루어지는 기간과 맞물린 선거에서는 야당 보다는 여당이 훨씬 유리하다는 의견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스포츠의 감동은 이성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평소에 까칠하고 비판적인 사람도 자신이 응원하는 스포츠를 관람하고 승리의 쾌감을 맛보았을 때, 주변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방송 3사의 런던올림픽 보도 형태가 호들갑이냐 아니냐를 분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판단의 근거가 희박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언론 상당수가 편향적으므로 비교의 대상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예로, 런던 올림픽 디데이 표시를 공중파 방송 중, 한 곳만 했다고 하면 '어디는 하고 어디는 안하네' 라는 구분 점이 생깁니다. 그런데 한국의 공중파 방송은 모두 짜기라고 한 듯, 화면 오른쪽 상단에 올림픽 디데이 카운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의심스럽게 보기는 커녕 당연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문제 의식을 가질 수 없는 편향


문제를 문제라고 보지 않는 곳에 비판 의식이 싹틀 수 없습니다. 비판 의식이 없다면 힘을 가진 자는 약한 자를 우습게 보고 썩고 부패하여 공동체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예는 역사적으로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올림픽이 개최되는 영국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료를 찾아 보았습니다. 최소한 올림픽 개최국도 안하는 홍보를 우리 네가 하고 있다면 우리의 관심과 행동이 지나친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이 될 것같아서 였습니다. 


영국하면 대표적인 방송이 BBC 입니다. 방송의 공정성 부문에서 모범적인 방송사로 명성이 있고, 일단 BBC가 전하면 거짓말을 아닐거라는 믿음이 의연중에 깔려 있습니다. BBC가 아무리 객관적이고 명석하다고 하여도 자기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해서는 축제처럼 여기며 디데이 카운트 다운도 하고. 올림픽 특집 방송도 편성하고, 뉴스에서도 서두에 올림픽 진행 상황을 샅샅이 보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위는 KBS, 아래는 BBC 홈페이지, 방송사 심볼 옆에 차이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출처 : KBS. BBC]




영국 BBC 홈페이지에 가보면 올림픽에 대한 기사가 몇개 눈에 띄기는 하지만 도배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의 기본 틀을 깨면서까지 런던올림픽을 홍보하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틀 내에서 올림픽 보도를 하는 것이지, 파격과 무리를 두면서까지 홍보에 열을 올리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7월 25일, 영국 BBC 방송 캡처]



 

그리고 BBC TV 뉴스 화면을 확인하였는데 이것 역시 깨끗합니다. 올림픽에 대한 어떠한 암시나 홍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자기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해 몇일 남았나 식의 카운트 따위는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남의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하루하루 날짜 세어가면서 기다리게 만드는 한국 방송사들의 행동은 호들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마 전세계에서 공중파 방송 3사가 런던 올림픽 디데이를 손꼽아 기다리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입니다. 




▲ 공정이 어렵다면 공평이라도 했으면


저는 부디 한국의 방송사들이 공정한 것은 기대하지 못하더라도 공평했으면 합니다. 국민들에게 뉴스의 소재, 관심의 대상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직 스포츠 또는 아이돌에만 올인할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스트레스와 밀접한 정치, 사회, 문화에 관해서도 비슷한 정도의 관심과 비중을 두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제 이틀 자고 나면 올림픽이 열립니다. 방송의 호들갑을 보면서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한국의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멈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림픽의 함성 속에 가려지는 한국의 사회적 이슈, 이거 다 언론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