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특징을 말하라고 하면 '호들갑'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나 해외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타블로이드판 영국의 연예잡지들은 연일 파파라치의 사진을 거액에 구입하며 연예계 스타들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미디어가 가장 발달된 미국은 경제, 연예, 스포츠 등 각 분야의 미디어 매체들이 채널별로 지역별로 넘쳐나며 쏟아내는 정보의 양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손바닥 꾹
[여의도 MBC 사옥에는 대형 런던 올림픽 현수막이 아주 오래 전 부터 걸려 있습니다]
▲ 연예계 소식에만 열을 올리는 미디어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다루는 가십거리야 어느 나라에서든지 선호하는 특종 1순위에 들 것입니다. 하지만 미디어의 기능이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에만 관심을 기울여서는 올바른 언론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연예와 스포츠의 관심 만큼이나 사회, 정치 , 문화에 대한 폭넓고 정확한 정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이 제대로된 미디어의 역할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독특한 특징이 하나 있으니 스포츠에 대한 지극한 애정입니다. 어렸을 적 배웠던 교과서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의 이름이 자세히 소개되어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올림픽 금메달이 너무나 귀했고, 출전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88 올림픽을 국내에서 개최하면서 올림픽 금메달이 일반화 되었고, 우리가 일일히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올림픽에 대한 애정이 언론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라에서도 올림픽과 같은 국제 대회에 무척 이나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4년마다 한번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 '올림픽 선수촌'까지 만들어서 합숙 훈련을 시키면서 단체로 참여하는 나라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는 없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확인은 묘연하지만 신빙성이 있는 이유는 잘 사는 나라는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올림픽 나간다고 합숙하는 것이 정서에 맞지 않을 것이고, 못 사는 나라는 단체로 합숙할 예산을 투입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리 하지 못할 것입니다.
▲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에 대단히 집중하는 한국
도대체 한국의 올림픽을 대하는 태도는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던 시절에 '군대 체육'의 사고 방식으로 접근했던 것이 지금까지 지속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 볼 따름입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주중에 한번씩 있었던 '전투체육일'과 타 부대와의 축구 시합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부대장의 정성을 생각해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행사를 언론이 다루는데 있어서 경계해야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국제대회 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 월드컵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 '애국심'과는 별로 연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주 옛날에는 금메달 딴 선수가 인터뷰를 하면 모두다 '대통령에게 감사드리고, 국민들에게 영광을 돌린다' 등등의 판에 박은 소감을 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젊은 신세대들의 방식대로 솔직한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합니다. 거기에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감동이 배어있지 국가에 대한 고마움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나라를 위해서 마라톤을 달리고, 국가를 위해서 전후반 90분 축국경기를 뛰었다는 선수는 없습니다. 스포츠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조작되지 않는 승부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감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감동의 표시를 '대한민국 만세'라는 구호로 표현할 뿐이지 여기에 애국심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 국제 스포츠에서 이기는 것이 애국이다?
그런데 마치 스포츠 국제 대회를 애국심과 연관 지으려는 불순하고 무식한 세력들이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축구를 사랑한다는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서 다른 출연자에게 '우리나라 축구팀의 국제 경기를 몇번이냐 보았냐고' 따지듯 질문하며 축구 관람 횟수와 애국심이 정비례한 것처럼 주장하는 무식한 경우가 공중파에 버젓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방송이었지요. 누구하나 이것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고, 그 연예인은 오직 축구하나로 방송 생활을 해왔습니다. 저는 그 무식한 연예인에게 당시에 이렇게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몇번이나 완독해보았냐'고 말입니다. 훈민정음도 안 읽어 보았으면서 애국에 '애'자도 말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고 싶었습니다. 축구나 훈민정음이나 애국심을 측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냥 개인의 취향이며 선택일 뿐입니다.
▲ 올해는 대선과 올림픽이 같이 열리는 해
올해는 올림픽이 열리는 해입니다. 사실 좀 불길합니다. 왜냐하면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가 있는 해는 여당에게 아주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선 후보 정몽준 의원은 40%의 지지율급상승이 있었고, 노무현 당시 후보는 월드컵 이후 20%대로 추락하였습니다. 2006년 지방선거와 월드컵이 겹치면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가져왔고, 2008년도 베이징 올림픽은 당시 촛불집회를 잠잠하게 만들었습니다.
언론에서도 런던 올림픽과 여당의 정치 공학적 관계에 대한 기사를 내놓고 있습니다.
與, '비박'보다 런던올림픽이 더 큰 변수? (관련기사)
[방송사가 언제부터인가 올림픽 채널로 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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