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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박종우 메달 박탈과 독도 분쟁의 상관 관계

올림픽 축구팀 박종우 선수는 메달 박탈 위기를 넘어 해단식에도 불참하였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단지 관중이 건넨 '독도는 우리땅' 플래카드를 들고 잠시 운동장을 돌았을 뿐인데 이것을 '정치적'이라고 판단한 IOC위원회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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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이 가지고 있는 플래카드와 동일하다, 출처 : 화면 캡처,  OSEN] 



당연히 우리 땅을 우리 땅이라고 부른 것인데 이것이 왜 분쟁의 소지가 되는지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전격 방문이 이와 같은 '독도는 우리땅' 이슈의  연속성 상에 있다고 보는데, 정부가 나서서 깨끗이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합니다.


 IOC위원회의 상벌 기준은 고의성과 사전 의도성에 있다고 합니다. 이것에 관한 박종우 선수의 결백은 이전 포스팅에서 자세히 밝히고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독도, 제3자가 볼 때는 한국 것이 당연하지 않다?


박종우 선수의 플래카드 사건을 보면서 알게된 사실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제 3자의 눈으로 볼 때는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없는 애매한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독도는 한국민에게는 당연한 자국 영토이지만 잘 모르는 외국인이 볼 때는 이것이 한국 땅인지 일본 땅인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


그래서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독도를 방문하지 않고 '조용한 외교'를 펼친 것은 당연한 문제를 자꾸 이슈화시켜 남들 입에 오르내리다 보면 분쟁지역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독도에 대해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교과서에 일본 영토라고 주장을 하고, 보수 우익 단체를 자극하여 배를 타고 넘어온다거나 하는 일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독도는 이미 우리가 점령하고 우리 국민이 살고 있는 우리 영토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만약 물리력을 행사하여 독도를 침탈한다면 명백한 전쟁 상황이고, 독도 때문에 일본이 전쟁과 같은 무모한 행동을 하기에는 대내외적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 일본 최선의 카드 '국제사법재판소'


그래서 일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를 하는 것인데 우리 정부는 안 받으면 그만이다 라는 식으로 평가 절하하고 있습니다. 언론들 역시 1954년과 1962년에 일본이 독도 영유권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고자 우리 정부에 제안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국제재판소는 양국간에 합의된 사안에 대해서만 판결을 내려주는 기관으로 한쪽의 일방적인 제소로는 재판이 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운운이 별로 실효성 없는 헛발질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은 왜 이런 득도 없는 헛발질을 계속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국제 사회에 끊임없이 독도 문제를 부각시켜 '세계 여론'을 당연한 '한국 영토'에서 한일간 '분쟁 지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너무나 잘 나타난 것이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이었습니다. 일본은 자국 체조선수들에게는 군구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형상화한 유니폼을 입히고 당당하게 경기를 펼쳤습니다. 아시아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서양 심판들에게 이것이 욱일승천기인지 빨강 땡땡 무늬인지 쉽게 알아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누군가 신고하지 않으면 그 유니폼의 부당함을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욱일승천기 유니폼을 입고 메달을 딴 일본 체조선수들 , 출처 : 아사히신문 영문판 갈무리]



그런데 한일전 경기를 마치고 '독도는 우리땅' 플래카드가 운동장을 돌자 이것은 바로 일본인들의 표적이 되었고, 박종우는 선수는 메달수여 보류와 함께 시상식에 오르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의 결과가 단지 박종우 선수 메달 박탈 위기에만 있지 않습니다 .




▲ IOC위원회가 독도 문제에 대해 진상조사하는 것 자체가 독도가 분쟁 지역이 되는 것 


IOC위원회라는 국제기구가 '독도는 우리땅'이 정치적인 메세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심사를 하게 되었고, 결국 독도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까지 독도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처음에도 말하였지만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


박종우 선수는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플래카드를 들고 뛰었지만 이것으로 독도는 IOC위원회의 심사 대상이 되었고, 본의 아니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 보다는 일본이 원하는 바라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자기 것을 내 것이라 반복해서 주장하는 것은 의심만 불러올 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땅 독도는 일본이 강제로 점유하고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박종우 선수의 플래카드 사건이 터졌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 국민에게도 뜨거운 감동을 주고 세계 사회에도 강한 메세지를 던지는 효과를 가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독도는 우리땅' 플래카드 사건은 우리가 너무 감정적으로 앞섰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리고 이것의 원인은 전날 독도를 전격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행동이 일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 감정이 솓구치는 축구 한일전에 독도를 방문하다니


이왕 가려거든 광복절 당일날 가도 될 것을 광복절보다 국민 감정이 더 솓구쳐 오르는 축구 한일전이 열리는 전날 독도로 날아간 대통령의 행동은 그래서 순수하지 않아 보입니다.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독도로 날아간 대통령은 한일전 축구를 분명 염두에 두고 갔을 것이며, 반한 감정에 정점을 찍는 듯한 독도 퍼포먼스는 국정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오바에 국민들은 흥분하였고, 한일전 승리 세리모니에 '독도는 우리땅' 플래카드의 등장과 함께 메달 박탈과 IOC위원회 진상조사라는 세계적인 이슈를 낳게된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독도 문제를 가지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우리 측은 안 받으면 그만이다 라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에 관한 일본의 전략을 한번 살펴보아야 합니다. 다음은 일본 도쿄대 기미야 다다시 교수의 한겨례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한-일 우호 관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일본을 때려서 손해 볼 것은 없다는 판단 아래, 임기말에 정권 지지율을 부양하는 카드로 쓴 듯하다,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카드를 꺼냈는데,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일본의 목적은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국제 사회에 여론에 호소하려는 것이다"



▲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안 받으면 그만?


우리는 안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카드를 일본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독도 영유권에 대한 충분한 분쟁을 불러 일으킨 다음 국제사법재판소 카드를 꺼내고 한국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떳떳하지 못해 재판을 피한다'는 세계 여론을 일으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몇년 간다면 언제가는 우리나라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기에 한쪽이 받지 않는 국제사법재판소의 영토 재판이 열린 적이 있나 하겠지만, 러시아와 일본은 쿠릴 열도 북방 4개 섬에 영유권을 포기하고 2개 섬을 떼어준다는 의사 표명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국제사법재판소가 그냥 들러리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영토 분쟁을 중재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 독도 문제가 일파만파 세계인의 이슈가 된다면?


지금까지 알아본 바와 같이 박종우 선수의 메달 박탈 위기는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IOC위원회의 독도 문제에 대한 진상 조사라는 더 나쁜 결과를 가지고 온 것 같습니다. 독도를 세계적인 정치 쟁점화 하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 되고, 수순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를 신청한다면 독도에 관한 더 큰 분쟁거리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통령까지 조그만 섬 독도를 전격 방문하고 국내 언론의 대서특필을 유도하였으니 세계가 바라보는 시선 역시 '무엇인가 대단한 일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 전용헬기에서 독도를 내려다보고 있다. 독도/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도독 방문이 너무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은 18%의 국정지지도에 허덕이고 있지만 당당하게 다수결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독도 방문이 독도를 지키는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일군사협정, 한일 외교, 위안부 문제 등에서 국가의 자주성과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더 큰 독도 지킴이의 행동이다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 독도 방문하겠다는 것을 대선 공약으로 내거는 사람은 대통령으로 뽑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주 하기 쉬운 일로 가장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공약 따위,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종우 선수의 메달이 박탈되는 일 없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박종우의 메달과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묘한 상관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