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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여의도 칼부림과 대선후보의 대통합 공약

어제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옆 칸에서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남자 아이를 나무라는 장면이었는데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당겼고, 이어폰을 끼고 있던 젊은이들까지 귀를 기울이며 상황에 주목하였습니다.


말투며 행동이 정상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며 관심을 접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얼마 전에 있었던 '의정부 묻지마 칼부림(관련기사)'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생각이 연상이 되니, 순간 공포감이 배로 치닫으며 괜히 아주머니의 가방에서 흉기라도 나오는 것이 아닌가 쓸데없는 상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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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타기도 무섭다. 실종된 시민 안전


어쩌다가 '시민의 발'인 지하철 타기도 이렇게 주눅이 들어버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니 어제 지하철에서 느꼈던 공포가 괜한 두려움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거된 여의도 묻지마 범죄 용의자 출처 : 연합뉴스]




▲ 시민들 상대로한 무동기 범죄


어제 역시 서울의 한복판인 여의도에서 묻지마 칼부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날 오후 7시 쯤, 여의도 렉싱턴 호텔 인근 도로에서 김모씨가 남녀 행인 2명을 향해 20~30cm의 날카로운 흉기를 휘드르며 돌진하는 아수라장이 연출되었다고 합니다. 


금융. 방송. 정치 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 중심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놀랍고 범행의 내용이 '무동기 묻지마 범행'이었다는 것이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용의자 김씨는 무려 20여분 동안 반경 50m 거리를 활보하며 난장판을 벌였는데 범행 동기가 얼마전 자신이 해고된 것에 대한 화풀이로 불특정 시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것은 얼마전 '의정부 칼부림' 흉기 난동과 내용면에서 매우 흡사한 데, 자신에게 해를 가한 사람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무고한 시민에 대한 묻지마 범죄라는 데 그 공통점이 있습니다. 




▲ 권선징악이 아니라 재수 없으면 험한 꼴 당하는 사회


이것이 범죄의 일반적인 현상이 된다면, 우리는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악인이 벌을 받는다'는 삶의 믿음을 저버려야 하는 중대한 윤리적 갈등에 놓이게 됩니다. 물론 경제 지상주의 정책을 펼치며 성장과 대치되는, 인간에 대한 배려, 사랑, 정의를 무시해왔던 한국의 발전사를 보면 중요한 삶의 가치들이 많이 흔들려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나쁜 어른들에 오염된 아이들마저 나눔보다는 경쟁을, 배려보다는 이기심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의정부 흉기난동'과 어제 있었던 '여의도 칼부림' 사건을 보면서 인간의 영혼과 맞바꾸었던 경제 발전의 부작용이 불특정 사람들에게까지 미치는 재앙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이런 범행의 이유에 대해 사회적, 정신적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석이 별로 사람들에게 안심이 되지 않고, 실효성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말이죠.




▲ 경제 지상주의 정책의 폐해


이것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가치를 말살했던 것에 대한 부작용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런 사건을 일개 불안한 영혼들의 우발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엽기적 행동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동일한 사건을 계속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원인을 모르고 진단을 내리지 않은 병은 스스로 치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어 죽음에 이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의 대안은 겨우 '주위에 따뜻한 시선' 정도가 전부입니다. 이런 문장은 어디 저장해 놓았다가 이런 풀어내기 힘든 사건이 터질때마다 '붙여넣기'하기에 좋은 문구입니다. 하지만 이와같은 대안은 정말 대책없는 미봉책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남에게 따뜻한 시선을 줄 수 있냐는 볼맨 소리가 이미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의정부 칼부림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출처 : CBC 뉴스]




▲ 누구를 위한 대통합?


요즘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대통합'이라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전직 대통령을 만나러 다닌다고 합니다. 이전에 원수 지간처럼 보였던 정적에게도 손을 내미는 너그러운 마음이 '대통합'의 작이라면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언론에서는 대통령 선거 운동이 시작된 것처럼 치켜 올려 세우기에 바쁘고 그의 행동을 '대통합' 이미지에 끼워 맞추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대통합'을 외친다면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묻지마 칼부림의 예비 후보군'을 만나러 다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과거 경제 개발로 한 몫 보았던 박정희 군사 정권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을 내 놓아야 하며, 현 정권의 기업 프렌들리에 대한 자신 입장 또한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 보다 '오직' 경제를 우선 시 하는 과거 정권과 본인이 무엇이 다른지 명확한 해명 없이 전직 대통령들을 만나러 다니는 행동은 '대통합'이 아니라 표심 공략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시민들


시민들은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4대강을 파헤치고,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디도스로 선관위를 공격하며, 방송사가 파업을 한다 해도 자신의 삶과는 무관한 일들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묻지마 칼부림은 당장에 자신이 타고 다니는 대중교통, 일터 지척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범죄의 대상이 바로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입니다. 국가가 경제 성장을 하고, 해외의 굵직한 국제대회를 유치하여 국위 선양을 하고, 올림픽에 나가 세계 5위라는 성취가 즐거웠다 해도 당장에 자신 출근길과 일터의 안전을 보장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 제대로된 진단 없는 언론


언론에서는 이런 사건 앞에 '묻지마'라는 타이틀을 붙입니다. 이유도 알 수 없고 질문해봐야 소용도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언론은 이들이 욱하는 성질에 흉기를 들고 서울 한복판을 활보하며 무고한 시민들을 칼로 찌른 것에 대해 원인 파악하기를 포기한 듯 합니다. 


경제 지상주의 정책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해왔고, 여론을 호도하는 데 일조를 한 언론이 지금의 '묻지마 칼부림'과 같은 사회적 부작용을 맞딱드리는 것이 부끄럽고 힘들 수 있습니다.(물론 이와 같은 언론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 또한 극히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여의도 묻지마 칼부림은 단순히 개인적 우발 범죄로 생각하면 안될 것입니다. 또한 단지 세상이 무서워졌다며 자기 방어에만 급급하여도 대안은 될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표어 '함께'  출처 : 연합뉴스]




▲ 분노가 만연한 사회, 건들면 터진다?


요즘 사람들은 말합니다. '세상이 살기 힘들어졌다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고 있고, 그분노를 조절하기 버거워 옆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 상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사람은 지치고, 더욱 힘들어집니다. 그런데 옆에서는 원인을 짚어주고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잠시 상황을 잊게 해 하는 자극만을 줄 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TV 스타에 열 올리고, 스포츠에 잠을 잊고, 술, 도박과 성을 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우리 생활의 스트레스를 넘어 위기감은 어쩌면 좋은 정치인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옛날 경제를 위해서는 사람을 무시했던 지도자, 지금처럼 강을 호수로 만드는 사업에 열 올리는 지도자가 아닌  조금이라도 '사람'을 쳐다고보고 배려할 수 있는 지도자가 우리에게 있었다면 지금 상황이 이 정도로 처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우리가 대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모든 것을 것을 무시하고 경제 개발만 하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배려하면서도 경제 개발을 이루는 지도자가 정말로 훌륭하고 존경받을 사람인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지도자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대통령 선거가 치루어집니다. 서울 한복판과 지하철에서 무동기 칼부림이 일어나는 세대에 있는 대선입니다. 이것의 원인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선거는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적 책임이며 '사람을 중심에 놓아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반드시 투표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까스총'을 구입하는 것보다 투표장에 나가 참다운 지도자에게 투표하는 것이 진정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길임을 알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