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며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는 것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앱' 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검색어를 통해 알 수 있고, 블로그 포스팅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검색어앱이 좋은 것은 특정 포털의 검색어 순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럿 검색 포털 사이트의 순위를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바닥 꾹>
그런데 어제 오후에는 참으로 황당한 검색어가 네이버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안철수 룸살롱'이라는 매우 선정적이고, 정치적인 검색어 문구였습니다. 저는 딱보고 어떤 찌라시에서 강력한 대권 후보인 안철수를 흠집내기 위해 설쳐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이버 검색 캡처]
▲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의 홍수
그리고 재미있게도 발음이 유사한 룸살롱와 룸싸롱 모두가 상위권에 노출되는 진풍경을 연출하였습니다. 한국의 대표 포털 사이트이며, 검색에 강점을 두고 있다는 네이버가 저지른 실수 치고는 중대하고 할 수 있습니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안철수 원장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 검색어를 두개씩이나 상위에 랭크 시켰으니 말입니다. 보통은 이런 경우 대표 검색어 한개만 노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날은 무엇인가 네이버 시스템에 멘붕이 왔던 것 같습니다.
한국 검색어 시장 80%를 장악하고 있다는 네이버 검색어창에 안철수 룸살롱 관련 검색어가 두개나 랭크되어 있다면 다른 포털에 역시 올라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야후, 구글의 같은 시각 검색어 순위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다음, 야후, 구글 검색어 순위 캡처]
그런데 놀랍게도 다른 포털 사이트에는 안철수 룸살롱과 관련된 검색어는 커녕, 안철수 원장에 대한 검색 자체가 순위에 없었습니다.
▲ 안철수 원장이 술마신 것도 기사가 된다?
그래서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 내용을 좀 더 살펴보았더니 월간 신동아 9월호에서 안철수 원장이 2009년 MBC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술을 못 마시고, 룸살롱에 간 적이 없다'라는 발언에 대해, 다른 관계자의 멘트에 따르면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적 있다는 기사가 발단이 되었던 것입니다.
일단 이런 사소한 것까지 꼬투리 잡으려는 언론의 깨알같은 노력이 한심할 뿐이고 이것을 대형 포털이 검증 없이 뿌린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안철수 검색어가 더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요즘 한창 네이버 검색어 조작 논란에 대해 파헤치고 있는 나꼼수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나꼼수는 정우택 성상납 검색어 관련하여 봉주 16,17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나꼼수의 주장대로라면 네이버는 심각한 검색어 조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게스트까지 초대하여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 네이버 검색어 조작 논란을 보도, 나꼼수
정우택 성상납이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진 이유에 대한 네이버의 답변이 처음에는 정우택 의원 측에서 내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관련기사) 답변하였다가 정 의원 측이 그런 요청을 한적이 없다고 하자, 명예 훼손의 여지가 있어 자체 삭제 처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으나 실제 어떤 방식으로 검색어가 집계되고 게시가 되는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실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진우 트위터 캡처]
지금까지 여러 차례 검색어 조작에 휘말려온 네이버이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고, 나꼼수의 주진우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명박 룸살롱, 박근혜 룸살롱, 정우택 룸살롱은 성인 인증이 필요한 데 안철수 룸살롱만 필요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멘션을 날렸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검색어 창은 이후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마도 길지 않은 인터넷 역사상 검색어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룸살롱'이 6개 차지하는 것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사태가 이 정도가 되니 네이버도 심각성을 자각했던지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공식적인 해명글을 남깁니다. 네이버는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
네이버는 룸살롱은 청유어(청소년유해단어)로 구분되어 있어서 성인 인증이 필요하지만, 검색량이 일정 수준이 넘고,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언론보도가 있는 경우 성인 인증을 해제한다는 내부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 납득하기 힘든 네이버의 답변
그럴듯한 답변인 것처럼 보이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면 검색을 푼다는 것이 어떻게 기준이 되느냐는 것과 잘못된 보도 또는 찌라시 언론의 추측성 보도 또한 인증을 푸는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단어라면 더 많은 사람이 검색을 할수록 검색에 인증 절차를 더 엄격하게 하는 것이 맞고, 언론 보도는 신문사의 신뢰도를 측정하여 어느 수준 이상의 보도 기관에 한하여 최소한 10개 이상의 언론사가 동일한 팩트를 전할 때 가능하다라는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안철수 룸살롱'은 최초 보도인 신동아의 보도만을 가지고 뉴스 보도 기준을 충족시키고 성인 인증을 풀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엉성하기 이를 데 없는 운영 방침이라고 보입니다. 그래서 네티즌들이 네이버를 신뢰하기 보다는 불신의 방식으로 이명박 룸살롱, 박근혜 룸살롱, 정우택 룸살롱을 실시간으로 쳐보면서 검색어 순위를 올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대표까지 나서서 사태 진화
또한 이례적으로 네이버 김상헌 대표이사까지 나서서 해명글을 남기고 있지만 김 대표는 2011년 6월에도 "네이버 검색결과 조작 절대 없다"라는 반박글을 남긴 적이 있고, 이번에도 역시 결백만을 주장하기에는 형평에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근례로 네이버는 정우택 의원의 경우에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자체 삭제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정우택 의원의 이름 옆에 성상납이라는 단어가 주는 나쁜 이미지 때문에 네이버가 삭제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안철수 원장 이름 옆에 붙은 '룸살롱'은 나쁜 이미지가 아닌가요? 같은 기준이라면 어제 안철수 원장 이름 옆에 '룸살롱' 역시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기에 자체 삭제를 하거나 '안철수' 이름만 검색어로 남겨두었어야 하는 것입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른 기준으로 행동하는 것이 네이버에 불신을 갖게된 주요 원인입니다.
▲ 검색어 논란 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네이버 검색어 논란으로 피해 입은 사람이 누구이며 득을 본 사람은 또 누구냐 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상세하게 '룸살롱 검색어 논란'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이 내용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는 분은 어느 정도 컴퓨터를 다루시고, 인터넷 생활에 익숙하신 분에 한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헤드라인이나 검색어 상위에 올라있는 단어를 보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관심 있는 것만 클릭할 뿐이지 모든 것을 다 꼼꼼히 열어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눈은 잔상이라는 것이 남으며, '안철수 룸살롱'에 대한 네티즌들의 이해도는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제 네이버에 들어갔던 상당수에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안철수 원장의 룸살롱 이용'은 기정 사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꼭 클릭해서 내용을 봐야만 압니까? 안철수 이름 옆에 룸살롱이 있다면 추측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날 네이버 검색창은 민망 그 자체였다 출처 : 네이버검색]
▲ 너무나 거대해지는 포털의 위력
아마도 저는 블로거이기 때문에 네이버 검색어 조작 논란에 매우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힘이 너무나 거대해져, 이제는 대형 포털 메인에 기사가 노출되는 것이 언론사의 지상 목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페이지뷰 상승을 의미하고 PV의 상승은 곧 광고 수익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대형 언론사 역시 대형 포털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선이 다가오고 언론의 중립에 대해 많은 걱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이 사실과 비판의 제 기능보다는 은폐와 왜곡, 아부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언론사보다 더 중립을 지키고 중요한 매체는 포털 사이트 입니다.
아무리 주옥같은 기사도 포털이 메인에 걸어주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힘듭니다. 반대로 잘못된 사실도 포털이 작정만 하면 엄청난 사회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네이버 대표이사의 말처럼 이번에는 정말로 온전한 자기 반성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신뢰의 포털사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언제까지 네이버가 검색시장에서 독주하게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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