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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KBS 강철왕 제작논란, 야망의 세월과 비교되는 이유

인도를 흔히 '신들의 나라'라고 합니다. 수 만가지 신이 존재하고 인간의 생로병사를 모두 신의 섭리로 이해하고 사는 인도인들을 잘 표현한 말입니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다소 현실적이지 못하고 꿈에 젖어 사는 듯 합니다. 이 땅에서의 가난과 고통을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는 것 같고 현실 순응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에 사는 국민들보다 경제적으로 못사는 인도인이 더 행복하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곤 합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 인도 정치인의 영화 출연 이야기


인도에서 공부하고 돌아오신 분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부정부패를 일삼다가 결국 모든 것이 발각되어 물러나야 했던 정치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정치적 재기를 한 방법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그 부패한 정치인은 영화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시민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때려잡고 올바른 세상을 만드는 영웅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크게 흥행에 성공을 하였고, 그 부패한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 당선되어 나쁜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무슨 동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 같지만 인도에서는 이런 일들이 흔히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인은 영화를 좋아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곳이 미국이 아니라 인도라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현실과 꿈(신의 세계)를 구분 못하는 인도인의 습성을 잘 나타내준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이런 일은 단지 인도에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왼쪽은 아나운서, 오른쪽은 개그맨 출처 : MBC, KBS]




▲ 현실과 거짓을 구분 못하는 미디어


요즘 우리나라의 방송을 보면 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착시현상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진실과 비판 기능을 수행해야하는 뉴스와 시사보도는 예능처럼 웃기는 방송이 되었고, 도리어 예능 프로에서 사회의 어두운 면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술 더 떠서 KBS가 포스코 창업주 고 박태준 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강철왕>이라는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하여 또한번 논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포스코(포항제철)이 훌륭한 기업이라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박태준 회장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때 강철왕의 제작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1970년 4월1일 포항제철 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오른쪽)과 박태준 명예회장. 출처 : KBS새노조]



왜냐하면 어제는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박근혜 후보가 정식으로 선출되었고, 박 후보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서 아버지에 대한 향수와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는 후보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을 한국 경제 발전의 일등 공신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원칙 없는 경제 개발로 인해 국민의 소중한 정신을 빼앗았고, 영혼이 불안한 상태로 전락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집권 방식이 떳떳하지 못한 군사 쿠테타로서 우리 역사에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고, 정당성 없는 정부였기 때문에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탄압과 박해가 많았던 정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5.16 군사 쿠데타를 역사적 논란의 대상으로 말하는 너그럽고 신사적인 학자와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516 군사정권 때 탄압과 고통 받은 분들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강철왕 고 박태준 회장 일대기?


물론 <강철왕>은 박정희 대통령의 이야기가 아니라 박태준 회장에 관한 일대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시대를 논하는 데 있어서 찬양만 있고, 어두운 면에 대한 조명이 없다면 이 드라마는 역사를 치장하기 위한 거짓 소설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특정 시대를 현재 인물들로 오버랩시키면서 드라마 한 구석에는 "본 드라마는 실제 인물과 사건 과는 무관합니다." 라는 안내문을 싣는다 하지만 드라마에 몰입하면 사람들은 그 시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됩니다. 선과 악을 구분 못하고 드라마와 현실을 구별 못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야망의 세월' KBS가 현대건설 이명박 대표이사를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픽션 드라마, 유인촌, 황신혜, 김주승, 최민식 등 당대 최고의 배우가 나왔고,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출처 : 다음 이미지]

 


'야망의 세월'은 1990년 10월부터 91년 10월 까지 1년 동안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국민 드라마였습니다. 저 역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랐고, 여기서 받은 우리나라 경제 개발의 주역들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드라마는 다큐가 아니라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위키백과

 야망의 세월

《야망의 세월》현대건설 대표이사였던 이명박에게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픽션 드라마이다.
 줄거리 6·3 사태에 가담해서 단식 투쟁을 하기도 했던 주인공이 운동권에 회의를 느낀 후 건설 
회사에 입사해서 세계 각국을 돌면서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이다. 출연진 유인촌 황신혜 
강부자 김주승 오현경 정욱 조재현 이영후 박근형 

박형섭 (유인촌 분)
몰락한 양반 가문의 장남으로 군산에서 태어났지만 노력파에 수재로 명문대학에 
입학하여 학생회장..
한지혜 (황신혜 분)
뛰어난 인재로 여대의 퀸을 차지할 정도의 미모를 갖춘 인물이다. 고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겸하며 ..
박형철 (김주승 분)
형섭의 동생. 형과 마찬가지로 수재이지

[출처 : 다음 영화]




▲ '야망의 세월'은 진실이 아니다 하지만......


야망의 세월은 당시 픽션(허구) 드라마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몇몇 사람들은 상당히 좋은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대중의 인지도를 먹고 사는 정치인에게는 대단한 프리미엄이었을 것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선전 도구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KBS가 대선을 코 앞에 놔두고 논란의 대상인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기를 드라마를 통해 미화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이라는 곳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 원칙을 어기는 것입니다. 


KBS는 이 드라마가 대선이 끝난 내년 1월에 방송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선에 미치는 영향과는 별개로 그 시대(경제 개발 당시)에 고통 받았던 분들이 아직도 명예회복과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의 허구를 통해 비단 수를 놓는 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KBS 드라마 강철왕 세트장 출처 : KBS새노조]



그리고 요즘과 같이 방송사가 드라마에 사활을 걸고 홍보전에 열을 올린다면, 1월에 방영될 드라마의 집중적인 홍보 시기는 12월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강철왕 드라마는 포스코로부터 20억의 사업비를 받아 이미 포항시 일대에 1,101.25 제곱미터 규모의 세트장을 짓고 있다고 합니다.  




▲ 미디어, 의심받을 행동은 미리 조심하면 안될까?


옛말에 '선비는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의심 받을 행동은 애시당초 하지 않아야 선비로서의 격을 누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방송사는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정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구요. 그런데 요즘 방송사를 보면 너무나 노골적이며 의심스러운 행동들을 많이 합니다. 


공정하지도 못하고, 보기 좋지도 않은 행동을 일삼으면서, 공정 방송을 주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치적'이라는 올가미를 씌우곤 합니다. KBS의 이번 강철왕 제작 방침에 대해 KBS 새노조가 반기를 들고 나섰습니다. 노조가 나서서 이런 것까지 막아야 하는 피곤한 방송 현실이 암담할 뿐이고, 반드시 막아냈으면 좋겠습니다. 


516에 대한 명확한 역사적 판단이 있기 전에는 그 시대 사람들에 대한 찬양, 존경, 추앙 이런 것은 잠시 보류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시대를 살면서 고통 받았던 사람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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