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나고 블로그를 접으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5일 동안 글을 이어오면서 제 마음이 약간은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제 블로그에 와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분들과 저와 비슷한 사정을 이야기해 주시는 독자분들의 댓글을 보면서 새 힘을 얻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남들에게 제 의견을 전한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제 스스로의 치유가 일어남을 알게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블로그라는 것이 남을 위해서 쓰는 작업이 아니라 나를 위해 붙들고 있는 지푸라기와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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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다랑이]
▲ 개에 물렸던 사람이 갖는 몸과 마음의 상처
어제는 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개를 무척 좋아합니다. 여건만 된다면 개를 키우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전혀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보통 어렸을 적에 개한테 물렸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귀여운 강아지가 옆에 지나가면 시선을 빼앗기는데 이런 분들은 두려움을 느끼며 개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더군요. 그런데 개에 물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몸에 난 상처 때문에 개를 두렵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이 마음에 흔적이 되어 두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개라는 실체가 자신의 몸에 실질적 상처를 내서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예전의 개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위협을 가했다는 생각이 자신을 두려움에 빠지게 하는 것입니다. 요즘 개그에서는 유행어인 '트라우마'로 남는 것이죠. 그래서 트라우마는 마음에 남은 상처가 되는 것입니다.
마음에 상처가 남으면 그 길을 다시 걷지 않게되고, 정복해야할 산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기 인생의 중요한 고지임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볼 생각을 내려놓게 만듭니다.
▲ 개인적 트라우마 등산
저 역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혼자 겨울 산행을 갔다가 바로 앞에 사람이 산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본 적인 있습니다. 젊은 갯기에 똑같은 코스를 오르려고 하다가 밑을 내려다 보았는데 강한 현기증과 함께 두려움에 휩싸여 그만 오르던 산등선을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산에 가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산의 경사가 조금만 기울어져도 예전에 그 생각이 떠오르면서 발걸음을 뒤로하게 만들었씁니다. 두렵다는 생각이 제 마음에 들어왔고, 그 생각이 반복되다 보니 제 마음에 상처로 남게된 것이죠.
마음에 상처가 났을 때는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할 때와 똑같습니다. 상처가 아무는 동안 붕대로 감고 자꾸 눌러보거나 상처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덧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정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붕대를 풀고 같은 경험에 대해 반복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용기'가 되겠지요
[섬]
▲ 대선 패배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이쯤되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 아실 것입니다. 대선이 끝나고 많은 분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계십니다. 제 블로그에 댓글을 보면 그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너무 힘들다' '허덕이고 있다' '눈물로 지세운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인터넷 알바들이 댓글을 달리 없습니다. 이것은 모두다 진심이 담긴 자신만의 댓글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첫날은 너무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고 다음날은 너무 아파 와락 눈물을 쏟았고, 요즘은 TV와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혼자만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치 미친 개한테 물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물린 상처가 아파오니 눈물을 쏟고 대강 상처를 추스렸지만 몸에 남은 고통에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혜로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상태에서 그냥 머물게 된다면 우리는 삶에서 겪는 한 순간의 고통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로 남아 앞으로의 우리 인생에 댠절과 제약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에서의 결과는 정권 교체를 열망하고 상식적인 세상을 원했던 분들에게는 충격이며 고통 맞습니다. 이것에 대한 논쟁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힘들고 앞으로 5년이 암울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충격이 우리 마음에 고통으로 남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동안 우리는 마음의 고통이 잘 치료될 수 있도록 마음에 붕대를 감고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우리 마음이 가진 자연 치유가 고통을 보듬고 마음에 새 살이 돋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더 빨리 치료하려고 고통을 열어보고 생각나는 대로 행동으로 옮길 경우 부작용이 따를 확율은 매우 높습니다.
▲ 고통을 함부로 표현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요즘 일부 연예인들과, 정치인, 의협심이 넘쳐나는 분들의 인터넷에서 행동이 보면 부작용과 같은 것들이 많습니다. 충격과 고통이 충분히 아물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글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가만히 있는 것이 방법입니다. 두려움에 놀라 길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헤매이다 보면 체력도 고갈되고 미궁에 빠져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통이 사라지고 마음이 깨끗해졌을 때 여전과 같은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통이 사라졌음에도 그것이 마음의 상처가 되어 남아 있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다른 것 다 잊으셔도 되지만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대선 패배의 고통, 아플수는 있지만 마음에 상처로 남기지는 말자' 입니다.
마음에 상처로 남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해질 것이며, 정치가 나를 억압해도 수동적일 것이며 선거에서 투표권 행사를 꺼려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관심을 가지려하고, 선거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순간 2012년 대선의 상처를 떠올리며 주저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고통은 고통으로 흘려보내고 마음에 상처로 남기지 말자
그래서 고통을 고통으로 흘려보내고 마음에 상처로 남기면 안됩니다. 그래서 지금의 고통의 순간을 잘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상처가 잘 아물도록,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그리고 흔적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며 무한한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인내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생활에 돌아가서 열심히 생활하다가 2012년 대선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얼굴에 미소를 가질 수 있다면 잘 치유된 것입니다.
오늘은 책의 한구절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기다리는 것은 불행하게도 혼자만의 몫입니다. 함께 할 수 없는 일이죠. 부디 힘을 내시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늦게 와도 끝까지 기다려야 한다
필요한 것은 무한한 인내심
초조하거나 걱정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기운을 빼지도 말고.
그러다가 갑자기 행동으로 돌입하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기술이다. '
-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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