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옛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이름은 가명으로 '영자'라고 하겠습니다. 영자를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호감을 가져서 매일 만나게 되었고 둘다 혼기를 놓친 나이라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물론 남자 입장에서 멋진 프로포즈를 하거나 서로의 약속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손바닥 꾹>
▲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별은 멘붕이다
그런데 영자가 갑자기 일주일만 시간을 갖자고 선언을 하더니 일주일이 지난 그날,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로 한번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부탁도 뿌리친채 저는 이별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그럴 듯한 직장에 책임 자리에 있던 그녀였던지라 저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습니다. 아마도 제 인생 최대의 위기였던 시절인 것 같습니다.
그때 그 당시 제가 너무나 힘들었던 이유는 딱 한가지 제가 왜 헤어져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한 때 애인이었던 영자가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한번이라도 얼굴을 마주하고서는 '너의 찌질함이 헤어짐의 원인이야'라고 밝혀주었더라면 전 그 당시 폐인처럼 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만나기는 커녕 갑자기 이유도 말해주지 헤어짐을 감행한 그녀가 아직도 제 인생 최악의 여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선거에 졌다고 눈물까지 흘리다니, 누가?.... 내가
대선이 끝난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어제 하루 동안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하염없이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느라 무척 힘들었습니다. 결국 지상으로 뻗은 지하철 역에서 늙은 노인 둘이서 서로를 부축하며 걷는 모습을 봤을 때,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땅을 내려다보면 떨어질 것 같고 하늘을 보자니 흘러내릴 것 같아 정면을 응시하면서 걸었지만 자꾸만 뿌예져만 가는 시야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멈춰서서 눈물 한번 훔치고 씩씩하게 약속 장소로 걸어갔습니다. 넓적다리에 더 힘을 주고 말이죠.
어제 잠시 블로그를 때려칠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뭐 이런 글 자꾸 써봐야 나에게는 물론, 세상에도 별 도움이 안되는구나" 라는 생각과 매일마다 포스팅 한편을 생산해 내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내가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아리송해져왔습니다. 지나왔던 과거도 말살되고 다가올 미래도 가늠해보기 힘든 정오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제 올렸던 포스팅의 댓글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주인장이 울보였다는 것을 알았는지 댓글도 온통 눈물바다 였습니다. "왜 내 블로그에 와서 울었다는 고백을 하는거야"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많은 부분 그 분들과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내 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이야기할 수 있는 독자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선 결과에 따라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는데 지금 우리는 '눈물'로 소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힘을 내기로 했습니다. '힐링' '희망' 이런 것이 아니라 그냥 제가 올해 해오던데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그날의 할말을 블로그로 적는 일 말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이 결심이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힘이 닿는데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그들이 나보고 그만하라고 할때까지는 힘을 내서 말입니다.
▲ 18대 대선 무엇이 문제였는가?
그래서 쳐다보기도, 생각하기도 싫은 대선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처음에 '영자' 이야기를 꺼낸 것은 대선에서 우리의 멘붕을 빗대어 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가 왜 대선 결과에 대해서 이처럼 황당하고 놀라고 슬퍼하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저는 그 첫번째가 우리가 왜 패배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음에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권의 5년 동안의 실정이 있었고, 투표율이 75%를 넘겼고, 박근헤 후보는 독재자의 딸이고, TV 토론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이 있었으며, 문재인이라는 좋은 후보가 있었고, 야권은 단일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저는 출구 조사가 발표되는 1초전까지도 패배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런데 우리는 패배하였던 것입니다. 411 총선의 황당한 패배 뒤에는 저조한 투표율이 있었습니다. 17대 대선에서의 패배에는 매우 부족한 야권 후보가 있었구요. 패배를 수긍할 수는 없었어도 이해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18대 대선은 수긍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 대선 패배 원인은 타락한 언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본 결과, 이번 대선에서 패한 직접적인 원인은 잘못된 언론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공중파 어느 방송을 봐도 선뜻 공정했다고 손을 들어줄 방송사가 없었고, 대선 일년전에 추가된 종편은 이번 대선에서 그야말로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과연 그들에게 '진실'과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지 조차 구분이 안되었고 같은 하늘 아래 산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찌라시 신문들과 포털의 불공정함도 또하나의 악의 축이었죠. 아무리 정확하고 좋은 소식이 있다 한들 신문과 포털을 통해서 유통되는 정보화 과정에서 심한 왜곡이 있었던 것입니다.
51%의 국민들이 상식 밖의 사람이다? 저는 그들에게 상식을 가르쳐준 미디어 환경이 상식적이지 않았다고 봅니다. 패배했다고 눈물 흘리는 49%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범주의 사람들일 것입니다. 정말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투표한 소수의 사람들은 제가 무슨 이야기하는 것인지 이해할 것입니다.
선거가 있기 전날 강남에 50평 이상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한 선배의 말입니다. 자신은 심정적으로 문재인을 뽑고 싶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박근혜를 뽑아야 하고, 지금으로서는 안철수가 팽당했다는 느낌 때문에 투표장에 갈지 않갈지 모르겠다 였습니다. 그분의 투표 기준에는 종북이며 좌파 이런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 세상을 바라보는 창 : 언론
세상의 이치를 배우고 깨우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학교와 책이 있을 것이고 좋은 친구나 선배, 그리고 집에서 보는 TV와 매일 접하는 인터넷 미디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때가 되면 학교는 졸업하는 것이고 좋은 친구나 선배는 바쁜 생활에서 언제나 보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기준은 언론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인데 만약 이것이 올바르지 않다면 당연히 제대로된 선택이 나올리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대선 패배 원인은 잘못된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사와 신문사를 한편 찬찬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쏟아내는 방송과 기사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의 됨됨이와 이력을 말입니다. 아마 깜짝깜짝 놀라게 되실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공정함을 논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대안언론 뉴스타파]
▲ 제대로된 대안언론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대안 언론의 탄생이 시급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현재는 뉴스타파가 그나마 대안언론으로서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일주일마다 발행되는 시스템은 우리가 필요로하는 언론환경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뉴스타파와 같은 진실한 언론이 공중파 방송으로 매일 한번씩 뉴스를 전했다고만 하면 저는 이번 대선에서의 2%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을 올바로 가르치고 있지 않으니 상식 밖의 선택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대선 패배 원인이 잘못된 언론에 있었다고 판단하며 첫번째 멘붕 상태에서는 벗어나려 합니다. 원인을 파악했으면 이제 극복하면 되는 것입니다. 잘못된 언론을 바로 잡을 수 없다면 제대로된 언론을 만들어 우리가 소유하고 공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대안 언론을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참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좋은 시도 있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이유를 알았으니 한결 마음이 수월해 졌습니다. 승리는 어쩌면 우리 주변 어딘가에 이미 와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일어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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