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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MB 사랑의 리퀘스트 출연, 한국장학재단에 부탁한 것은?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는 데 갑자기 MB 부부의 모습이 화면에 비추더군요. 지금은 뉴스를 할 시간이 아닌데 채널을 잠시 고정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리퀘스트, 사랑의 기부 전화 한통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KBS 1 채널에서는 하는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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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랑의 리퀘스트 홈페이지 캡처]




가끔 보는 프로그램인데 전해지는 소식이 너무 가슴 아파 채널을 돌리곤 하던 방송이었습니다. 마음 약한 어머니는 연신 방송을 보면서 눈을 닦으시고 옆에서 보시는 아버지는 자꾸 저런 방송 보면 마음 약해진다고 '채널 돌리라'고 야단을 하시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국민의 방송 KBS가 그나마 공익과 미디어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뉴스9에서도 소상히 다룬 MB의 사랑의 리퀘스트 ,KBS 뉴스 캡처]




▲ 사랑의 리퀘스트 출연한 MB 부부


사랑의 리퀘스트에 이 대통령 부부가 나올 일이 뭐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여기에 나온 사람들은 거의가 선행 또는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사연을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방송을 보니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어머니는 암에 걸려 병상에 누워있는 삼남매의 사연이 소개되었고, 그 집에 이 대통령 내외가 찾아가 갈비찜과 닭강정을 해주고, 어머니가 투병 중인 병실에 다녀왔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어제 사랑의 리퀘스트는 한해를 결산하면서 15주 동안 총 모금액이 568억원이 거쳤다는 소식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대통령이 나와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아리송 했습니다. 이렇게 공익적이고 따뜻한 방송에 임기 말 대통령이 출연하여 어려운 환경의 삼남매 집에 한번 다녀오고서는 선행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은 '이미지' 정치의 극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와 같은 방송 기획을 한 KBS가 과연 언론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고 있는 방송인지의 의구심과 그렇다고 방송에 출연하여 자기 이미지를 돋보기 원하는 대통령의 행동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더군요. 요즘이 아무리 자기 과시의 시대라고 하여도 대통령으로 지켜야할 품격과 겸손함이 있어야 할텐데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내외를 대하는 아나운서의 태도 역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습니다. 사랑의 리퀘스트는 대통령 초대 손님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말로 어렵고 힘든 우리 이웃을 돕는 방송이었습니다. 도움을 받는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질문이나 하고 대통령 내외를 추켜세우느라 여념이 없더군요.



[MB  출연 사연, KBS 사랑의 리퀘스트 홈페이지 캡처]




▲ MB '가난의 대 끊는게 중요.. 교육 받는 기회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이와같은 말을 합니다. 거기에 나온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에게 '가난의 대 끊는게 중요.. 교육 받는 기회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관련기사)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5년의 정치가 결국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것을 막는 것'이었으면서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의 정책은 '철저한 경쟁' 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남을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고가 과외에 선행 학습 등으로 돈 없고 백 없는 아이가 잘 사는 아이를 따라잡기 힘들어졌습니다. 공정한 출발 선에서 똑같은 조건으로 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차이 난 순서를 따라잡으라는 강요였고, 개인의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돈의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 공정하지 못한 시대에 가난의 대를 끊는 것은 불가능


이 대통령이 자라온 시대에는 모두가 못살고 힘들었고, 돈 많은 집 아이들이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고작 새 참고서에 대학생 과외 형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지요.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방학 때 미국을 보내고, 취약 과목은 명문대 출신의 전문 강사의 과외를 받고, 치맛바람 아줌마들끼리 비밀스럽게 정보를 공유해 가며 지름길과 샛길 정보를 나누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야말로 있는 자와 없는 자,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개천에서 용 나듯' 가난의 대를 끊으라구요? 저는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훈훈한 정이 넘쳤던 방송에 나와  말도 안되는 인생철학(?)을 이야기 하는 이 대통령이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KBS 라는 방송국의 수준이 어떻게 변해갈지도 점쳐지더군요.




▲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인수위원장 출신


그리고 이 대통령의 분에 넘치는 선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 내외에게 감사의 그림을 전달한 삼남매 중 둘째에게,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꿈은 꼭 펼쳐야 한다면서 '한국장학재단에 디자인을 전공한 대학생이 되도록 지원을 부탁해 놨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출처 다음 인물]





▲ 국가 장학 기관에 대통령이 부탁? 자기 회사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한국장학재단은 국가 장학사업을 통합 운영하고 학자금 대출과 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학사업 전담 기구입니다. 결국 나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인 셈입니다. 여기에 이사장은 우연찮게도 이 대통령 인수위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경숙씨가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장학재단은 한참 장학생 선발 절차를 밟고 있었습니다.(관련기사) 요즘 대학 등록금이 높다 보니 학자금 대출을 위해 많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자격 기준이 있고 최종 선발자를 한국장학재단이 선정하여 통보하는 공식적인 절차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라 하여 사사롭게 자신이 출연한 방송에서 인연이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기관인 장학재단에 장학금을 부탁을 했다면 이것은 대통령으로서 온전한 처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에 나왔던 둘째 아이가 해당 여건이 된다고 하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특혜가 되는 것이고 여건이 안되 떨어뜨린다면 대통령은 방송에 나와 허세만 부리게 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그 아이를 돕고 싶었다면 말 없이 장학금을 전달하거나 자신의 만들었다는 '청계재단'을 통해서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항상 법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했던 대통령의 행동이 무척 경솔하게 보인 이유입니다.




▲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중국의 지혜서 [중용]은 '중용이란 차지도 넘치지도 않는 최고의 절정 상태'라고 말합니다. 5년의 통치기간 내내 '넘치기만' 했던 이 대통령을 볼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 어제의 방송을 보면서 너무나 길다는 생각이 든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2013년,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