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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블로거지 VS 기레기' 누가 더 강할까?

요즘 사람들의 주 관심사는 먹고 마시고 놀러 다니기에 있는 듯 보인다. TV를 켜면 온통 맛집 소개와 유명 관광지 이야기뿐이며 명사와의 토크쇼에서 조차 요리사(셰프)가 나와서 식사를 대접하는 이벤트를 펼치곤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기본이 의식주에 있고 그 중에 최고가 '식‘에 있다 보니까 당연한 현상이라 보인다. 소비패턴의 변화도 뚜렷하여 예전에는 백화점 또는 인터넷쇼핑몰에서 ’패션‘ 제품이 대표 상품이었다면 이제는 ’먹거리‘ 종류가 다양해지고 매출이 증가한다고 한다. 이러한 흐름으로 미래를 예측해 본다면 쇼핑 트렌드가 ’의‘와 ’식‘을 거쳐 이제 ’주‘로 가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최근의 이케아 한국 매장 오픈, ZARA 홈, H&M 홈 국내 진출 등이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듯 보인다.


먹을 것이 많아지다 보니 ‘맛집’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이것을 가속화시킨 것에 이른바 ‘파워블로그’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블로거인 나부터도 여행지 또는 처음 가보는 동네에 가서는 스마트폰으로 맛집 검색을 하는데 대부분 체험 위주 블로그 글을 우선순위로 하여 식사할 곳을 선정한다.





[블로그가 맛집 검색에 애용되지만 성공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 블로그로 맛집 찾기 성공율 하락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블로그로 맛집 찾기 성공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친절하다는 주인장은 간데없고 윤기가 좌르르 흘렀던 음식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맥없이 널부러져 있다. 맛은 커녕 기분까지 상하게 만드는 식당들이 맛집 대열에 올랐고 어렵게 찾아나선 맛집 탐방은 이제 두려움과 떨림의 대상이 되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까?


본인이 제주도에서 만났던 펜션 주인의 하소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몇 해 전 일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제주도 펜션에 묶을 수 있었고 이틀을 보낸 후 펜션의 메뉴얼대로 식기 세척, 방 청소, 쓰레기 분리 수거등을 마쳤다.


퇴실 마무리를 너무 대강대강 한 것은 아닌지 펜션 주인한테 약간은 미안한 감을 가지고 방값을 계산하려 하였다. 그런데 펜션 주인은 나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돈 받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지인으로부터 펜션 가격을 듣고 그 액수를 지불하려는 것인데 아무래도 금액이 적었나 싶어서 “그럼 얼마를 지불하면 됩니까?” 라고 물으니 주인의 대답은 예상 외였다.


“블로그 하시는 분이신데 돈 내시려구요?”





▲ 블로그 갑질

펜션 주인에게는 블로거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이다. 뒷 이야기인 즉슨 이러했다. 불과 몇 달 전에 서울에서 자기가 매우 유명한 블로거라면서 전화를 했고 방 두개를 빌려줄 수 있겠냐고 연락이 왔었단다. 그리고 방값은 한개만 지불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말하더란다.


블로그 한방에 가게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라는 말을 어렴풋이 미디어에서 흘려들었던 펜션 주인은 찜찜했지만 투자라는 생각으로 그 블로거를 기꺼이 받아주었단다. 예정대로 그 불로거는 방 두개를 썼고 지금까지 펜션 역사 상 가장 더럽게 방을 어지럽히고는 약속했던 방 한개 값도 지불하지 않은 채 서울로 가버렸단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왜 본래 한 개의 방값마저 포기하셨냐고 물으니 그 사람이 말한 블로그가 정말로 유명한 파워 블로그였기 때문이었단다. 괜스레 방값을 요구했다가 파워블로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자기 펜션에 대한 평이 나빠질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마땅한 제 방값을 떳떳이 요구하지 못한 펜션 주인도 비겁했지만(?) 약속했던 방값마저 안주고 날라버린 그 파워블로거는 일종의 사기범과 다를 바 없다. 그 사람이 어떻게 파워블로거의 자리까지 올라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를 무전취식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그의 글과 사진이 아무리 화려해도 진실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 파워블로거가 후에 사장님네 펜션에 관한 글을 올렸던가요? 


돌아온 대답은 ‘아니요’였다.





[설마 이것이 블로거의 모습?] 





▲ 블로거지의 탄생

파워블로거를 사칭하며 동네방네 맛집 숙박 상점 등을 전전하며 무전취식과 각종 향응을 무상으로 요구하는 자들을 일컫어 ‘블로거지’라고 한다. ‘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로 거지처럼 유한의 서비스를 요구하고 접대 받고 다니는 자들을 뜻한다.


거지에게 분별력이 있을까? 아니면 세상을 보는 식견이 있을까? 밥을 주면 좋아하고 안 주면 타박하고 떠나는 것이 거지의 생리이다. 그런데 그들이 펜대를 잡고 동네 식당과 맛을 논한다고 생각해보라. 그 정보가 온전할 리 없는 것이다.


블로거지의 양산이 인터넷 정보를 망쳤다.





▲'기레기'는 '기러기'가 아니다

2009년 11월 22일 K방송사에서는 14시부터 14시 42분까지 ‘영산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을 생중계하였다. ‘영산강 살리기’라고 이름하며 헛갈릴 수 있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역사의 커다란오점으로 남을 4대강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기공식이었다.


그 당시만해도 4대강은 대한민국을 잘 살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젖줄기인 것처럼 언론사들이 찬양해마지 않았다. (그 당시 4대강이 좋다고 극찬하던 기자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새처럼 날아서 철새 도래지로 날아간 것일까?)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기공식) 출처 : 청와대]




일부 양심 있는 언론만이 4대강의 부당성에 대해서 기사를 작성했고 국민의 70%까지 반대했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 정신에 기인하여 국토는 난도질 당했다. 결국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교통에 부적합한 운하와 홍수를 감소시켜주지 못하는 댐이 들어섰다. 결국 대한민국 지도에는 잘 흐르는 강이 사라지고 고여서 흐르지 못하는 호수가 생겨난 것이다.


상식이 부재한 시대에는 기이한 것이 당연한 듯 여겨진다. 고인 호수를 터서 흐르는 강물을 만든다면 좋은 일이련만 흐르는 강물을 막아 호수를 만든다는 것을 비판한 기자는 얼마되지 않았다. 실제로 기자 숫자를 세어본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 이것을 비판하는 기자의 수가 많았더라면 이렇게 쉽게 전 국토가 난도질 당하는 일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 비판정신이 없다면 기자가 아니다

비판정신이 없다면 기자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 기자들은 비판정신은 커녕 정의감도 사라진 듯 보인다. 물론 그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2030년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사라질 직업 순위에 ‘기자’가 오르내리고 있다.


이왕 사라질 직업인데 직업의식이며 윤리감을 가질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막 나가보자 하다가 그들은 ‘기레기’가 되었다. 마치 우아한 기러기의 풍모를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이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진실과 비판정신은 내동댕이 친 채 세상을 왜곡, 과장, 오인해서 다루는 인간들을 지칭한다.


흔히들 언론을 대의 민주주의 사회의 공기라고 일컫는다. 인간이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을 공기에 비견될 만큼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고 자유와 권리라는 ‘인간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가치를 공동체를 통해 실현하고 공동체를 이끄는 방식을 정치라고 이야기 했을 때 정치는 민주주의 방식을 통해서 결정된다.


서로 얼굴보고 담소를 나누면서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고 영상과 사진, 활자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를 이끌어줄 사람들의 면모를 판단해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여기서 나 대신 나의 삶을 안전하고 가치 있게 이끌어줄 수 있는 공동체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실어 나르는 것이 바로 기자의 역할인 것이다.





[기러기는 오리과의 겨울 철새이지 쓰레기와는 무관하다]





▲기자는 사회의 공기를 실어나르는 메신저

공기가 오염되면 인간은 병들거나 죽게 된다. 공동체 사회에서 기자가 사람이 아니라 쓰레기가 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사회는 병들고 죽어갈 것이라는 추측은 너무나 당연하다.


자신이 먹어보지도 않는 음식을 맛있다 하고,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우고, 근무도 안해 봤으면 좋은 직장이라고 칭찬을 하며, 수위를 내리고 옷을 벗기는 것만이 자기 글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들이 진정 이 시대의 기레기인 것이다.


기러기는 철새이다. 기러기는 때가 되면 자기 서식처를 찾아 둥지를 떠난다. 그런데 인간 기레기들은 철이 지나도 떠날 생각도 없이 한국 사회 이곳저곳을 누비며 선량한 사람들의 생각을 좀 먹고 있다. 이들이 잘못 놀린 펜대에 속아 타락한 종교를 신성시하고 사악한 기업의 제품을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구매하고 부패한 정치인을 지도자로 뽑게 되는 것이다.


블로거지에 낚여 맛집을 잘못 찾아들어가는 것은 돈 낭비이지만 기레기에 속아 내 소중한 권리를 도둑맞는 것은 인생 낭비에 해당한다.


자나깨나 블로거지, 기레기 조심,


이것이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좌우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