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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정신나간 방통심의위와 허리우드 뉴스데스크

우리나라 언론이 공정하지 못한 것의 이유가 현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면 논리의 비약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부가 할일이 없어서 자잘하게 방송과 언론의 기사에 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겠느냐라는 반문에서입니다. 


방송 언론사에 낙하산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키며 정권에 유리한 보도만 일삼게 한 것은 뒤로 하더라도 언론보도에 대해 심의하고 판단을 내려야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태를 보면 방송의 공정성 후퇴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MBC 노동조합의 파업 기간 동안 뉴스데스크 권재홍 앵커의 허리우드 액션 사건은 꽤나 유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왜냐하면 MBC 메인 뉴스의 시작과 함께 매우 이례적으로 권재홍 앵커의 행적을 소상히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좀 지난 사건이기에 그날의 화면과 멘트를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앵커가 자리 비운 이유를 영상으로까지 보여주는 친절한 뉴스데스크


MBC 노동조합의 110일째 장기 파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김빠지고 생생하지 못한 뉴스를 주로 다루던 MBC 뉴스가 권재홍 앵커 개인이 자리를 비운 사안에 대해서는 영상까지 보여주면서 마치 연예 뉴스 다루듯이 현장감있는 보도를 합니다. 그리고 일부 보수 언론의 기사 제목 역시 '권재홍 MBC노조와 충돌 부상' 처럼 마치 서로간에 치고박고 싸운 것처럼 사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날 뉴스데스크에서는 시작과 함께 '권재홍 앵커가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아 당분간 방송 진행을 못하게 됐다. 권재홍 앵커는 16일 오후 10시 20분께 본사 현관을 통해 퇴근하려는 순간 파업 중인 노조원 수십 명으로부터 저지를 받았다. 권재홍 앵커는 차량탑승 도중 허리 등 신체 일부를 충격을 받았고 그 뒤 20여분간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한 방송사를 대표하는 9시 뉴스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개인적인 사안이고 그것을 다루는 태도 역시 대단히 사적이며 고약해 보입니다. 그냥 개인적 사정으로 당분간 정연국 앵커가 진행한다고 보도했어야 옳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9시 뉴스가 다루어야 할 주제는 나라와 국민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어야 하지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노조의 성토의 장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 권재홍앵커 뉴스 중단이 뉴스가 되는 불편한 진실


결국 MBC 뉴스가 그렇게 생생하고 자극적으로 권재홍 앵커의 부재 이유를 알리는 이유는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 노동조합이 매우 폭력적이며, 멀쩡한 사람의 퇴근까지 막는 불합리한 집단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런 사심이 들어간 뉴스가 온전할 리 없는 것이라는 추측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구요.


정말 MBC가 자신들의 권재홍 앵커가 자리를 비운 이유를 뉴스에서 제대로 설명하고자 했다면 왜 노동조합이 보도본부장인 권재홍 앵커의 퇴근을 저지했는지 이유를 한 줄 정도 설명하였더라면 균형잡인 보도이지만 저렇게 일방적으로 폭력 현장처럼 묘사한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을 메인 뉴스에서 보도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는 것을 MBC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만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정말로 권재홍앵커와 MBC노조 사이에 큰 충돌이 있었을까?


모든 것은 양방의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참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MBC노동조합이 말하고 있는 그날의 사건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차 안에서 공포에 질려 사진을 찍었다? 


권재홍 앵커가 퇴근을 저지당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차를 가로막고 있는 노조원들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뉴스데스크에 말했던 것처럼 차에 갖혀서 옴짝달싹 못하고 큰 충돌이 일어났던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위 사진을 보시면 차 안에서 현장 사진을 찍고 있는 권재홍 앵커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가벼운 차량 접촉사고 이후에 현장 사진을 찍고 있는 평범하고 차분한 사람의 모습 그대로 입니다. 사람이 외상을 당하고 공포에 싸인다면 그 대상에 대해 저렇게 태연하게 사진을 찍지는 못할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렇다면 왜 노동조합이 권재홍 앵커의 퇴근길을 막아선 것일까요? 이제 이것이 궁금해지지 않나요? 우리는 눈 앞에 보여지는 사건에만 관심을 갖지 그것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이전까지 파업콘서트, 프리허그 행사, 여의도 텐트 농성 등 너무나 평온한 파업을 벌이던  MBC노동조합이 왜 이렇게 실력행사까지 불사하게 되었을까요?





[5층 보도국을 폐쇄하여 계단을 오르는 MBC 노동조합 기자들]



▲ 1980년 계엄령 하에서도 멀쩡했던 MBC 보도국이 폐쇄된 이유


이 한장의 사진을 보면 대강 이해할 수 있습니다. MBC파업으로 신조어가 탄생하였습니다. '시용(試用) 기자'라고 들어보셨습니까? MBC는 파업을 벌이고 있는 기자를 대체하기 위해 1년 근무(시용) 후 정규직으로 임용하겠다는 채용조건으로 경력기자를 모집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MBC 경영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기 직원들이 파업을 벌이니까 대화나 해결 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파업 중에 있는 노조원을 대신하여 대체 인력을 뽑아버리는 것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처사입니다.   


이런 처사에 대해 MBC기자들은 시용기자 모집 반대 시위를 벌이려고 집회 장소인 보도국을 향했는데 MBC사측은 아예 5층에 있는 보도국을 폐쇄해 버렸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황당한 일인 것이죠, 노동조합에서는 1980년도 계엄령 하에서도 없었던 일이 지금 일어났다고 비분강개하며 이에 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인 권재홍 앵커를 찾아나선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퇴근 저지 시도가 있었고 차를 가로막는 가벼운 마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SNS 상에서는 권재홍 앵커가 MBC노동조합의 장풍을 맞고 다쳤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돌정도로 '부상의 정도'에 대해 의심을 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리고 MBC 노동조합은 그날의 마찰로 부상을 입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증거 자료 또한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2년 5월 18일 쿨한무위도식 포스팅 발췌]





▲ 위원장은 회의 '회피', 부위원장은 '불참'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는 뉴스데스크 권재홍 부상방송이 허위 왜곡보도라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만 위원장은 권재홍 앵커와의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해당안 건에 대한 '회피'를 택하였고, 권혁부 부위원장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여당 추천 인사 4명의 '문제없음' 주장이 그대로 표로 반영되어 허리우드 액션 보도는 방송으로 내보내기 적절한 '문제없음' 방송이라는 면죄부를 받은 것입니다. 심의위원을 어떻게 뽑는지 모르겠지만 노조와 물리적 충돌이 없었으면서도 마치 노조에게 구타라도 당한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하며, 가장 엄중한 소식을 다루어야 하는 메인 뉴스에서 앵커가 자리를 비운 이유를 배경 화면까지 깔아가면서 내보낸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구성이었습니다. 


'문제없음'에 표를 던지 심의위원들의 주장은  '권재홍 앵커가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아 당분간 방송 진행을 못하게 됐다.라는 문장 어디에도 노조로 부터 가격을 받았다는 문구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허위, 왜곡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방송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 앵커가 못 온 이유를 현장 화면까지 보여주면서 오버하는 뉴스는 문제 없는가?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노조원들에게 단순 제지를 받고 혼자 다친(?) 앵커의 부재 소식을 뉴스가 시작하기 전에 화면까지 비추어가며 그것을 전하는 여자 앵커의 표정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그냥 일상적으로 '오늘 권재홍 앵커는 개인적 사정으로 방송 진행을 못한다'라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지나갔으면 될 일이었었습니다. 


그런데 애매한 나레이션과 함께 현장 화면을 보여주었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노조원들이 권 앵커에 대한 신체 충격의 가해자로 인식하게끔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기에 충분합니다. 이것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공정성)에서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해선 안된다"에 위배되는 방송보도였습니다. 


그런데 여당에서 뽑아놓은 방송심의위원이라는 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문제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고하니 방송 불공정성의 문제가 방송국에 있다기 보다는 저런 엉터리 방송을 내보내고도 심의 받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든든한 백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문제의 방송보도가 허위,왜곡이 아니라면 저런 불필요하고 선정적인 화면을 뉴스 메인에 보여주는 뉴스데스크 자체에 대한 심의는 왜 하지 않는 것일까요? 또한 어떤 시청자가 해당 방송의 파업 상황과 거기에 제지 당하는 앵커의 현장감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까요?




▲ 심의기관이 불공정한데 방송의 공정을 기대하기란 무리

 

결국 문제는 있었지만 잘못한 사람이 없는 그냥 묻지마 헤프닝으로 끝난 권재홍 앵커 사건 보도는 우리나라 언론과 방송 심의를 하는 곳에 한계를 명백히 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뉴스데스크에 대해서는 물방망이 심의를 한 방통심의위가 MBC 파업에 대해 보도한 KBS '시사기획 창'에는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유는 <시사기획 창> '2012 노동자의 삶' 편에서 MBC 파업을 다루면서 사측과 노측을 균형있게 담지 않았다는 여당측 심의위원들의 주장이 관철되어서 였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시사기획 창>은 뉴스 보도가 아니라 시사 프로그램이고 MBC 사측이 인터뷰를 거부하여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어렸웠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합니다. 


이쯤되면 방통심의위원이라는 사람들의 방송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명백해지지 않았나싶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믿고 우리나라 방송이 공정성을 회복하고 편파방송이 사라지기 바란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보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심의가 부제한 우리나라 언론 상황 심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