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오늘 퇴임식을 마치고 검찰청사를 떠났습니다. 채 총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신임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고 별탈없이 인사청문회를 마친 인사로 유명세(?)를 탔었습니다. 당시 너무나 흠 많고 탈 많았던 다른 인선 내정자에 비해서 무난한 인선이었다는 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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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디어몽구 트위터]
▲ 찍히면 물러난다
자리에 오른지 180일만에 청와대 '찍어내기' 압박이었다는 의혹 속에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검찰총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채 총장은 너무나 잃은 것이 많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흠 없었던 그의 경력에 혼외자식, 축첩 등의 공직자 윤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의혹이 생겨났고 과거의 자잘했던 행적까지 '정황증거'라는 미명아래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십성 찌라시 기사가 파파라치 기자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법무부 감찰 조사 결과였다는 것이 채 총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무엇을 잘못하였길래 이처럼 커다란 수모를 겪으며 낙마를 해야하는 것일까요? 의심이 가는 부분은 단 한가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원칙과 소신대로 파헤쳤다는 것 뿐 입니다. 검찰이 대선 개입 지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경찰 수사 은폐 왜곡 혐의로 김용판 전 서울청장을 기소한 것이 검찰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입니다.
▲ 구속 안 시키고 '기소'만 했는데도 미운 털
사실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원세훈, 김용판, 국정원 직원을 기소만 하고 구속시키지 않은 검찰의 처사가 무척 형평에 어긋났고 정권 눈치보기 라고 생각했건만 누군가의 시선으로는 '기소'마저도 미운 털 박히는 일이었나 봅니다.
이 추측이 맞다면 우리나라의 법과 정의는 위로부터 썩은 것이 참말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상을 보면 이것은 단순 기소가 아니라 구속 수사는 물론이거니와 혐의없음으로 풀려났던 상당수 인사들 역시 다시 잡아들여야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정원 댓글사건은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나 여전히 진실 공방의 지루한 시간끌기에 갖혀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국정원을 기소했던 채동욱 검찰총장은 자리를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국정원 진상조사 청문회 출처 팩트티비]
▲ 채 총장 죽이기에 동원된 언론
종편에서는 채총장의 혼외자식과 축첩을 아예 기정 사실화하며 그가 물러나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하였고 마치 진실 추구가 최고의 가치였다는 듯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보도만 내보냈습니다. 아마 종편에 익숙한 대다수 시청자들은 채동욱 총장은 불륜이고 당연히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모두 증거라는 것은 채 총장의 과거 행적을 법무부와 청와대가 털털 털어나온 '정황'에 불과합니다. 단골 술집 드나든 것 자체가 불륜이라면 우리나라 공직자 중에 자리 보전할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며 의혹 대상인 임모씨가 청사에 왜 찾아왔는지 이유를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떻게든 채 총장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정황만 말하고 증거를 대지 않는 것은 그에 대한 배려와 감찰의 품격보다는 '증거가 없어서'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채 총장의 명예와 품격은 더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짓밟혀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은 굶주린 사냥개 마냥 채총장 진실 규명에 목소리를 높였던 사이비 언론은 내일부터 짖어대기를 멈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채 총장 끌어내리기라는 목적이 달성되었고 더 이상 그를 회상한다는 것은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들은 언론이 아니라 충실한 사냥개만도 못한 집단인 것입니다.
▲ 채동욱 총장 퇴임사
채 총장은 퇴임사에서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다음의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밝힙니다.
어떤 사건에서든 수사검사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했으며, 옳다고 믿는 의견은 반드시 지켜주는 것이 저의 역할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히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한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만이 검찰의 살 길이며, 그것이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검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주문을 합니다.
약자에게는 더욱 배려하고 겸손하면서도, 강자에게는 태산같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낙마하는 이유로 지목되는 '혼외자식' 문제에 대한 떳떳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합니다. 아마도 가장 많이 마음 고생한 곳은 채 총장의 가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하늘나라로 간 큰 딸과 작은 딸 그리고 39년 전 고교 동창으로 만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말하고 있습니다.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 딸,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작은 딸, 너무나 고맙습니다.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출처 연합뉴스]
▲ 낙엽귀근 "진실을 묻으려해도 결국 진실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채동욱 총장은 떠났고 새로운 검찰총장이 누가 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아주 최소한의 방식으로 국정원 사건을 건드렸던 전임 총장이 겪었던 시간은 가혹했습니다. 여간한 '대쪽' 총장이 오지 않는한 모두가 채 총장을 그리워할 듯 합니다.
그리고 채동욱 총장은 퇴임사 마지막에 '낙엽귀근'이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합니다.
“낙엽귀근(落葉歸根)”
떨어질 낙(落), 잎사귀 엽(葉), 돌아갈 귀(歸), 뿌리 근(根)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낙엽은 지지만 낙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불교의 윤회사상이 담긴 뜻으로 '세상은 돌고 돈다'는 것입니다. 퇴임사의 마지막 구절치고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로 들립니다. 현재 국정원 사건의 원인이 결국 뿌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뜻도 되거니와 진실을 묻으려해도 결국 진실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채동욱 총장의 빈자리가 앞으로 크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또한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그의 등 뒤에서 풍전등화처럼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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