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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KBS 노동조합 파업, 공정방송을 위해 KBS가 나섰다

오늘 새벽 5시부터 공영방송 KBS가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KBS노동조합, KBS방송전문 노조, KBS자원관리노조 등 3개 노조가 "방송법 개정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파업 투쟁에 나선 것입니다. 


먼저 KBS는 다소 복잡한 노동조합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노조 구성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방송사 파업하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에 있었던 MBC, KBS, YTN의 방송사 총파업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때 MBC는 방송 역사에 길히 남을 170일 장기 파업을 펼쳤고 KBS 역시 95일의 동안은 파업을 했습니다. 작년 방송사 연대 파업은 공정방송 사수와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언론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습니다. 










KBS의 여러 갈래 노동조합들

그런데 작년에 방송사 연대 파업을 펼쳤던 KBS 노조는 오늘 파업을 하는 KBS 노동조합이 아니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약칭 : KBS 새노조) 였습니다. KBS는 이처럼 'KBS 노동조합' 과 'KBS 새노조' 로 나눠져 있고 여기에 더하여 직급이 1급인 사원들로만 구성된 'KBS 공영노조'라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복수노조 허용이 노동자의 권리로 규정되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의 힘의 원천이 '단결'에 있는데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는 KBS 노조 구성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하튼 박근혜 정부 들어서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언론사 파업을 KBS 노동조합이 처음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실 작년 KBS, MBC, YTN 방송사 연대투쟁으로 얻은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은 방송노조에게 새롭게 파업을 한다 것이 쉽지는 않을 일입니다. 


MBC의 경우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액만 195억원이고 수많은 방송인이 해고와 징계를 받아 친근했던 방송인들이 아직도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KBS 노동조합 출처 : 뉴시스]




▲ KBS 파업의 목적 : 방송의 공정성 확보

그러나 상대적으로 작년 방송3사 연대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KBS 노동조합은 힘을 비축해놓은 상태이고 파업 참여 인원만 2,500여명 수준으로 KBS 경영진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작년에 파업을 벌였던 KBS 새노조는 조합원이 1,200여명이다)


이번 파업을 통해 KBS 노동조합이 얻으려고 하는 것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공정성 보장' 입이다. 이명박 정부 때 가장 극명하게 들어난 언론사 낙하산 사장과 방송의 공정성과 질 저하는 참혹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잘못된 사장 한명이 방송국 하나를 절단내버리는 수준까지 끌고 가는데 이것을 막을 방법과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공영방송 사장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겨났고 지금의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에 뜻을 같이한 것입니다. 현재 KBS 사장은 이사회에서 과반수 추천하여 방통위가 제청을 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입니다. 


겉으로는 사장 선출에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KBS 이사회 11명 중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의 비율로 뽑고, 방통의 상임위원 역시 여당 3명, 야당 2명으로 모두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게 됩니다. 결국 여당의 뜻대로 야당의 견제 없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할 수 있는 구조인 것입니다. 



[BBC 영국, HNK 일본, FT 프랑스, ZDF 독일, KBS 한국, 출처 : KBS 노동조합]




▲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 : 과반수제 --> 특별다수제

그래서 해외 주요 공영방송 사장 선출은 과반수제가 아닌 '특별다수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별다수제란 3분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방식으로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사장을 선출할 수 없는 방식인 것입니다. 그만큼 서로 견제를 통해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를 공영방송 사장으로 앉힐 수 있는 방식인 것입니다. 


그리고 KBS 노동조합이 연말로 치닫고 있는 현 시점에 파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지난 3월 국회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가 성과 없이 오는 30일로 종료되기 때문입니다. 방송의 공정성 회복 문제는 이명박 정권 내내 나왔던 이야기이고 새 정권 들어서 국회가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놓고는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것입니다. 


이것은 지난 5년 동안의 잘못된 방송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기에 KBS 노동조합이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파업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 방송 공정성 회복을 이루는 파업 

어려운 시기의 KBS 노동조합 파업이 부디 성과를 얻었으면 합니다. 방송사에서 사장이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작년 MBC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주변에 MBC 뉴스를 보면서 세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간판스타였던 오상진, 최일구, 문지애 아나운서 등은 이제 종편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9월 26일 오늘이 KBS 노동조합 파업 1일째 입니다. 2012년에 이어 2013년 대한민국 방송사 파업 역사가 새롭게 쓰여지는 것입니다. 


이번 만큼은 꼭 지배구조 개선하여 방송의 공정성 회복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