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지내던 411 총선 후폭풍은 국회 개원과 함께 발등의 불로 떨어졌습니다. MBC 파업 163일째, 이제 모두가 지치고, 정의에 대한 감각마저 무뎌지고 있습니다. 못생긴 얼굴도 오래 보면 익숙해지듯이 언론사 파업의 이유와 의미도 이제 일상의 일로 평범해지는 것 같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이제 무엇이 비리이고 잘못인지 구분조차 모호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손바닥 꾹>
사회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이웃 블로거가 사석에서 한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습니다. 최소한 자라나는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샅샅이 파헤치고 바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입니다.
요즘은 아이들한테 텔레비젼을 보면서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에 대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나라의 지도자이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잘못을 하고서도 뻔뻔하게 고개를 쳐들고 뉘우침없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말해주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한선교 문방위원장 출처 : 오마이뉴스]
▲ 문방위원장 한선교, 불도저 인사는 많이 닮았다
얼마전부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문방위)에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되었다는 것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선교 의원의 국회 도청 사건 의혹과 뺑소니 음주 차량 동석 문제로 문방위원장이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의 결격사유를 가지고 있다 주장하였습니다. 저는 이 정도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라면 다시 내정하여 다른 사람을 추천할 줄 알았는데 새누리당의 불도저 방식은 대통령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뭐라고 하던, 여론이 비판을 하던,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원하는 자리에 박아두는 것이 이 나라의 나쁜 인사 방식으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이런 인사를 하면서도 나중에는 국민을 받들고, 나라를 위해서라고 하니 거짓말로 이런 생거짓말이 따로 없습니다.
▲ 19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방위
그런데 19대 국회의 18석의 상임, 상설특별 위원회 중에서 문방위의 역할과 중요성이 너무나 절실한 시기에 한선교 의원과 같은 구설수 인사가 발탁된 것은 상당히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왜냐하면 약점이 많은 사람은 과잉 충성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선교 의원은 국회 도청 사건과 관련하여 납득하기 힘든 조사 과정을 통해 무죄를 입증 받았습니다. 그리고 뺑소니 음주 운정 차량에 동석했다는 치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방위 위원장에 낙점을 받았다면 그에 대한 기대가 무척이나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기대가 무엇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국회 문방위 활동이 시작되면 서서히 들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 시점에서 국회 문방위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서 언론과 방송에 대한 법안과 심의를 한다는 것입니다. 당장에 MBC 파업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고, 정수장학회 문제, 종편 밀어주기에 대한 의혹 등 현안 문제와 그 중요성이 매우 높은 상임위원회 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곳에 흠집 있는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세운 것은 새누리당의 꼼수처럼 보입니다.
▲ 새누리당의 한선교 카드에는 어떤 깊은 뜻이?
언뜻 보면 새누리당의 실수처럼 보이지만 실수가 아니라 현재 언론사 파업 등에 대한 새누리당의 기본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한선교 의원은 새누리당보다 더 새누리스럽게 언론사 파업과 미디어의 공정성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유는 이미 이야기 했지만 한선교 의원을 따라다니는 의혹과 구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문방위원장이라는 직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 한선교 의원은 최저 득표율을 보이면서 문방위원장에 당선되었고, 당선 인사말에서 "문방위원회는 정치 투쟁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바로 문방위원회는 서민들의 문화 통신 격차 등 여러가지 격차를 해소하고, 따뜻한 숨결로 어루만져줄 수 있는 그런 위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 국회에서 정치(투쟁)를 안하겠다는 점잖은 분은 누구?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발언입니다.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이 국회(문방위)가 정치 투쟁의 장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를 가치 부정적으로 폄하하는 사람들의 속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전 글에서 충분히 설명 드렸습니다.
한선교 위원장의 당선 소감을 보면 전형적인 정치인 냄새가 납니다. 정치 투쟁을 안하겠다는 이야기는 MBC 파업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MBC 김재철 사장이 내용상, 법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이전 부터 현 정부의 언론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이런 사람이 국회 문방위원장이 되었으니 언론사 파업이며 공정성 문제가 국회 차원에서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전 김재철 사장 퇴진에 대한 여야 합의가 있었고, 오는 8월 방문진 이사가 새로 선임될 때 교체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들떠 있었지만 그것 역시 새누리당의 꼼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 언론사 파업, 공정성 문제는 국회가 해결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에게 언론사 파업과 공정성 회복을 위한 진정성이 있었다면 한선교 의원을 위원장에 내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고, 무너져버린 강둑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 과반수의 새누리당 의원은 당연히 한선교 의원을 지지하였고, 정신나간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지지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매일마다 TV에 새겨지는 런던 올림픽 카운트 다운을 보며 흥분하고 좋아할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축제의 마당에 빠져 있을 때, MBC 파업은 200일이 넘어갈 것이고, 김재철 사장은 언제 그랬냐식으로 그냥 자리를 지키거나, 아니면 김재철 사장보다 더 무시무시한 인사가 MBC 사장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추측일 뿐, 사실로 다가오지 않길 바랍니다. 그런데 만약 추측이 사실이 된다면 모든 원인은 국민이 투표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올해는 투표가 한번 더 남아있습니다. 오늘은 박근혜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날입니다. 이와 맞서는 문재인 후보는 종각에서 블로그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제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부디 올해 마지막 선거는 제대로된 선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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