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몇달 동안 월급을 못 받고 생활한다면 경제적으로 위축되고 여러가지 삶의 고통이 뒤따를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공부하고 꿈을 품고 들어간 직장이 5개월여의 파업으로 일을 할 수 없다면 사회인으로서의 결여감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손바닥 꾹>
이런 모든 문제가 한 개인의 고뇌이며 삶의 어려움이면 당연히 자신을 위해 최선의 것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파업의 명분이 어떠하던 개인의 삶이 무너져버린다면 그 누구도 그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의를 지키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MBC 파업 165일째]
▲ MBC 파업 업무 복귀 소문
MBC 파업, 165일째, 노동조합의 업무복귀 소식이 소문으로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던 거짓이던 업무 복귀에 대한 논의와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불러도 대답없는 벽'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멈춘다해서 함부로 노조에게 비겁하다 돌을 던지거나 비난하기 힘든 것을 압니다.
업무 복귀의 이유가 위에 열거한 생활의 어려움이라면 개인적 선택에 맡겨두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노조도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니 다수결의 원칙으로 동의를 얻어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업무 복귀의 이유
그러나 요즘 정치권의 MBC 파업에 대해 오고가는 제스쳐를 보고서 업무 복귀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그것만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치 정치권이 MBC 노조의 당면 과제처럼 되어버린 김재철 사장을 해임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금 파업을 접는 것이라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약속 또는 기대감이 있다면 정말로 김재철 사장의 거취가 확실히 정해지는 8월 초 방문진 이사 선임까지만 기다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 급하여 165일 동안 끌어온 파업을 20일 정도 참지 못하고 엉성한 마무리를 지으려는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김재철 사장이 사라진다고 지금의 MBC가 갖고 있는 잘못된 언론 환경이 갑자기 개선될지도 의문입니다. MBC 사장을 지금처럼 여당 3표, 야당 3표, 대통령 3표의 방문진 이사 선임권에 의해서 뽑는다면 다음 사장 역시 김재철 사장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 한 회사, 한 개인의 파업 이상의 의미, MBC 파업
남의 회사 파업에 대해서 해라 마라 하는 것이 주제 넘을 지 모르겠지만 현재 MBC 파업은 대한민국의 언론 공정성을 회복하느냐 마냐의 대단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여느 일반 회사 노조원들이 하는 파업과는 다르게 더 관심을 가지고 서명에 동참하며 지지해 온 것입니다. 이번 MBC 파업은 언론인으로서 가지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까지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조원 개인의 어려움과 피로감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좀더 파업의 대의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혹시나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후보 박근혜 의원의 MBC 파업 관련 언급에서 해결을 실마리를 본 것이라면 더더욱 말리고 싶습니다. MBC 노동조합의 '파업채널M'에서는 박근혜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 당시 "MBC 파업이 안타까운 일" 이라는 전제와 "방송과 언론의 공정성은 확보돼야 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대목을 인용하며 대단히 앞서가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관련글)
[출처 : 민중의 소리]
▲ 왜 새누리당에 기대하는가?
정작 박근혜 의원이 남긴 말은 몇마디 안되는 데 새누리당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첨가하며 마치 언론 청문회와 김재철 사장 퇴진이 기정 사실화 될 것처럼 들떠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대목이 우리나라 언론이 얼마나 공정성에 대한 균형감을 상실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왜 박근혜 의원의 입에 그렇게 관심을 갖고 그가 마치 자신들의 파업을 풀어줄 것이라 기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애시당초 언론은 그 누구의 입김에 흔들려서는 안되는 조직이었습니다. 사장도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선출되어 어떤 권력 앞에서도 당당하고 떳떳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 박근혜 의원의 원론적 문장이 해결의 실마리?
MBC 노동조합의 이번 파업의 의미는 언론의 공정성 회복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의 한 문장도 안되는 언급에 지나친 희망을 표시하며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스스로 공정성의 시각을 버린 것밖에는 안됩니다. 백번 양보하여 박근혜 의원의 말을 듣고 새누리당이 청문회를 열고 김재철 사장을 내쫓아준다면 새누리당이 한국의 언론 공정성 회복의 일등 공신이 되는 것입니까?
도리어 언론사 파업에 대해 일개 대선 후보가 해결줄 수 있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는 것에 대해 언론인으로 자존심 상해하고 그 진위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파업의 당사자인 MBC 노동조합이 박근혜 의원의 원론적 문장 하나를 침소봉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오랫동안 힘들고 어렵게 싸워 온 것은 알겠지만 이런 식의 기대와 희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망감을 줄 뿐입니다.
▲ MBC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 누구의 탓인가?
상식적인 사회라면 MBC 파업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파업이었고, 정치권의 의지만 있었다면 중간에 얼마든지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파업이었습니다. 그런데 필요에 의해 방치해 두다가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이제와서 파업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꼼수라 보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진정으로 언론의 공정성을 원하고 MBC 파업을 안타깝게 생각하였다면 한선교 의원같은 사람을 국회 문방위원장으로 내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듯 주변의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MBC 노동조합의 업무 복귀 소식이 들려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처음에 말하였지만 한 개인의 165일의 무급 파업, 대단히 힘들고 어려운 인내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만둔다고 하여 비난하거나 나무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나 개인적 차원의 인정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 지금 멈추면 얻은 것은 텅빈 통장, 잃은 것은 동료 해고자
현재 MBC는 개인의 안위를 위해 파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 참과 거짓의 균형추를 상식적인 수준까지 끌어와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에서 시작한 파업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아무런 성과도 없이 수 많은 징계자와 텅빈 지갑과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만 남긴 체 끝내 버린다면 아니한만 못한 파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의 원론적 몇마디 말에 기대를 걸고 접으려는 파업이라면 더더욱 말리고 싶습니다. 이전에 해 줄 수 있을 때 안해주다가 갑자기 해준다고 할 때는 엄청난 꼼수가 뒤에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지금 멈추면 아니한만 못하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올 여름 최대 이벤트가 될 런던 올림픽이 열리면 MBC 파업은 묻힐 가능성이 큽니다. 묻히기 전에 파업을 접자는 이야기도 노조원들 사이에서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파업을 접은 다음에 김재철 사장이 그대로 있거나 더 위대한 분이 사장으로 낙하에 오고, 징계 철회는 내려지지 않으며, 파업 참여 노조원들이 보직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MBC 파업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영원히 묻힐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한국 언론의 공정성도 함께 묻혀버리는 뼈아픈 상처를 남기게 될 것입니다.
MBC 방문진 이사 선임은 8월 초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때까지만은 파업을 유지하는 것이 여러모로 노동조합에게는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디 MBC 노조가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로 지금 멈추면 아니한만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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