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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KBS 추적60분, MBC 파업을 말하다

가까스로 KBS 추적60분 <MBC파업 무엇을 남겼나> 편이 방송을 탔습니다. KBS 새노조가 뚜렷한 타협점 없이 파업을 정리하면서 내세웠던 논리가 업무에 복귀하여 주요 현안에 대해 공정 보도를 하겠다는였는데 KBS는 그 약속을 어느정도 지킨 것 같습니다. 물론 MBC 파업에 대한 탐사보도가 공정방송의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 시발점으로 뜻깊은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KBS 추적60분, 출처 : KBS]



MBC에 <PD수첩>이 있다면 KBS에는 <추적 60분>이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피디수첩보다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MBC 보다 먼저 망가지기 시작한 KBS 이기에 추적의 칼날이 많이 무뎌져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올해 있었던 KBS 새노조의 파업 덕분(?)으로 예전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습니다. 


    



▲ 방송끼리는 서로를 비판하지 않는다?


KBS <추적 60분>이 다룬 MBC 파업은 다루기 쉽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MBC 파업이 다루기 난해한 주제라는 뜻이 아니라 MBC는 경쟁 방송사라는 데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방송(언론)은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비판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방송사의 치부를 다른 방송사에서 건드린다면 똑같이 되값아 줄 수 있는 것이 언론의 생리입니다. 


신문사와 신문사, 방송과 신문사 간의 신경전은 여러 차례 있어 왔지만 그 결과는 서로 화해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서로에게 날리는 비판의 칼날이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을 알기에 미리 평화 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KBS와 MBC는 대한민국 양대 방송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비판이나 언급을 무척 꺼려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예능 방송인들 역시 타 방송사에 출연하였던 것을 극히 숨기거나 불가피하게 언급할 때는 정확한 방송사의 명칭을 대는 것이라 아니라 'M본부' , 'K본부' 등의 가칭을 이용하여 방송사 간조심스러운 관계를 드러내곤 합니다. 


이런 관계 설정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상대 방송사의 노동조합의 파업 소식을 전한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상대 방송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될 것이고, KBS 경영진도 좋아할 턱이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KBS 추적60분 <MBC 파업 무엇을 남겼나>, 출처 : KBS]



▲ 상대 방송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중요한 사회적 이슈, MBC파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가 MBC 파업 <170일 만의 복귀, MBC 파업 무엇을 남겼나> 편을 강행한 이유는 이것이 상대 방송사의 단순 파업이 아니라 언론의 공정성에 관한 사회적 이슈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방송사끼리의 불문율을 지키기에는 MBC 파업이 가지는 사회적 중요성이 매우 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MBC는 KBS의 자사 파업에 대한 기사 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들어냈습니다. KBS와 MBC 노조에 따르면 MBC가 KBS 간부들을 만나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시용기자 (파업 기간 동안 채용한 비정규직 기자)를 시켜 'KBS 수신료에 대한 보복성 취재'에 대한 암시를 주었다고 합니다.(관련글)  또한 <추적60분> 취재팀의 MBC 여의도 사옥 출입을 제지하다가 노조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후에나 노조사무실 인터뷰 조건으로 출입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 탐사보도의 중요성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KBS <추적60분>이 MBC 파업을 탐사보도 했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이것은 KBS 새노조의 파업 기간 동안의 지속적인 요구 사항이었던 '탐사보도팀 부활'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우리 사회에는 집중적이고 충분한 설명과 내막을 파헤쳐야 할 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산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민간인 사찰, 선관의 디도스, 4대강 사업 등 아직도 중대한 사건들이 더 이상 파헤칠 것이 없다는 이유로 답보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MBC는 170 여일의 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였지만 현재로서는 너무나 오랜 기간의 파업과 사측과의 마찰로 인해 제대로된 방송을 내보내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리고 최승호 PD와 같은 취재 능력과 바른 말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이 해고 또는 강제 인사 조치를 당하여 예전의 날선 비판을 가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부디 KBS가 이번 <MBC 파업 무엇을 남겼나>편에서 처럼. 진실을 위해서는 대내외 압박을 극복하고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묻히고 덮어져 버린 비리와 부패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탐사보도와 더 날선 비판으로 사회 정화라는 언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