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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MBC 제3노조 출범, 누구를 위해 노동조합을 만드나

작년 문화방송 파업을 이끌었던 노동조합을 종북 노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심지어는 언론의 탈을 쓴 매체에서 MBC 노조 = 종북노조 라는 황당한 대입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언론인이랍시고 글을 쓰고 신문을 발행하니 세상이 혼탁하고 정의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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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의도 사옥 여름]




▲ MBC 노동조합은 정상적이고 정당한 노조

저는 지난 5년을 지나오면서 이런 화법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경험해봐서 아는데 또는 그 분야는 내가 좀 아는데"로 시작하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저도 한번 써 먹어봐야겠습니다. 제가 MBC 노동조합에 계신 분을 좀 아는데 말입니다. 그 분은 종북 근처에도 가지 않고 자본주의 체제를 매우 지지하는 그러나 상식적인 세상을 꿈꾸었던 나머지 졸지에 파업에 참가했습니다. 제가 아는 그 분을 종북이라 부른다면 진짜 종북주의자들이 기분 상해할 정도로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될 것입니다.


일단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겠습니다. 현재의 MBC의 망가진 상황을 보면 작년에 있었던 MBC 노동조합의 파업이 의미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실 것입니다. 혹자는 노조의 파업으로 MBC가 망가졌다 핑계대는 분들도 있지만 분명히 노조가 업무에 복귀했는데도 제대로된 직원을 방송에 복귀시키지 않은 것은 김재철 사장 본인입니다. 


숙련되고 전문적인 그리고 인지도 높은 방송 인력은 징계하고 전출보내고 교육장에서 빵 굽는 법이나 가르치고 있으니 정규방송이 제대로 될리 없는 것입니다.  





[MBC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온 노회찬 의원]


2013/02/14 - [까칠한] - 노회찬 의원직 상실, 떡값검사 폭로가 죄가 되는 이상한 판결




▲ MBC에 새로운 노조 설립

이러한 가운데 MBC에 더 황당한 일이 생겼습니다. 노동조합이 또 하나 생겨난 것입니다. 한 회사 안에 여러 노조가 생기는 것은 법과 원칙에 따라 문제될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법과 원칙 이전에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노동조합이라는 뜻에서 '노동'이라는 단어 뒤에 왜 '조합'이 붙느냐하면 노동자는 개별적으로 있을 때 무기력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노동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합니다. 물론 자유 전문직도 있고 노동조합이 필요없는 직업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하며 직장 동료들과 화합하고 상사와 사장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그만큼 노동이라는 행위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이며 삶의 터전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사람이 기본적인 노동하는 과정에서 힘 있는 사용자(사장)에게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권이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입니다. 그리고 여기서의 핵심은 '단결'입니다. 혼자가 아닌 단결하여 조합을 이룰 때 사용자와 힘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MBC 파업 당시 서명을 직접 받았던 문지애 아나운서]




▲ MBC 노동조합 작년 최장기 파업으로 피곤하고 지쳐있을 때

작년 MBC파업은 최장기 파업이었고 언론의 공정성 확보, 김재철 사장 퇴진이라는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세상의 힘을 가진 자들이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지 않았고 방치하고 무력화 시킴으로 자체 역량만으로 승리하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그와 같았다면 지금 새로운 노조를 만들기보다는 지치고 피곤함에 빠져있는 노조에 가입함으로써 힘을 보태주어야 하는게 상식적이지 않을까요? 아직 김재철 사장은 퇴진하지 않았고 MBC 노동조합은 파업을 멈추었을 뿐 사측과의 싸움을 끝나지 않았음을 천명하고 있습니다.그러한 가운데 어제 알려진 새로운 노도조합 설립은 노조의 기본적인 존재 근거인 단결권을 분열시킴은 물론 상식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MBC 새노조에는 고작 3명의 조합원이 있을 뿐이고 이 중에는 작년 파업 당시 노조를 이탈하여 업무에 먼저 복귀했던 최대현 아나운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 MBC 언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나

MBC 해가 바뀌어도 바람 잘날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이 없는데 제3노조까지 만들어진다고 하면 당연히 의혹의 눈길은 MBC 사측으로 돌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점점 헤어나올 수 없는 늪으로만 빠져드는 것 같은 MBC 너무나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