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구 앵커가 빵을 좋아해서가 아닙니다. 아니면 퇴직 이후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제빵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최일구 앵커가 빵을 만드는 이유는 오직 친절한 MBC의 극진한 배려(?)에 의해 '교육명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최일구 앵커는 MBC의 뉴스 진행자로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다소 엉뚱한 진행과 말솜씨로 '최일구 어록'을 남길 만큼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입니다. 자신이 전하는 뉴스에 동물원을 탈출한 말레이곰이 등장하면 클로징 멘트로, "말레이곰 자꾸 도망다니지 말레이~"와 같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개그를 날리는 것이었습니다.
<손바닥 꾹>
다소 딱딱하기만 했던 뉴스 진행에서 최일구 앵커의 재치(?) 있는 입담은 화제가 되었고 이후 최일구 앵커는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MBC의 간판 앵커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방송의 공정성 회복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해 싸웠던 MBC 노조의 최장기 파업과 함께 모든 것이 변하였습니다. 최일구 앵커는 부국장급 간부였으며, 주말 뉴스를 진행하는 보직자 였습니다. 회사에서 자신의 지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일구 앵커는 자신을 상징하던 앵커자리(보직)을 내던지고 후배들의 파업에 함께 동참한 것이었습니다.
[최일구 앵커, 출처 : 미디어오늘]
▲ 최일구 앵커 파업에 동참하다
회사로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고 즉각 주말 뉴스데스크 자리는 바로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였습니다. 보직을 잃은 최일구 앵커는 회사 밖에서도 MBC의 편향성에 대해 비판하기를 서슴치 않았고 노조의 장외 행사에 적극 참여하였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일까요? 최일구 앵커는 노조의 업무복귀가 이루어진지 3개월째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TV에서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17일에 있었던 MBC의 교육명령 조치를 보면 최일구 앵커가 왜 TV에서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정직 3개월 이후, 브런치 교육명령
최일구 앵커는 올해 있었던 MBC 노조 파업 당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17일 3개월의 정직 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브런치' 교육명령을 받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MBC에는 7월 업무복귀 이후 3차에 걸친 교육명령 대상자만 95명으로 늘어났고, 여기에는 간부급 뉴스 진행자였던 최일구 앵커를 포함, 김세용 앵커, 강재형 앵커, 김재영 PD, 이춘근 PD, 양동암 영상기자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남극의 눈물>로 유명한 김재영 PD는 전날 2012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에서 TV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다음날 교육명령을 조치를 받음으로 황당함의 극을 달렸습니다.
국제적 시상식에서에서 대상을 수여받은 자신의 직원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 망정, 교육명령이라는 징계성 보복을 내린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방송인으로서 자질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을 잘하고 못하고와 상관없이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 현재 MBC의 풍토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잘못된 시각이 '비난 받는 MBC, 예전과 너무나 다른 MBC'기 된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전문 방송인, 제대로된 언론인이 빵을 만들어야 하는 슬픈 현실
현재 MBC는 방송 사고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또한 조중동의 종편보다 못하다는 방송의 편향성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것의 직접적인 원인은 파업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업무 복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투입하지 않는 사측의 잘못된 방침에 있는 것 같습니다 .
최일구 앵커와 같은 간판급 앵커와 전문 방송인들이 추락하고 있는 MBC의 옛 명성과 신뢰도 회복을 위해 헌신하고 일하게 만들어도 부족할 판에 '빵 만드는 교육명령'을 받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말로 MBC를 위하고 언론의 공정성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누구였으며, 현재는 누구인지, 곰곰히 따져보아야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방송사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최일구 앵커와 같은 재미있는 방송인이 빵이나 만들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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