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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남이 하면 불법, 내가 어기면 악법


제헌절이네요 늦잠자고 눈비비고 일어나니 제헌절 기념식을 합니다. 제헌절 예전에는 공휴일이었는데 요즘은 쉬는 날이 아니라 무슨 날인지 흐미해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때 보다도 '법치'라는 말이 많이 떠도는 요즘, 제헌절 무척 중요한 날임에 분명합니다. 법치를 중요시 하는 현 정부가 왜 다시제헌절을 공휴일로 정하지 않는지 의문이네요. 

법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인데 '법치 법치'하는 것으로 보아 법을 누군가가 엄청 안 지키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외치며 독배를 마셨던 소크라테스를 기억하고 존경하도록 배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소크라테스 본인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소크라테스의 죽음》 - 자크 루이 다비드

악법도 법이다’(라틴어: Dura lex, sed lex직역: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이다)는 아무리 불합리한 법이라도 법체계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선고받자 그를 도우려는 사람들이 탈옥을 권유했지만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과 함께 독약을 마시고 죽었다고 알려져 왔다.

권창은 전 고려대학교 교수(철학)와 강정인 서강대학교 교수(정치학)는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라는 책에서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으며, 이 일화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적인 법 집행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4년 11월 7일 헌법재판소는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헌법에 대해 잘못된 내용을 찾아 교육부에 수정을 요청했다. 이때 일부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고 독약을 먹었다는 내용은 준법사례로 연결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고 이후 이 내용은 교과서에서 삭제되었다. (출처 : 다음 백과)


얼마전 모 국회의원이 현행법을 어기면서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일이 있었습니다. 입법기관이 사법기관을 완전히 무시한 일이었죠. 그런데 그 분 전혀 부끄러워 하거나 사과조차 하지 않더군요. 무슨 돼지저금통을 전교조에 갖다주고 해결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비쳐진 모습은 무슨 자신이 투사나 열사가 되어 의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모 국회의원이 전달하고 갔다는 돼지저금통 출처 : 전교조 교육희망]

주변에 그를 동조하는 동료 국회의원도 많으니 그가 어긴 법이 '불법'이 아니라 '악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법치'를 강조하는 분들이 법을 어긴 동료를 싸고 돌 때는 무슨 생각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 분에게 소크라테스가 한 적도 없다는 '악법도 법이다'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였나 봅니다.

그런데 모국회의원이 그렇게 미워한 전교조는 어떤 단체입니까? 
지난 선거에 나온 교육감들의 공약을 보면 전교조가 이슈였습니다. 지금은 범법자로 구속된 초대 서울시 교육감 공정택도 반전교조 전략이 선거의 주요한 전략 중에 하나였죠.

그럼 전교조는 불법 단체인가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고매한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숭고한 대한민국의 법을 어기면서까지 전교조를 고발하고 공격할 대상이라면 '불법' 이상의 사악한 집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법치주의 사회에서는 단순히 '사악하다'라는 추상적 부정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법을 어겨야 처벌을 하지 상식적으로 나쁜 놈이고 사악한 집단이라고 해도 뭐하나 제재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인터넷 게시판가서 익명으로 몰래 욕하거나...아니면 지나가다 머리통이라도 한대 쥐어 박던지요. 

그런데 이런 행동은 도리어 '그'가 아닌 '자신'이 범법자가 되는 것입니다. 인터넷 욕설 " 명예훼손죄, 머리통 쥐어박기 "폭행죄"

[법의 상징물 : 일단 눈을 가리고 한손에 칼, 나머지 손엔 저울 그리고 여신입니다 출처 : www.hitechcj.com]

그래서 법에 호소해야 하고 법을 통해 상대편이 법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해 내야 합니다. 그리고 법에 의해 처벌을 하거나 없애버리던가 해야죠. 결국 전교조에 대한 공격은 그들이 '불법단체'라는 것을 증명해 내는 것으로 수렴해 갈 것입니다. 전교조 교사가 정당에 후원금 내고 가입한 것이 불법이었다는 것이 이런 공격의 일환이겠죠.

이번 KBS 파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공영방송이 프로그램 중간에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새노조의 파업이 합법한 것이라면 회사의 자막 내용은 법적 검토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서로의 명분을 놓고 싸우는 양측은 '악법'과 '불법' 이라는 종이한장 차이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내 편에서 상대방을 '불법'으로 낙인 찍는데 성공한다면 내가 사용한 불법한 절차는 모둔 악법이었던 것이고 
상대방의 불법을 증명해 내지 못하면 내가 불법한 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신이 악법의 피해자가 되거나 상대방이 불법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아니라 억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법의 결정과 상관없이 남이 하면 불법이고 자기가 어기면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소크라테스가 해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답니다. 

너 자신을 알라 

이 말 역시 소크라테스가 오리지날은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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