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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중국 비행기에서 고추장 활용법

중국 상해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보통은 국내 국적기를 이용하는데 비행편이 맞지 않아 중국 항공사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중국 본토에서 타 보았던 중국 비행기의 기억이 좋지 않아(수직 상하강의 88열차 수준의 비행을 펼침. 기내식 배고팠는데 못 먹었음) 기피의 대상이기는 하였지만 날로 성장하는 중국의 국력을 볼 때 항공사 역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사람은 편견을 이겨낼 때 좀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을 이루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되어 입국 수속을 모두 마치고 탑승 게이트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는 약간 작은 기종이었고, 약간의 불안함이 엄습하였지만 단체 학생들도 옆에 있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비행기에 용감하게 올라 탔습니다.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이륙할 때 약간의 흔들림과 88 열차 느낌이 한번 있고 난 후에는 평온한 비행이었습니다. 한국 국적기 보다 저렴한 중국 항공사를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볼 때 다음부터 중국 국적기를 이용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비행기가 이륙하고 기대하던 식사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출장 준비로 오전에 분주했던 관계로 점심을 못 먹었던 저는 무척이나 기내식사를 기대렸던 터였습니다. 스튜어디스가 차례대로 기내식을 나누어 주었고 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냉큼 받아 들고 먹으려고 하는데 약간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빵을 먹으려는 데 버터가 없고, 오직 소스는 고추장이 전부 였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볶음 고추장이 기내식의 막강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고추장 사랑은 외국에 나가면 대단합니다. 특히 기내식으로 나오는 튜브식 고추장에 대한 애착이 높아서 국내 마트에서 시판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것을 알았던 것인지 중국 항공사에서도 한국 왕복 편에는 볶은 고추장을 메뉴로 개발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기내식에서는 고추장의 역할이 뭔가 기내식에 부족한 2%로 채워 주는 역할,
해외에 나가서 약간은 느끼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대신해 주는 해갈의 역할을 담당했는데 중국 기내식에서 고추장의 역할은 저에게는 참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

접시를 한참을 찾아 보았습니다. 하지만 오직 빵만 있을 뿐 버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빵에 버터가 아니라 고추장을 발라 먹었습니다. 달리 빵에 얹어 먹을 재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


볶음밥이 나왔는데 김치 없는 볶음밥, 반찬 없는 볶음밥이기에 또 고추장을 뿌려 먹었습니다. 옆에 있던 중국 사람이 저를 이상하게 쳐다 보더군요


그리고 유일하게 나온 샐러드 반찬에도 고추장을 뿌려야만 했습니다. 


숙주나물, 상추, 새우 등을 비니거 소스에 절인 음식이었는데 그냥 먹기는 애매하여 고추장을 또 첨가하여 먹었더니 맛이 살아났습니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나고, 상해 공항에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출장이 사흘인데 한국 음식에 길들어져 있는 제가 중국 음식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남은 볶음 고추장을 좀 챙겨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주저하는 가운데 야속한 스튜어디스가 제 식판을 회수해 갔습니다. 


별헤는 마음으로 앞으로 남은 중국에서의 식사 시간을 세어 봅니다. 

P.S. : 한국 인터넷의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진 한장 올리는데 5분 걸린거 같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