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시내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태풍이라도 지나간 것인지 도심 바닥이 온갖 종이로 뒤덮여 있더군요. 국군의날 퍼레이드를 한다더니 정말 시끌벅적하게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군인들이 멋지게 퍼레이드하는 순간만 환호할 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폐휴지로 가득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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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를 주워담는 환경미화원]
결국 애궂은 청소원만 길에 남아 휴지를 주워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10년만에 열렸다는 군대 도심 퍼레이드가 무엇을 의미할까요? 기사를 보면 '나라의 힘'을 보여주었다 등등 온통 찬양일색이지만 이런 행사를 하는 나라는 대표적인 곳이 북한을 비롯한 군사독재정권 입니다.
가끔가다 TV에서 볼 수 있는 북한의 군대퍼레이드는 적대국인 우리나라를 향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북한 군사퍼레이드를 보면 언제나 느끼는 감정은 참 불쌍하다는 것입니다. 저런 광대놀음에 동원되는 군인들이 불쌍하고, 총과 칼, 군대의 위력이 굶주리고 독재에 허덕이는 북한주민을 향한 일종의 무력시위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 군사 퍼레이드의 배경을 설명할 때, ''체제 안정'을 위해 무력시위를 벌였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체제안정은 열혈 신봉자들에게는 충성심을 고취시키고 나머지 국민들에게는 총칼의 힘을 과시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건군 100주년이면 이와같은 도심 군대 퍼레이드를 해도 무방하다고 하겠지만 갑자가 난데없는 도심 시가행진은 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새 정부 들어 국정원 문제로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 간의 타협과 화해를 유도해야할 정부가 도심에서 펼친 것이 군사 퍼레이드였습니다. 확실한 것은 군대 시가행진이라는 것이 '힘을 과시하는 무력 시위'이지 '평화의 손짓'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군인 행진에 미스코리아가 나타가 꽃을 주고 일베 논란의 대상이었던 크레용팝 같은 그룹까지 노출되는 군사 퍼레이드였습니다. (관련기사)
국군의날을 기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군인들에게 '포상과 휴식'을 주는 것이지 군사 퍼레이드는 아닙니다. 이와같은 행사를 통해 명령하고 지휘하는 수장급들이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이것을 준비해야하는 하는 말단 군인은 얼마나 힘든 지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다 알 것입니다.
부대에 '스타' 한명만 와도 발칵 뒤집혀서 쓸고 닦고 난리가 나는데 대통령 앞에서 4,500명의 군대가 퍼레이드를 펼칠라고 치면 얼마나 준비하고 고생했겠습니까? 그리고 이와같은 퍼레이드의 성과는 고작 군대가 지나간 후에 남은 쓰레기가 전부였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분단국이지만 괄목할만한 경제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가 군사력을 과시해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군사력이 전쟁 억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조그만 국토에서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보다는 우리가 잃을 것이 훨씬 많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북한 보다 가진 것이 월등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체제 유지가 중요한 외교력인 것이고 자꾸만 전쟁 무드로 몰아가는 북한에게 휘말릴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난데없는 군대 시가행진은 누구를 위한 것이고 어디를 향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건군 100주년이 될 때까지는 이와같은 시가행진이 또 없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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