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끔 대학가 근처에 가게되면 활발하고 꿈에 넘치는 대학생들을 보게 됩니다. 예전보다 더 멋있어지고 튼튼해보이는 것이 우리 학교 다닐 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는 후배들과 막상 대화를 나누어보면 활발하고 힘에 넘치는 외모와는 사뭇 다르게 많이 위축되어 있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젊은날에 슬픈 초상이라고나 할까요? 많이 두려워하고 스스로 위축되어서 인생의 길을 찾는 '방황'의 시기 아니라 낙망과 절망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어 보였습니다. 어찌보면 가진 것이 없기는 예전이 더 심했는데 '물질의 풍요'가 사람의 마음까지 풍요롭게 못해주는 것 같습니다. 


'물질의 풍요'보다는 가진 것에 따라서 '할 수 있고 없고'가 극명하지 않은 사회가 삶의 긍정과 만족도는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의지와 노력과는 상관없이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다면 인생의 출발선에 선 사람들이 열심히 뛰거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지 않겠죠. 이것이 어쩌면 꿈과 낭만의 캠퍼스가 되어야할 대학을 등록금에 허덕이고 취업에 고단해하는 절망의 캠퍼스를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출처 미디어오늘 , 중앙대학교]




▲  대자보를 허가받아야하는 대학

그리고 학문의 자존심을 가져야할 대학이 일부 재벌 그룹이 인수하면서 보수화되어, 꿈과 낭만과는 거리가 먼 '직업 양성소'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중앙대 진보신당 학생모임 소속 대학생들이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에 도장을 받으러 학생지원처에 갔다가 '현대차 간접광고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90년대 대학을 다닌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학교에 등록금을 내는 것도 학생이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라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학생들의 교내 활동인 '대자보'마저도 학생처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차의 비정규직 문제를 꼬집은 대자보 내용에 대해 '현대차 간접 광고'가 이유라면서 거부한 학생처의 결정은 더더욱 황당합니다. 그들은 역시나 학교 내에서는 '학칙'이 최우선이며 학생의 본분으로 현대차 같은 노조문제를 대학게시판에 붙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대자보를 보고 있는 학생들, 출처 경향신문]




▲ 법과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원칙주의자'들이 많습니다. 언제나 입에 '법과 원칙'을 달고 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남을 위한 '법과 원칙'일 뿐입니다. 법과 원칙 이전에 상식과 기본 도리와는 무관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면서 언제난 근엄한 척, 정의로운 척, 남을 위하는 척 합니다. 


대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토론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자 젊은이로서의 의무입니다. 이것은 재벌이 소유한 재단이 만들어낸 학칙에 견줄 수도 없고 굳이 법을 따지자면 '헌법'에 있어서 '사상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학칙' 운운하며 거부한 학교는 학칙을 남용하여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부당한 대자보는 현재자동차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비정규직 문제만큼 가슴에 와 닿은 것이 또 있을까요? 학생지원처라면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는 물론 졸업하고서도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을 도와야하는 부서입니다. 그런데 비정규직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길 원하며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직장만 가라고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좋은 일자리는 턱 없이 부족하고 괜찮은 일자리 마져도 재벌의 탐욕으로 비정규직화되어가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들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미래의 소비자입니다. 그들은 젊고 힘에 넘치며 순수합니다. 그들이 잘못된 사회에 대하여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고 바로 잡으려 한다면 그 어떤 세력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우리 현대사의 암울했던 군사 독재시대를 뚫고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학생들의 희생과 용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대자보를 허가받아야 붙일 수 있는 슬픈 대학

그런데 이제는 대학생들이 대학 내 게시판에 대자보 하나 마음대로 붙일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상당수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도서관에 있고 사회 문제에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지만 아직도 이것을 이야하고 친구들과 나누려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로 보았을 때 매우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나마 대학이 학칙을 내세우면서 검열하고 막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학생이 학교의 주인인데 주인된 사상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학생들의 시급한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그들의 생각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학교와 이 사회의 도리가 아닌 것입니다. 


대자보를 볼 수 없는 대학 캠퍼스, 어쩌면 이 땅의 대학생들이 청춘이 아니라 '보수화'되어간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2013/02/06 - [까칠한] - 건물주에 쫓겨나는 콜트악기 노동자들. 현장에 회사는 없었다

2013/02/04 - [까칠한] - 감사원, MBC 사장과 감사를 함께 고발한 사연


Posted by 나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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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anovel.net BlogIcon 미우  2013.02.05 1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아...제발 우리 사회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catchrod.tistory.com BlogIcon 니자드 2013.02.05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는 뭐 대학 스스로가 언론의 자유를 전혀 중시하고 있지 않다는 거죠;;

  3. Favicon of http://zazak.tistory.com BlogIcon 朱雀 2013.02.05 14: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으로 엄혹한 시대입니다...ㅠㅠ

  4. Favicon of http://jepisode.com BlogIcon 쥬르날 2013.02.05 15: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생회를 이끌어봐서 아는 이야기지만 ...
    심지어 등록금 항의를위한 집회와 1인 시위도 허가 사항이라고 하더군요.
    어이 없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떤 곳은 총학생회에서 거부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죠 ...

  5. Favicon of http://blog.daum.net/parkah99 BlogIcon 주리니 2013.02.05 1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땐 그런 학칙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하긴 시위도 많았던 탓에...
    그렇게 상업화에 길들어가는게 아닌가 싶지만.... 슬픕니다.
    대자보마저... 학생들의 목소리마저 검열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요.

  6. 2013.02.05 1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7. hahaha0 2013.02.18 1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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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설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새해를 맞아 따뜻한 정으로 서로를 격려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TV에서도 유쾌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이야기들과 따분한 정치나 어려운 경제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설 연휴 중간에 뉴스에서 '어느 신입사원의 죽음'이라는 씁쓸한 기사가 흘러나왔습니다. 지난해 11월 국내 유명 제약회사를 다니던 이모씨(남.31)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혼자 자취하던 이씨의 집에서 2천여만원 어치의 쌓아온 약들이 발견되었고 결국 자살 이유가 회사에서 받은 영업 스트레스라고 추측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이씨의 죽음에 대해서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해당 회사는 직접적 책임은 없으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최대한 돕겠다는 내용도 소개되었구요(관련기사 클릭)
하여튼 이씨의 집안 가득 쌓아온 팔리지 않은 약들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하는 생각과 설 연휴가 되어도 아들을 잃은 부모닌의 마음은 얼마나 슬프실까  짐작조차 하기 힘들더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요?

예전 군대에 있을 때 일이었습니다. 조금 힘든 부서의 신참병이 자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는 말을 아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부대장은 참모 회의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하더군요. 그 신참병이 나약해서 자살한 것이라고 다른 병들은 다 잘 참고 인내하는데 그 신참병만 자살한 것이라고.

부대를 책임져야 하는 장의 말 치고는 너무 소름이 끼치고 황당하여 하루 빨리 제대의 그날을 기다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회란 다소 차이 나는 개인의 역량을, 가장 윗선이 아닌 가장 낮은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게 조정하고 배려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신참병은 나약했던 것이 아니라 좀더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었을 수 있고, 그가 부대에서 만난 고참이 좀더 고약했을 수 있죠. 이런 경우 부대 내의 다른 고참이나 지휘관이 이런 것을 관찰하고 배려하여 사전에 조정하고 배려 했어야 하는데, 죽은 사람 앞에 두고 나약해서 죽었다고 하다니 참으로 하늘을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사악한 부대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더 승진을 잘 하는 것이 잘못된 사회의 전형이기도 합니다. 

                      [이모씨 집에 쌓아놓아던 약품들, 왼쪽 정리 후, 오른쪽 정리 전 출처 :MBC뉴스]

제약회사 영업사원 아니 근무한지 1년 정도의 신입사원 이모씨가 나약해서 자살을 선택했다고 하지 맙시다! 그는 노력했고, 열심히 뛰어 다녔고, 자기 돈으로 필요 없는 자기 회사의 약을 사다가 집에 쌓아놨고, 나중에는 사채까지 끌어다 섰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나아지질 않은 것이죠. 
그 상황 안에는 요즘 대한민국의 경제난도 들어 있을 테고, 제약사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위축된 제약사의 영업 조건도 포함될 것이고, 개인만의 어려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돈으로 자기 회사 약을 사들이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 고용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삶에 대한 믿음 또한 사라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모씨는 신입사원이었습니다. 요즘 정말로 취직하기 어렵고, 취직하기 보다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더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대기업들은 연일 매출과 이익 증가 신기록의 빵빠레를 날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 상공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결국 고용 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몰락은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빼았아 갔고, 취업이 되어도 비정규적이며 고용 불안이라는 공포를 만들었습니다.

[12월 결산 국내 47개 상장 제약사 상반기 실적 현황 출처 : 헬스코리아뉴스]

특히 이모씨 같은 영업 사원의 지위는 기업 프랜들리 정책과 함께 더 열악해졌습니다. 직원을 회사의 가족이라기 보다는 부속품 정도로 생각해 버리는 경영 마인드가 급속도로 퍼졌고, 대기업의 논리만 적극 반영된  비정규직은 회사가 얼마든지 직원을 쉽게 고용했다 버릴 수 있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결국 영업 사원들은 최소한의 기본급만 책정되어 실적에 따른 수당제라는 기형적 임금 제도안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영업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수당제가 훨씬 유리하지만 어찌 신입사원부터 영업을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신입사원에게 실적을 강요하고 몰아부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부품으로 보는 관점에 기인합니다. 직원을 통해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과도한 실적을 강요하고 할당량을 만들어서 그것을 못 채우면 도태시켜버리는 시스템은 살인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영업 사원의 경우 자신의 월급값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판관비를 모두 포함하여 순이익까지 할당량에 추가됩니다. 그들의 삶은 고단하고 또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항상 힘들다는 회사의 상황을 한번 들여다 볼까요? 위에 보시면 국내 10대 제약회사 상반기 실적입니다. 사장님들은 너무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셔서 다 적자가 나는 줄 알았는데 당기순이익율이 10%대는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당기순이익 10%가 뭐 그리 대단하냐 이것도 위기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여기서의 순이익은 회사가 쓸만큼의 비용을 다 쓰고도 남는 순이익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쓸만큼의 비용에는 무엇이 들어가는지 갖자 양심에 맡깁니다. 

설 연휴 기간에 우리는 참으로 슬픈 뉴스 하나를 들었습니다. 어느 제약회사의 신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식이었습니다. 요즘 제약회사가 힘들고, 실적의 중압감이 있었고, 자기 돈으로 자기 회사 약을 사다가 집에 쌓아놓을 정도로 안간힘을 섰지만 결국 삶을 내려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이모씨 개인의 죽음이 아닙니다. 심각하게 열악해진 우리 사회의 고용에 관한 문제이고 이모씨는 회사 생활을 하다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지만 취업 준비생의 비관 자살 소식은 종종 들려옵니다.

설 연휴가 지나고 얼마 지나면 졸업식 시즌이 다가옵니다. 지금도 취업 준비에 바쁜 이들에게 좀더 따뜻하고 희망적인 소식이 많이 들려오길 바랍니다. 떳떳한 졸업과 당당한 취업이 가능한 사회가 되길 기도합니다.

Posted by 나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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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2.01.24 2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약회사 직원출신인 나그네입니다. 저 신입사원의 상황은 아마 말을 안해도 상상이 되네요.....참 명절에 이런 뉴스가 뜨다니...

  2. 오호라 2012.01.25 15: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뭐 제약회사가 다단계도 아니고~~

  3. Favicon of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18623 BlogIcon 진앤설 2012.01.25 22: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이버에서 검색하니 앞쪽에 나와 실례를 무릅쓰고 댓글을 남깁니다.
    저는 고인의 친구입니다. 회사는 지금 조용히 묻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유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라도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18623
    청원 글 올렸습니다. 서명 부탁드려요..

  4. Favicon of http://www.passres.com/nike-air-jordans-c-47.html BlogIcon Nike Air Jordans 2012.12.15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립치매요양병원을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해



근로계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확인해야 하는 이유 


후배가 한명 찾아왔습니다. 몇달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쉬다가 취업이 된 것(?) 같다고 하여 저를 찾아왔습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사장과 구두로 약속되었던 월급과 심지어 본인 돈으로 쓴 영업비조차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고 나왔던 후배였습니다.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 너무 괘씸하여 노동부에 고발하라고 제가 노발대발 했더니 마음씨 좋은 우리 후배, '그분도 사정이 있겠지요' 하면서 그냥 넘어갔던 마음밭이 고운 녀석이었습니다.

하여튼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아서 일단 후배의 취업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요즘같이 직장 얻기 힘든 때에 취업이 되었다니 저도 기쁘던군요. 그런데 내용을 들어보니 취업이 아니라 단기계약직이라고 말을 바꾸던군요. 제가 아는 계약직은 예전에는 그래도 1년 단위로 맺는 경우가 많아서 그럼 기간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4개월짜인데 3개월만에 끝내야 하는 일이라는,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경우였습니다. 나머지 1달은 누가 챙기는 것이죠?

근로기준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근로기준법 제 1 조입니다]


일하게 되는 곳은 국내 굴지의 통신사였는데 자기를 고용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회사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근무시간은 어떻게 되며, 4대보험, 급여는 어떤 방식으로 주는지 전혀 말해주지 않고 단지 관련 일에 대한 질문을 하고, 평소 무척이나 겸손한 후배는 '전문가는 아니라고' 이야기 햇더니, 초급 수준이라고 말하며 월급여를 아주 바닥으로 책정을 하였더군요.

내용을 다 듣고 보니 대형 통신사의 도급업체로 인력파견 회사를 통해 사람을 공급받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곳에 제 후배가 들어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라고 하여도, 모든 것을 구두로 말하고 일이 급하니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하였다니 정말 개념없는 회사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제가 알고 있는 상식 수준의 회사와 근로자가 지켜야할 최소한의 계약에 대해서 후배에게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2009년 최저임금은 1시간당 4,000 원이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은 최저기준이므로 더 낮출 수 없다. 

회사와 근로자 간에는 나라에서 정한 법이 있습니다. 아무리 회사가 직접 임금을 지불한다고 해도 이런 노동행위는 인간의 기본권과 직결된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므로 나라가 그 법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있어 최저기준이기 때문에 이것보다 더 잘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근로기준법:
제3조 (근로조건의 기준)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근로 관계 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낮출 수 없다.

즉 최저임금이 1시간 4,000원이면 4천원 이상을 주어야지 그 이하로 주어서는 나라법이 용서치 않은 다는 이야기 입니다.  근로기준법은 한번 훑어보세요. 자신의 처지와 다른 신기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2.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2부 작성하여 날인한 후 본인이 한부는 보관한다.

사실 자신의 근로계약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행이 그 회사에 몸 담고 있는 동안 불상사가 생기지 않으면 문제 없지만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불이익이 생겼을 경우, 난처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 임금체불 관련 일이 자주 발생하여 가끔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오는 분들이 있는데, 놀라운 사실은 자신이 그 회사에 일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4대보험 가입자는 문제가 없지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직원으로 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난감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심지어 제가 아는 어떤 사무실은 사장이 사기와 임금체불 후 도주하였는데 남은 여직원 2명이 사장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더랍니다. 이름도 가명이었고, 주민번호는 당연히 모르고, 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사장의 신원 파악을 위해 사무실에 와서 지문 채취를 해갔을 정도랍니다. 정말 웃지 못할 사연이죠

그런데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의 직원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척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 안 좋은 일이 터지면 주민번호 알아내기 조차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노동법이 강화되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임금체불에 관해서는 엄중히 처리한다고 들었으나, 복잡한 절차를 밟기 보다 근로계약서를 가지고 있으면 대표자의 신원과 본인의 근로내역이 자세히 명시되기 때문에 근로자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보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는 여러가지 양식이 있으며 이것을 챙겨할 사람은 본인 스스로 입니다]


3. 근로조건을 입사하기 전에 정확히 명시하여 문서화한다. 

말로한 것은 녹취를 하지 않은 한 소용이 없습니다. 전형적인 피해사례들은 이런 것이죠, 3개월 수습기간 후에 정식 월급을 주겠다고 하고선 3개월이 세월아 내월아가 되어버리고,  회사가 필요해서 되도록 빨리 입사하라고 하고선, 근무일수를 계산해 주지 않으며, 경력직으로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실무처럼 일하는데도 얼토당토않은 수습기간 몇개월을 두어 월급에 몇십%는 기본적으로 까고 줍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런 내용 등을 처음부터 근로계약서에 담는 것입니다. 시중에는 아주 형식적인 근로계약서들이 많습니다. 근로계약서는 꼼꼼히 읽어보셔야 하며, 자신의 근로조건과 관련되어 사규는 존재하는지, 문서화 된 것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요즘 경제가 참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와 회사간에, 회사와 근로자간에, 얼굴 붉힐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구두로 약속을 하기 보다는, 문서로 계약관계를 맺는 것이 서로간에 이롭습니다. 이것을 거부한 쪽은 무엇인가 불편한 것이 있는 경우이고 그런 경우는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래도 출근하겠다는 후배에게는 입사 첫날 아무리 바쁘더라도 사장님한테 '근로계약서는 쓰자'고 말하라고 신신당부 하였습니다.  착한 후배가 또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Share/Bookmark  

Posted by 나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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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orgus.tistory.com BlogIcon DDing 2010.08.23 0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죠. 늘 을인 입장에서 갑에게 이것저것 요구한다는 것이...
    하지만 이런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하고 요구를 해야겠죠. ^^

  2. Favicon of http://nextgoal.tistory.com BlogIcon 티비의 세상구경 2010.08.23 0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용한 정보 잘 배우고 갑니다~!
    띵님 말씀처럼 늘 채용당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정말 이런 법을 알아도~
    주장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것 같네요~!
    빨리 이런제도가 당연하다라는 생각이 정착이 되었으면 하네요 ^^;
    즐거운 한주시작하세요~!

  3.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08.23 08: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움되는 정보 잘 보고 가요.
    정말 그냥 넘기기 쉽죠.ㅎㅎ

    즐거운 한 주 되세요.

  4. Favicon of http://mushroomprincess.tistory.com BlogIcon 버섯공주 2010.08.23 0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습니다. 근로계약서는 꼭!!!!

  5. Favicon of http://lmpeter.tistory.com BlogIcon 아이엠피터 2010.08.23 0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그지같은 사장도 많습니다.돈이 없는것도 아니면서 ㅠㅠ
    후배에게 계약서 썼는지 물어보시고 안 썼으면 꼭 다시 쓰라고 하세요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저런 회사 꼭 나중에 말썽이 나서 ㅠㅠ

  6. Favicon of http://muznak.tistory.com BlogIcon 머 걍 2010.08.23 0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엔
    맞는 말이지만 저런말 하기도 어려운거 같아요.

  7. Favicon of http://snowall.tistory.com BlogIcon snowall 2010.08.23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로기준법만 준수해도 꽤 살만할걸요...

  8. 2010.08.23 1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애니카 2010.08.23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중요한것이네요....전 얼마전에 회사를 옮겼는데 아직 근로계약서도 쓰지 못했네요....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말씀 갑자기..띵!! ...

    열심히만 일하는게 중요하지 않은것 같아요..잘살아야하는데..
    이런 좋은 정보 감사해요~~

  10. Favicon of http://dolba.net/tt BlogIcon 그리움(복분자주) 2010.08.23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로기준법이 법 자체 조항으로는 더없이 훌륭해보이지만, 해당 법을 교묘히 악용하여 술수를 부리는 악덕사업장도 많이 있습니다.

    구직난에 허덕이다 노예계약 하다시피 하는 분들이 너무 많이 있어서, 이런 글들이 좀 많이 알려져서 구직자가 사업주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떳떳하게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11. Favicon of http://blog.jb.go.kr/ BlogIcon 전북의재발견 2010.08.23 1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계약할때 계약서 꼼꼼히 읽어봐야 하는걸 알면서도 잘 안하는것 같아요. 뭔가 어려워요.
    포스팅을 읽으며 조심해야할 부분을 숙지하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ibio.tistory.com BlogIcon 나비오 2010.08.24 0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우리 사회 분위기가 그런 것을 떳떳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죠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확인하고 따져봐야 합니다.

  12. Favicon of http://lowr.tistory.com BlogIcon White Rain 2010.08.23 1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각종 약관도 꼼꼼하게 살펴본답니다.
    의미가 모호한 건 물어보고 명시하도록 하죠.
    근로계약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것인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을 듯.

  13. Favicon of http://badsex.tistory.com BlogIcon 하늘엔별 2010.08.23 16: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다시 취업을 할 일은 거의 없지만,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거니까요.
    일단 머리 속에 넣어두렵니다. ^^

  14. Favicon of http://preciousness.tistory.com BlogIcon ♡ 아로마 ♡ 2010.08.23 2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약자인 입장에선 참....;;

    그래도 일단은 머릿속에 넣어 둡니다..혹시나 ㅎㅎ

  15. 외로운늑대 2010.08.23 2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계약서도 안써주고 출근부터 시키는 사장님(?)들이 아직도 살아있다니,
    그 바닥은 바뀐게 하나 없네요... 가슴이 아립니다.

  16. Favicon of http://careernote.co.kr BlogIcon 따뜻한카리스마 2010.08.24 07: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은 상점이나 작은 회사들은 아직도 근로계약서 같은 것 쓸지 모르는 회사들이 많죠.
    아예 근로계약서 양식을 가지고 가서 '요렇게 작성하시죠'라고 말할 필요도 있을 듯^^ㅎ

  17. Favicon of http://jc3388.nn.hn BlogIcon 무궁화 2010.10.16 2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강Ŋ정Α보 <좋은 글 정보 감사합니다.<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18. Favicon of http://www.ayimpex.com/Oil-Milling-Machinery/Integrated-Models-Oil-Press.html BlogIcon feed mill machinery 2011.11.25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모든 정보가 공개된다는 거 말이죠..

  19. Favicon of http://www.passres.com/nike-air-max-2011-c-10.html BlogIcon Nike Air Max 2011 2012.12.12 1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사와 함께 학회에서 나오다가 제약회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