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 총리감은 더 이상 없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만회를 노렸던 승부수는 또다시 좌초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밖에서 떼 쓰고, 억측을 부려서가 아니라 본인의 평소 '습관'에서 치부가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새누당 원내대표 출신 이완구 총리 지명자가 언론사 외압 의혹을 받다가 당시 있었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녹취록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니 본인도 바로 인정하고 사과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총리 지명자가 언론을 쥐락펴락 했다는 것과 그것을 공공연히 이야기 하고 다녔다는 점은 총리 후보로서는 물론 나라 위한다는 정치인으로서도 자격이 없어 보입니다.
이완구 총리 후보는 박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난 후부터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발빠른 대응으로 '해명자판기'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또한 흐리멍텅한 야당으로부터도 인정을 받는 듯하며 쉽사리 총리 자리에 오를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부동산 투기, 병역문제, 황제특강, 삼청교육대 등등 여러가지 의혹이 불거지며 해명 자판기에서 '의혹 자판기'로 변해가는 양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어제 있었던 녹취록 공개는 언론사 외압이 의혹이 아닌 사실로서, 총리 후보로서 자격 없음을 명백히 하게 되었습니다.
[이완구 녹취록 공개, 출처 오마이뉴스]
▲ 녹취록 공개, 언론사 외압 사실로
그러면 왜 언론사 외압이 국무총리로서 자격 없음의 결정적 기준이 될까요? 부동산 투기, 병역 등의 문제는 개인 비리에 속하지만 언론사 외압은 사회적 영향을 주는 문제입니다.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비뚫어진 언론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알리는 행위는 사회적 여론을 왜곡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것입니다.
이완구 후보자는 기자들과 점심 식사자리에서 언론사 간부에게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너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치인이 방송사 패널을 자기 입맛에 맞게 뺄 수 있다는, '패널'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등골이 오싹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돼. 해 안 해? 야, 김 부장 걔 안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라고 녹취록을 남겼습니다. 앞 뒤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많은 것을 유추하기는 힘들지만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기자들은 매우 기분 나빳을 것 같습니다. 자기 고참들이 이 후보자 앞에서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어느 조직을 가나 인사권과 편성권은 내부의 고유 권한이거늘 누가 된다 안된다를 외부의 그것도 정치권 사람이 언급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과연 쓴소리를 할 수 있을까? 출처 : 다음]
▲ 사과가 아닌 사퇴가 필요
좋은 오빠동생 사이라고 말뺌하던 연예인 커플도 데이트 사진이 폭로되면 사실 인정하고 꼬리를 내리듯이 이완구 후보자 역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사실을 인정하고 발빠른 사과를 하였습니다.
사과 내용을 보면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사적인 자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면서 " 그럼에도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내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언론의 본분은 기본적으로 '문제 제기'에 있습니다. 충분한 가능성만 있으면 그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맞고 건강한 사회라면 여기에 대한 해명을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 문제에 대한 진위를 판단하게 됩니다. 물론 대한민국 종편과 같이 소설을 쓰면서 그것을 문제 제기라고 착각하는 공해집단 또한 있습니다.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 제기들은 상당수 의미 것들이었다고 봅니다. 그 중에 억울한 것도 있겠지만 그러한 의혹들을 해명해 나가는 것 역시 총리직을 수행할 사람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제기 자체를 애시당초 막아버리는 행위는 언론을 통제하는 것이지 사실을 수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 후보자 의혹 기사가 KBS와 조선일보에서 각각 해명 이전에 삭제된 것에 대해서도 잘못된 언론관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 미디어오늘)
언론은 사회의 공기와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마시는 공기를 더럽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하던 일을 멈추게 할 것이고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사회의 공기라고 해서 예외가 있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삭제된 조선일보 기사 , 출처 미디어오늘]
▲ 총리의 자격
총리 후보의 자격 문제에서 부동산 투기, 병역 문제도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총리직을 수행할 사람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서도 안되고 본인과 가족이 병역을 기피해서는 안됩니다. 그럴거면 그냥 편하게 일반인으로 돈 많이 벌어서 호위호식하면서 살지 왜 공인의 길에 나오느냔 말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썩어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지명하는 고위 공직자들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등은 훈장처럼 달고 나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회 감시 기능을 해야하는 언론에서 인격을 보지 말고 일 할 수 있는 '능력'을 보라는 정신나간 소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인격보지 않고 능력(?) 위주로 사람 뽑았다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사람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누군지 궁금하면 클릭)
이완구 총리 후보자, 그가 지금하고 있는 것처럼 줄줄이 불거져나오는 의혹에 대해서 '자판기'처럼 해명을 잘 할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거기서 오점 하나 정도 나온다 한들 수준 떨어진 대한민국의 '공직자의 자격'은 훌쩍 넘어설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망가진 언론
하지만 MB 때부터 망가져온 언론 상황을 우습게 보고 자기한테 불리한 패널 따위 전화 한통으로 쥐락펴락하고 윗사람의 친분 운운하는 총리는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그가 지금 해야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사퇴'인데 쥐락펴락 당하기만 하는 대한민국 언론은 그런 소리조차 제대로 못하는 찌찔이들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이 자기 기능을 못하니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고 언론을 우습게 아는 자들이 윗 자리에 계속 오르니 국민은 더더욱 살기 힘든 것입니다. 도대체 이 악순환의 고리는 누가 끊을 수 있을 지 앞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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