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뮤직의 핵심부?  테크노의 주변부?
-MANUEL GÖTTSCHING -ECHO WAVES-


[우리는 흐르는 같은 강물에 두번 들어갈 수 없다.]  -헤라클레이토스-



@들어가며

전자음악의 역사를 뒤돌아 볼 때 현재 자신의 관점에 따라 과거 아티스트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테크노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한 시각에서 전자음악의 선구자들과 프로그레시브, 사이키델릭 등 기타 장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전자음악의 선구자들에 대한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관점에 따라 한 아티스트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MANUEL GÖTTSCHING은 관점에 상관없이 일단 독특한 위치에 서 있는 아티스트이다. 그는 전자음악 아티스트로서는 특이하게 키보디스트가 아니라 기타리스트이며 실제로 전자기타를 이용한 전자음의 창조는 가히 실험성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물론 KLAUS SCHULZE 역시 초기에는 키보디스트라는 소개보다는 드러머라는 꼬리표가 붙은 경우가 많았지만 KLAUS SCHULZE가 드럼을 가지고 전자음을 창조해 낸 것은 아니었다. 또한 헤비메탈에서 들을 수 있는 금속성의 전자기타음을 들으며 우리가 전자음악이라 칭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MANUEL GÖTTSCHING에게 전자음악가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 ASH RA TEMPEL과 MANUEL GÖTTSCHING

MANUEL GÖTTSCHING이라는 이름이 생소한 사람이라도 전자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면 ASH RA TEMPEL이라는 그룹명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ASH : 재,흔적, 마지막 장(연극등에서),  RA : 이집트의 태양신, 힘, 우리삶의 질료, TEMPEL : 쉼과 명상의 장소라는 다소 거창한 뜻을 가진  ASH RA TEMPELE은 초창기 독일 프로그레시브 ROCK의 명그룹이며 SPACE ROCK의 창시자격인 밴드로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본인이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이 그룹의 이름만 들어도 떨리는 신비로운 그룹이었으며 이들의 1집 셀프타이틀 앨범 ‘ASH RA TEMPEL’을 모까페에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그 당시 여러면으로 펼쳐지는 COVER ART에 매료되어 매일 밤마다 앨범쟈켓이 천장에 떠다니는 환상을 경험하기도 했었다. 


그때 열악했던 대한민국의 음반 유통의 현실! 그 앨범이 10만원이라는 말에 환상을 스스로 접어야 했던 좌절의 낭만, 하지만 나는 얼마전에 그 가격의 몇분의 일가격으로 아쉽긴 하지만 LP가 아닌 CD로 구할 수 있었다.

이 명그룹 ASH RA TEMPEL의 리더이자 솔로 활동 및 후에 ASHRA로 그룹명을 바꾼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해 오는 이가 MANUEL GÖTTSCHING이다. 1952년 독일 베를린 태생으로 초기 텐에이져 밴드시절에는 BEAT&BLUES 에 영향을 받았으나 1970년에 HARTMUT ENKE와 KLAUS SCHULZE 함께 ASH RA TEMPEL을 결성하고 71년 1집 ‘ASH RA TEMPEL’을 발표하였다. 


이 들의 명반으로 꼽히는 1집은 전자음악이라기보다는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전자음의 형식들이 곳곳에 내재되어있는 영국의 HAWKWIND적인 SPACE ROCK의 몽환적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이후의 앨범 SCHWINGUNGEN(72),  SEVEN UP(73),  JOIN INN(73), STARRING ROSI(73),  INVENTIONS FOR ELECTRIC GUITAR(75),  NEW ARE OF EARTH(76) 등으로 이어지면서 기타의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투박함이 점차 전자음화 되어가는 발달의 과정을 음미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룹 형태의 맴버진영에서 자신 혼자만의 작업으로 처음 발표한 것이 다음에 소개하려는 INVENTIONS FOR ELECTRIC GUITAR(75) 앨범이다.  








@ECHO WAVES

75년 MANUEL GÖTTSCHING이 솔로 앨범으로 발표한 INVENTIONS FOR ELECTRIC GUITARS에는 수록된 ECHO WAVES는 제목처럼 소리의 파동에 대한 탐구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전 GÖTTSCHING의 작업이 기타와 KEYBOARD를 혼용한 작품세계였는데 비해, 이 앨범이 의미가 있는 것은 오직 전자기타와 두대의 TAPE RECORDER(TEAC A3340)만을 이용한 창조였다는 것이다.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기타만을 이용한 솔로 프로젝트의 곡구성과 실험성이 전체적으로 돋보이고 있으며, 옛날 뭐 방송프로에서 가끔 틀어주기는 했어도 곡의 길이상 방송 끝무렵에 선곡이 되었던 관계로 전곡이 다 방송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 앨범의 타수록곡에 비해 본인이 생각하기로는, 기타적 특색을 최대한 살리면서 전자음악의 묘미를 극대화시킨 곡이 다음에 소개하려는 ECHO WAVES가 아닌가 싶다.


ECHO WAVES는 서서히 볼륨의 상승으로 시작되어지는데 우리가 ROCK을 이야기할 때 흔희 쓰는 반복악절로서의 리프라는 표현이 여기에도 합당한가라는 의문을 갖게 할 정도로 ,이곡에서 쓰여지는 기타효과는 ROCK이나 HEAVY METAL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아마 RATM의 톰 모렐로도 이 기타소리를 들으면 놀라지 않을까?……)

반복되어지는 기타코드들이 갖가지 다른 주변음들과 계속해서 중첩되어가면서 기타의 금속성보다는 그루비한 느낌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의 긴장을 줄타기하는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듣는다면 지루한 굉음의 반복으로 들리지만 조금만 집중한다면 그 굉음 속으로 진행되는 반복과 변조의 끊임없는 흐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이 느꼈졌다면 이미 소리의 파동속으로 부유하는 유체이탈의 자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강물의 같은 흐름 속에 두 번 손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즉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그의 세계관의 주장이었을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단 1초전의 세계와 지금이 같지 않다. ECHO WAVES의 세계 또한 같은 소리에 두번 자신의 귀를 담글 수 없다. 계속 되어지는 변화, 생성과 소멸, 그리고 창조, 세계의 즉자성은 한 인간을 질식시킬 듯이 의식의 흐름으로 귀결된다. 


음악은 계속해서 작은 절정의 산들을 넘으며 클라이막스로 치닷고, 기타로 표현하는 신써사이저가 아니라 신써사이즈로 표현하는 기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기타의 표현은 해체되어지고 새로움을 얻는다. 


수차례의 엑스타시가 스치고 지나간 후, 더 이상 이런 식의 기타표현을 GÖTTSCHING자신도 견디기 힘들었는지 비비킹, 에릭 클렙튼, 카를로스 산타나, 지미 핸드릭스의 수혜자로서의 MANUEL GÖTTSCHING은 이제는 기타에 충실한 사이키한 기타 솔로를 내뿜게 된다. 이때의 카타르시스는 이 음악이 주는 또하나의 형식미이며, MAUEL GÖTTSCHING이 아직 ASH RA TEMPEL 초기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자신의 기타 솔로를 끝으로 17분 45초의 소리의 파동에 대한 여행은 막을 내리고, 떠나갔던 자아는 안온한 자신만의 의식 속에 공허한 집을 짓는다. 








@마치며


본인이 MANUEL GÖTTSCHING을 테크노의 주변부라 했다는 사실을 GÖTTSCHING이 안다면 상당히 언짢아할 것 같다. 
1996년 MANUEL GÖTTSCHING의 모잡지와의 인터뷰를 보면 ‘boum tsik, boum tsik’하는 테크노의 빠른 리듬은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는 MANUEL GÖTTSCHING의 테크노의 대한 입장을 알 수게 된다. 테크노의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기에 MANUEL GÖTTSCHING의 발언이 어떤 편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올바르고 타당한 시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뷰 중에 트랜스 뮤직에 대한 질문에 관해서는 대단한 긍정과 호의를 보인 것으로 봐서는 MANUEL GÖTTSCHING 역시 음악과 정신의 관계에 대한 관심과 목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로MANUEL GÖTTSCHING의 초기 음반은 대단히  spirit적이며, 이것은 테크노의 동적 트랜스라기보다는 정적인 트랜스라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랄 수 있겠다. 


그러나 본인이 MANUEL GÖTTSCHING을 소개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그의 음악이 전자음이란 신써사이저를 이용한 건반악기로 표현된다는 기존 관념을 송두리째 뒤엎는 실험정신에 있다. 


나에게 기타를 가지고 전자음을 표현하는 MANUEL GÖTTSCHING의 음악은 사실 충격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의 파괴, 나는 이것이 음악에 대한 안목을 높여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MANUEL GÖTTSCHING의 이 음반 덕분에 음악에 대한 감동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태도까지 교정받을 수 있었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의 음악 듣기에 있어서 좋은 교훈이었고 같은 전자음악 계열의 이단아에 대한 테크노 팬들의 관심과 탐구는 음악을 사랑하는 개인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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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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