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빗소리가 예사롭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최근 옮긴 집의 구조가 하늘로 전면 창이 비스듬히 놓여있어서 내리치는 빗방울 소리가 알람종보다 요란합니다. 처음 이 곳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의자를 눕히면 파랗게 내려오는 하늘 때문이었는데 비가 많이 올 때 소음은 미리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추천 꾹>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이 어떻게 좋은 점만 있겠습니까? 아무리 좋아 보이던 대상도 보는 각도와 시기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지구별에서 느끼는 삶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 태풍 카눈의 기세가 새벽부터 예사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벽에 저의 단잠을 깨운 것은 피해라 할 수도 없고 부디 우리나라에 큰 재해 없이 지나갔으면 합니다)
어제 MBC 노동조합의 171일만의 업무 복귀에 대한 노고와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 김재철 mbc개혁
MBC 김재철 사장은 공영방송에 걸맞게 MBC를 개혁하겠다는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 내용이 '정치적이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MBC가 아니라 공정한 언론사로서 MBC가 되도록 쇄신을 계속하겠다'와 '업무에 돌아온 이상 소모적인 정치적 시비는 그만두고 시청자들만을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법적인 행동은 사규에 따라 엄단'하겠다는 의지 또한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잘해보자는 인사말'을 전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차근차근 따져보면 깨알같은 꼼수가 있어 보입니다.
▲ 지도자들의 말하는 방법
먼저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조입니다. 처음에는 화해를 이야기하고, 정치적 이념적인 것은 금기시하며, '시청자(국민)'을 위한다고 하고, 하지만 뒤끝으로 불법은 엄단하겠다는 작렬 구조입니다. 그리고 불법에 대한 엄단은 철저히 하고 화해와 국민에 대한 약속은 별나라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불법 의혹에 대해서는 너그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사측이 말하는 MBC의 개혁은 조직 개편인 것 같습니다. 미래전략실과 중부권 취재센터, 주말 뉴스부가 신설되었고, 기존 라디오뉴스부는 주말뉴스부로, 다큐멘터리 제작부는 교약제작국으로 통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조직개편과 아울러 인사 이동을 단행했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신비합니다 .
▲ 개혁 조직 개편 vs 보복 인사
MBC노조가 파업을 벌인 이유 중에도 있지만 회사에 바른 소리를 하는 직원을 자신의 업무와 상관 없는 부서로 보내거나 지방 전출을 보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혁'을 내건 이번 인사 조치에는 그와 흡사한 경우가 많아서 보복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부패한 정권이 가장 꺼려하는 <PD수첩>을 제작하는 시사교양국에 대한 초토화 작업은 계속되어지고 있는데, 파업기간 동안 해고 2명, 정직 4명, 대기발령 13명이라는 중징계와 아울러 이번 인사조치에서도 추가로 1명은 경인지사 제작사업부로, 다른 1명은 신사옥 건설국으로 강제 전출을 당했다고 합니다. 시사교양국 55명 조합원들 중 21명이 업무에서 배제되는 사태를 맞았다고 하니 이것은 PD수첩에 대한 탄압이라고 여겨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MBC 파업에서 상징적 역할을 담당했던 신동진, 허일후, 김상호, 김범도 아나운서들에게도 사회공헌실, 미래전략실, 경인지사 수원 총국, 인천 총국 등으로 강제 전출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나운서 출신 전종환 기자 역시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용인 드라미아 개발단으로 전출 되었은데 그곳은 용인 드라마 세트장을 관리하는 부서라고 합니다. 문지애 아나운서의 남편으로도 알려진 전종환 기자는 자신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드라마 세트장 관리를 맡게된 것입니다.
▲ mbc 개혁과 개악 사이의 촘촘한 경계
이쯤되면 김재철 사장의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 MBC 개혁을 선언하는 것인지 개악의 신호탄인지는 구분이 가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으로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언론 보도와 MBC 노조 역시 찰떡같이 믿고 있는 8월 김재철 사장 퇴진설이 사실이라면 개인적 원한을 살만한 인사 이동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에게는 '보복'이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을 '인사개편'을 단행하였으니 김재철 사장이 8월에 퇴진하는 것은 맞는지 의심이 갑니다.
아니면 자기 후임자를 위해 편한 길 가시라고 악역을 자처하고 있다면 다음에 오실 분, 역시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 개혁과 개악 종이 한장 차이?
'종교'와 '이단'이 종이 한장 차이듯이 '개혁'과 '개악'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누구의 눈에는 아름다운 세상이 다른 이에게는 지옥같은 곳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 둘 사이의 촘촘한 경계 사이에서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않은 채 답보 상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이득을 보는 자는 이미 권력을 가졌거나 돈을 움켜쥔 기득권 세력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변해야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권력은 또는 자본은 '참과 거짓의 촘촘한 경계 사이'에서의 갈등 자체를 방조하고 즐깁니다. 그 구렁텅이 속에서 절대로 빠져 나오지 않길 바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여기서 빠져나오면 자신들의 추악한 몰골이 만천 하에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MBC의 공식적인 파업은 171일째에 잠정 중단되었지만 그들의 홈페이지 파업일 카운트는 계속되어지고 있더군요. MBC가 이번 기회에 진실과 거짓의 촘촘한 경계에서 멋지게 뚫고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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