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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대통령 주례연설 계속 들어야만 하는가?

MB 정권을 규정 짓는 단어로 '불통'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의 정책과 행정을 남발한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국민의 지지도는 바닥을 치고 있고, MB 정부의 여러가지 공약들은 대부분 실효성도 없고,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는지 반문을 하게 됩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아직 정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친형이 구속되는 수모를 겪고 있고, 입에 달고 살았던 4대강은 초라한 자전거길 외에는 뚜렷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부정과 부패의 의혹들은 시기만 저울질 할 뿐 세상으로 나오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 MB 정부의 힘, 미디어 


정말로 깨알같은 잘못들이 줄줄이 엮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힘은 미디어 장악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선거캠프 인사들을 언론사 사장으로 낙하하고, 충성도 높은 인사만 주요 방송사 사장에 앉힘으로서 어지간한 잘못들은 각색되고 편집되어 일상의 정치처럼 여겨지게 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 내곡동 사건, 선관위 디도스 등 권력 기관의 판단만 있었을 뿐, 비판 정신 투철한 언론의 조사대상에서는 항상 비켜갔습니다. 건강한 사회라면 정권 차원의 비리는, 책임 있는 언론인이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세상에 알리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검경이 조사를 하고, 사법부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정석일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 스스로가 사건을 덮고, 취재하기를 꺼려하니 권력의 압박 수단이 될 리 없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나쁜 구조가 성립되고 있습니다. 일부 소수 언론의 정권에 대한 폭로에 대해서는 메이저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하다 김이 빠질 때쯤 언급 한번 하는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절대적으로 9시 뉴스에 의존하는 시민들에게는 그래서 무엇이 중요하고, 가벼운 사건인지 분별감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kbs 라디오 편성표, 다음주에도 주례 연설은 예고되어 있다]




▲ 대통령 주례연설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이러한 언론에 대한 현 정권의 지극한 관심과 애정의 결합체가 바로 KBS 라디오에서 2주에 한번 방송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라는 순서 입니다. 이 전의 대통령 역시 주례 연설을 희망하였지만 정치적 중립의 이유로 거부하거나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 이루어져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이것을 주례 연설로 고정하여 2주에 한 번씩 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주례 연설이 411총선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여 선관위가 방송 자제를 권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하여 물의를 빚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질의

(중략)

2. KBS 1라디오가 자체적으로 편성하고 있는 대통령 주례연설은 선거기간 중 「공직선거법」의 어떠한 적용을 받게 되고 공식선거운동기간 중에 편성될 경우 「공직선거법」이 적용되는지 여부

※현행 대통령 방송연설편성계획에 따르면선거운동기간인 5.31()에도 편성될 예정임 (2010.3.17. 한국방송공사 사장 질의)

답변

2. 문 2에 대하여

귀문의 경우 정부의 정책이 정당 후보자간 선거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기간에 대통령이 정부정책에 대한 방송연설을 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할 것임. (2010.3.25.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회답)

[출처 : KBS 새노조]





그리고 화해와 통합의 메세지를 전해야하는 대통령의 연설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나열하고, 잘못에 대해서는 다른 이에게 떠넘기는 자족적인 연설이기에 듣는 국민도 없고, 내용에 대해 전혀 공유되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공허한 방송을 취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오는 정부와 KBS는 누구를 위해 방송을 지속하는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MBC와 함께 장기파업을 이끌었던 KBS 새노조의 업무 복귀 협상 내용 중에 대통령 주례 연설 폐지가 분명히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KBS 새노조가 업무에 복귀한 지 한달여가 되어가는데 대통령 주례 연설 폐지에 대한 언급은 아직까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 방송은 공정해야 한다



방송은 공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특히 시청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 KBS는 더더욱 권력과  대기업에 눈치 보는 일 없이 자신들의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매우 정치적인 발언을 일삼는 대통령의 주례 연설을 계속해서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은 공정 방송의 취지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대통령이 격주마다 방송을 통해 어렵고 힘든 계층을 위로하고, 잘하는 국민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하며, 서로 반목하는 계층에게는 화해를 권유한다면 방송을 마다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 방송에서처럼 '7,000만원 연봉 노동자 파업'과 같이 매우 정치적이며 계층간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하기 위한 주례 연설이라면 폐지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며칠 전에도 고소득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데 월급 많이 받은 노동자는 잘 살아서 파업 하면 안되고, 못사는 노동자는 파업할 여력이 없어서 하면 안되고, 대통령의 논리는 참으로 신비롭기만 합니다. 






▲ KBS는 노조와의 약속을 지킬 것



올해 대선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 중에서 대통령 주례 연설을 이어받아 계승하겠다는 사람 역시 없으리라고 봅니다. 이런 유명무실해진 방송을 지속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사람들의 오해와 불신을 낳게 합니다. 



KBS는 새노조와 협상한 데로 대통령 주례연설을 빨리 폐지하길 바랍니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과 원칙'을 중요시한다면 상대방과 한 약속 또한 중요한 것입니다. 폐지하기로 약속을 했다면 그 약속 지켰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