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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KBS,MBC '독도는 우리땅'이 금지곡인 이유

한국 사람이라면 '독도'에 대한 애틋함이 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독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각별합니다. 그래서 TV에서는 독도를 소재로 예능 프로그램도 만들고 광고도 찍어 국민들에게 호소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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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대 독도는 우리땅 앨범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1982년에 발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정광태씨의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당시 아이들은 따라부르기 쉽고, 내용도 그럴싸한 이 노래를 입에서 입으로 전하며 독도에 대한 자긍심을 길렀습니다. 



독도는 우리땅 -정광태-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 리
외로운 섬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땅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도동 일번지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평균이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


독도는 우리땅

오징어 꼴뚜기 대구명태 거북이
연어알 물새알 해녀 대합실
십칠만 평방미터 우물 하나 분화구


독도는 우리땅 

지증왕 삼십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시리지 오십페이지 셋째줄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몰라도


독도는 우리땅

러일전쟁 직후에 임자없는 섬이라고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땅





▲ 독도는 우리땅, 중요한 메세지를 담은 가요


가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독도에 대한 깨알같은 고증과 지식을 담아낸 이 노래는 코믹하지만 일본에 대한 의연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노래가 가벼울 지 몰라도 내용만은 묵직한 노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아이러니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1983년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사실상 방송금지곡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당시 일본에서 한일 역사를 무참히 왜곡한 교과서 파동이 있었고, 파문이 확산되자 일본은 83년 6월에 교과서를 시정하겠다고 알려왔다고 합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쓸데없는 반일 감정이 일면 안된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독도는 우리땅>이 금지곡 대열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 1983년, 독도는 우리땅이 금지곡인 이유 : 반일 감정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의 정서로는 당췌 이해가 가지 않지만 당시에는 서슬퍼런 군부 독재 시대였기에 이와같은 비상식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저 역시 당시가 기억 나는데, 한참 TV에 나오던 정광태씨가 갑자기 방송 출연이 멈추고, 독도는 우리땅이 금지곡이라는 소식이 들려 왔을 때, 또래 끼리 모여 앉아 약소국의 현실이 무엇인지 눈동자로 서로 인정하였더랬습니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의 독도 세레모니와 일왕 사과 발언 등 독도가 또 한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정치쇼를 스포츠와 잘 결합하여 런던올림픽 한일전과 싱크로율을 높이며 인기의 극대화를 노렸고 많이 성공한 작품 같습니다. 언론에서는 까칠하게 따지기보다 '독도에 갔다는 사실에만 집중하자'라는 동네 선술집에서나 할만한 주장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미디어오늘]




▲ 지금도 독도는 우리땅이 금지곡인 이유


<독도는 우리땅>이 금지곡이 될 수 있었던 시대로 부터 거의 30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직도 KBS와 MBC에서는 이 노래가 금지곡이라는 사실입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KBS는 <독도는 우리땅>에서 독도의 행정구역이 '남면도동' 에서 '독도리'로 바뀌었다는 이유로 방송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위 가사 참조) 


KBS 측은 행정 구역명이 틀리게 나와 있어서 교육적 성격이 강한 방송에서는 내보낼 수 없다는 심의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신비로운 주장입니다. 일개 대중 가요의 가사에 행정 구역이 예전과 지금이 같지 않거늘 그것이 방송 부적격 이유가 된다니 너무나 가혹한 심의 규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MBC는 '대마도는 몰라도'라는 부분이 자칫 일본과의 대마도 영유권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금지곡이라고 합니다. MBC는 참으로 세심하고 사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방송사인 것 같습니다. 30년된 대중 가요 가사에 너무나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나머지 방송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입니다.




▲ KBS, MBC의 세심하고 깨알같은 방송부적합 이유


일본은 자기와 상관도 없는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데 일본 대마도에 대한 '항의성 가사(대마도는 몰라도)'에 대해서 우리가 방송 부적합 판정을 내린다면 상당히 불공정한 것입니다. 그것도 공영방송이라는 방송사가 말입니다. 




▲ SBS 방송 적합, MBC,KBS는 방송 부적합


KBS와 MBC가 독도는 우리땅 원곡에 대해 방송 부적합 판정을 내린 반면, SBS는 방송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같은 방송사인데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편에 서야 하는 KBS와 MBC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방송을 만드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두 방송사가 진정 위하는 것이 국민과 나라이기 보다는 '정치적인' 눈치보기에 더 급급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대중가요 하나를 놓고 봤을 때 이 정도인데 더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이들 방송사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을 지 암담할 따름입니다. 


<독도는 우리땅> 사소할 수 있지만, 공정 방송 사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언론인들이 왜 거리로 나서고, 파업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정광태씨의 <독도는 우리땅> 원곡이 그대로 불려지길 바라는 것은 너무나 불순한 바램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