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 첫날이었습니다. 런던올림픽에 가리고, 안철수 원장 룸살롱 논란보다 못한 민주당 경선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첫 경선이 치루어지는 제주도에서 전체 도민 56만명 중 19세 이상 유권자 44만명 가운데 3만 6천여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했다는 것은 엄청난 참여 열기를 대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방송과 언론이 정권 교체의 바람을 잠재우려 해도, 시민들의 열망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제주도에서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날 제주 경선을 미국 선거에 비유하며 '한국판 뉴헴프셔'라 부르기도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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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만끽하는 문재인 후보, 출처 : 연합뉴스]
▲ 문재인 후보 압도적 승리
경선 결과는 예상대로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득표수 12,023표를 얻으며 60%에 육박하는 투표율로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주장한 결선 득표율 50%를 10% 가량 앞선 투표 결과였습니다.
원래는 지금까지 민주당은 경선에서는 1위 득표자가 대선 후보로 곧장 선출되었는데, 상대적으로 열쇠에 있는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선거 방식으로 주장하 것이 '결선 투표'였습니다. 1차 순회 전국 경선에서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면 1,2위간 결선 투표를 하자는 방식입니다.
결선투표 수용을 보여준 진짜 '대인' 문재인 - 아이엠피터님 포스팅 참조
저는 어제 투표 결과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자칫 어설픈 득표율로 문재인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 전국 순회 경선에서 50%를 넘기지 못하고, 결선 투표라는 시간과 힘을 낭비하게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였습니다.
▲ 현재 야권에게 결선 투표는 시간과 힘의 낭비
그런데 다행이도 문재인 후보가 50%를 훌쩍 넘기며 당당히 1위로 올라 한결 마음이 수월하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문재인 후보의 50% 득표율을 바라는 것은 대선 시계는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후보를 내지 못하고 본격적인 대선 체비를 갖추지 못한 야권의 거북이 행보 때문입니다.
이미 새누리당은 박근혜 의원을 대선 후보로 결정 짓고, 전직 대통령을 방문하러 다니는 등, 대선을 향한 정치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모든 면에서 열세인 야권은 지금에서야 경선을 시작하고 비문(재인) 후보들의 생떼로 결선 투표까지 진행하게 된다면 시간적으로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경선 일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결선 투표가 없었다면 9월 16일(일요일)에 야권의 대선 후보는 선출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50% 득표율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다시 결선 투표를 치루어야 하고 일주일이 지난 9월 23일(일요일)에야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 출처 : 민주당]
대선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는 박근혜 후보는 저번주 부터 공식적인 대권 행보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하루가 아쉬운 판에 경선에 추가하여 일주일 결선을 펼친다는 것은 시간 낭비일 것입니다.
▲ 50% 득표율이 넘겨, 결선 없이 대선 후보 직행이 필요하다
어떤 후보가 되던지 50% 득표율을 넘겨 야권 역시 발빠른 대선 체제로 들어가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데 어제 제주 경선에서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문재인 후보가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지난 총선 이후에 흔들렸던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다시금 견고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고, 민심의 방향이 문재인 후보에게 쏠리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패배감과 무기력에 빠져있던 올 대선의 꿈이 다시금 살아나며 기분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황당한 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김두관 손학규 경선 중단 합의 - 뉴스보도
순진한 저는 처음에 제주에서 너무나 큰 표 차이로 승부가 나 버리니 올해 지상 목표인 정권 교체를 위해 불필요한 순회 경선을 하지 말고,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를 의미하는 '경선 중단'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미디어에 연속해서 기사가 뜨면서, 보도의 내용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 후보가 제주에서의 모바일 투표율(55.3%)이 너무 낮은 것에 대해 항의를 하며 앞으로 개선이 없다면 경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보이콧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호 1번 정세균, 2번 김두관, 3번 손학규 후보의 경우 모바일 투표 시, 유권자가 끝까지 듣지 않고 자신의 번호만 입력하고 끊어버린 경우가 많았다는 추측과 그래서 무효표가 많았다는 주장입니다.
▲ 사전 합의된 원칙에 생떼를 쓴다면 후보 자격 없다
저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금에 와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여 경선 보이콧까지 이야기한다는 것이 유치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비문 선거캠프는 사전에 모바일 투표 시뮬레이션도 안 돌려 봤다는 것일까요?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면 선거 캠프에서 사전에 문제 제기하고 수정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다시 말하면 모바일 투표 방식에 사전 합의에 없던 것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것인데 자신들이 미리 체크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온 경우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정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특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사전 합의와 규칙을 인정하지 않고 생떼를 쓴다면 누가 이들은 야권의 대선 후보로 인정해 주겠습니까?
[출처 : 뉴시스]
전 처음에 이분들 장난하나 싶었습니다. 투표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면 모를까. 투표율이 낮은 것에 대해 문제 삼으며 경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철부지들도 하지 않을 행동입니다. 제가 알기로 이미 선거의 과정은 각 선거본부에서 합의한 내용일 것입니다. 그런데 투표율이 낮다고 선거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얼마 전 새누리당의 경선 투표율은 41% 였습니다. 그렇다고 비박 주자들이 투표율이 낮으니 선거 다시 하자는 주장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자신들이 열심히 뛰고 홍보를 했으면 70%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이 투표율이고 이슈도 없고, 조용히 끝나는 경선이라면 40%도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선거 부정 트라우마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스스로 먹잇감이 되려고 자청?
그런데 왜 민주당 비문 후보들은 이렇게 오바를 떠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지금 한국은 선거 부정의 트라우마에에 빠져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선거 부정 사건으로 망신창이가 되었고, 새누리당 역시 비슷한 홍역을 치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거는 매우 공정하게 치루어져야 하고 선거과정의 구설수는 자칫 정당의 이미지까지 날려 버릴 수 있는 뇌관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 되었습니다.
어제도 역시 모바일 투표에 있어서 숫자 입력에 문제가 있어, 보수 언론의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야권 대통령 후보 경선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부정이라 얼룩칠 하고 싶어하는 이리 떼 같은 언론 집단이 밖에서 노려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민주당 경선 후보 스스로가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려고 작정한 듯 '경선 보이콧' 같은 짓을 벌이는 것입니다. 얼마나 좋아할까요?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말입니다.
얼마나 찾아 낼 것이 없으면 안철수 원장의 술집까지 기사화 하는 천박한 언론에게 '경선 보이콧'과 같은 먹잇감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국민들에게는 민주당 경선이 예전 통합진보당의 부정 선거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이벤트입니다.
▲ 김두관 후보 도지사까지 버리더니 경선 보이콧?
김두관 후보는 대권 의지를 강조하며 지역 기반인 경남도지사까지 그만두고 이번 경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경남도지사 자리가 대선을 치루는 야권에게 얼마나 큰 지역 기반인 줄 알면서도 자신의 대권을 위해 던져버리고 나온 분입니다. 경기도 지사를 유지하면서 경선에 참여했던 김문주 지사와는 아주 비교되는 인물인 것입니다
자신의 대권 도전이 야권의 대선 승리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이기적행동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데, 이제는 경선 보이콧 까지 한다고 하니 그가 말하는 대권 의지는 의지스럽지 않고 탐욕스러워 보일 뿐입니다.
정권 교체라는 국민의 열망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이 앞서니, 자신들의 경선 보이콧이라는 찌찔한 행동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패배감을 주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 대선 흥행에 찬물 끼얹지 말고 자중하시길
부디 오늘 울산에서 열리는 민주당 경선이 치루어지기 전에 '경선 중단'이라는 동네 철부지 꼬마 같은 행동은 철회해 주었으면 합니다. 겨우 불 붙기 시작한 야권의 대통령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자제하라는 말입니다.
경선 순회 일정이 서울쯤에 왔을 때, 우리들 마음 속에 그래도 이번 대선 한번 해 볼만 하다, 올해는 꼭 정권이 교체될 수 있겠구나 라는 희망이 생겼으면 합니다. '우리' 희망의 불꽃을 사사로운 욕심으로 꺼버리는 자는 같은 편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기서의 '우리'는 아마도 당신들이 말할 때마다 들먹이는 '국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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