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이 반드시 가져야할 덕목 한가지를 대라면 '객관성'을 들고 싶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객관성을 가져야만 언론인으로서 남에게 '사실이 이렇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관적 생각을 펼치기 위해 언론인이 되려 한다면 차라리 소설가나 시인이 되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추천 꾹>
최장 기간 방송사 파업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MBC 노동조합은 현재 업무에 복귀해 있습니다. 복귀하자마자 런던 올림픽이 열렸고, 사람들의 관심은 '파업의 정당성' 보다는 '스포츠의 열광'에 빠져들었습니다. 런던올림픽의 예상 밖 선전으로 많은 메달을 따고 금의환향 했지만 그것을 중계하고 보도한 미디어가 잘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 다시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MBC가 저질렀던 크고 작은 방송 사건 사고를 나열하는 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실제로 최저의 시청율을 기록하였고, 내용 면에서도 많은 비난과 운영 미숙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었습니다.
[양승은 앵커의 모자 출처 : 오마이뉴스, MBC]
▲ 양승은 아나운서 모자 논란
그 중에서 런던 현지 메인 앵커를 맡았던 양승은 아나운서에 대한 비판은 상당히 이색적이었습니다. 그녀가 뉴스를 전하면서 착용하였던 복장이 구설수에 올랐는데 뉴스 전달이 목적인 방송에서 눈에 확연하게 띄는 모자를 쓰고 나와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은 것입니다.
본인은 영국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회사와 함께 연출한 모자 컨셉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시청자들은 '장례식복을 입고 뉴스를 진행하는 것이냐'라는 엄청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저 역시 런던 현지 뉴스를 전해야하는 진행자의 복장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왜 뉴스 진행자가 현지의 복장 컨셉을 유지해야하는지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 뉴스의 존재 이유, 사실 전달
뉴스의 생명은 '사실의 전달'입니다. 사실의 전달을 위해서 진행자의 목소리, 얼굴, 복장, 조명, 목소리, 배경 등이 존재하는 것이며, 이것을 위해서는 다른 모든 것이 희생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즉 뉴스에서는 무엇도 '사실의 전달' 보다 우선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
그런데 양승은 앵커의 복장은 뉴스 전달보다 괴상한 모자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길 여지가 많았고, 실제로 그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영국 현지의 분위기를 전달한다는 목적이 런던올림픽 뉴스 전달 보다 더 앞섰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녀가 언론인으로서 비난을 받았던 이유이고 모자 패션이 런던올림픽 최고의 구설수들 중에 올랐던 것입니다.
▲ MBC 런던올림픽 자화자찬
그런데 양승은 아나운서 본인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MBC 특보를 통해 런던올림픽 모자 패션 이후의 자신의 심경을 밝혔는데 한마디로 자화자찬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대상을 객관적을 인식하기 보다는 주변 지인들의 주관적인 평에 의존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양 아나운서는 23일 나온 MBC 특보를 통해 구설수가 "모자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전후에 있었던 상황때문이 아니겠나. 그 상황이 마음에 안 드니까 모자를 쓰던 안쓰던 말하는 사람들은 말을 했을 것이다. 모자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 출처 : 스포츠서울 -
양승은 아나운서는 런던올림픽 당시 모자를 보고 불쾌감을 느꼈던 시청자 모두를 한방에 'MBC 파업 지지자들'로 만들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시각들이 있습니다. MBC 파업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사람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하였고, 상당수는 관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모자를 보고 불쾌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MBC 파업 지지자들이었고, 그때 박힌 미운 이미지가 자신의 모자에도 적용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 인식이 이러하니 양승은 아나운서는 처음에 며칠 쓰고 나오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니 잠시 멈추었다가 막판에는 다시 착용하는 대단한 고집을 선보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시청자들부터 더 많은 비난을 받은 것입니다. 공인이라고 하면 대중이 정당한 비판을 하면 물러서고 겸허이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데 자신만의 고집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반감이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 생겨났습니다. 앞에서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뒤에서는 미안은 하지만 내 갈길 간다는 나쁜 선례들이 현 정권 들어서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남들이 뭐라하던 마이웨이만을 외치는 사람들
국민들은 이런 사람을 정말로 싫어라 하는데 양승은 아나운서의 모자 패션과 끝까지 부린 고집은 이와 같은 나쁜 선례를 생각나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부정적인 얘기가 들려서 주변에 물어봤다. 그런데, 긍정적인 대답도 많이
왔다. 응원의 메시지들도 많았다. 이런 반응 덕분에 모자를 끝까지 쓰고 나올 수
있었다. 회사 간부들도 획기적이라며 응원해주셨다” - 출처 : 한국일보 -
위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본인도 모자 패션이 사람들부터 비난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객관적 자기 반성보다는 '주변'의 반응을 선택하여 끝까지 쓰고 나왔으며 여기에 대해서는 회사 간부들의 응원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뉴스를 전달하는 메인 앵커가 사실을 판단하는 기준이 주변의 지인들과 방송사 간부들에 국한될 뿐, 여론과 네티즌들은 숱한 비판의 소리를 닫아버린다면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이 있는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림픽이었다. 그러나 잘 끝나서 흡족하다. 개인적
으로는 회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돼 기쁘다. 현장에서 방송할
때는 잘 몰랐는데 돌아오니 많은 분들이 잘했다고 격려해 주시고 칭찬도
해주셨다.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뿌듯했다" -출처 : 뉴스엔-
물론 이 인터뷰가 회사가 마련한 'MBC특보' 이기에 '시청자' 대신 '회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 아나운서가 보는 MBC는 따뜻하고 애정이 넘치며, 뿌듯한 직장인 듯 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존경해 마지 않는 MBC의 동료 아나운서들은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과 '부서이동'을 당했고 아직 방송에서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리에서 파업 지지 서명을 받고 있는 문지애 아나운서]
양승은 아나운서에 대한 언론인으로서 자질에 대해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양 아나운서는 런던올림픽 이후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MBC를 대표하는 메인 여성 앵커로 돌아올 것입니다.
신뢰감과 공정성을 담보로 해야 하는 자리에 뉴스의 전달보다는 '패션'에 신경을 쓰는 앵커, 세상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보다는 사사로운 주변의 반응과 간부들의 응원에 귀를 기울이는 뉴스 진행자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것입니다.
▲ 언론인으로서 신뢰감과 책임
가뜩이나 요즘, 예능 프로는 사회 풍자와 정의의 목소리를 내는 반면, 뉴스 시사는 예능화되어 사실을 은폐 축소 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마저 세상을 읽은 방식이 너무나 주관적인 것 같아, 방송을 신뢰하기 더더욱 힘들어져 가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양 아나운서는 인터뷰에서 신뢰감과 책임을 말하며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로서의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과연 누가 그녀의 뉴스 나래이션을 들으며 뉴스에 집중할 수 있을 지 매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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