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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MBC 노동조합이 가면을 쓰게 된 이유?

예전에 식구들이 함께 있을 때 뉴스가 나오면 얼른 채널을 MBC에 맞추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6.25를 겪었던 부모님 세대는 당연히 보수적일 수 밖에 없고, 언제나 KBS 뉴스에 익숙해 있으셔서 다른 시각의 세상 정보를 얻으시라고 MBC 뉴스를 권했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동네 컴퓨터 학당에서 인터넷을 배우시면서 또래 친구들과 정보를 나누었고, 저에게 가끔 'MBC는 빨갱이가 많고, 전라도 방송이다'는 등 어처구니 없는 소식을 알려 주셨습니다. 아버지가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실 때면 저는 언제나 MBC 고액 연봉자들인데 왜 빨갱이가 되겠느냐와 제가 아는 선배도 거기 다니는 데 그 사람 경상도 사람이라고,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서야 아버지의 의심을 조금은 해소시킬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괴담이 무섭긴 무서운 것이 70 평생을 살아온 노친네의 판단력을 한 번에 흐리게 하고 거짓을 진실로 믿게 만드는 무서운 전파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출처 : MBC 노동조합]




▲ 식구와 함께 볼 수 없는 MBC 뉴스


그런데 요즘은 혹시나 식구들과 TV를 볼 때, MBC 뉴스가 나오면 자진하여 여타 방송으로 돌려버릴 정도로 망가지고 공정함과 거리가 먼 대표적 뉴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행간에 떠도는 우스개 소리로 조중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MBC 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MBC 노동조합은 망가져 가는 방송의 공정성을 되찾고, 언론 본연의 책무를 다하고자 올 초부터 170 여일이라는 장기 파업을 버렸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여야로부터 약속 받고 파업을 풀었더랬습니다. 


그러나 아니나다를까 새누리당은 없던 사실이라고 발뺌하고 올림픽과 대선 이슈를 보내면서 8월 김재철 사장 퇴진은 물건너가 버렸습니다. 김재철 사장은 마지막 남은 최후의 반격으로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징계를 통한 보복과 사내 교육을 통해 방송 복귀를 어떻게든 막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정권에게는 눈에 가시같았던 MBC PD수첩의 자존심을 지켰던 시사교양국 60명의 PD 중 현재 남은 PD가 고작 34명이라고 합니다.  해고, 정직, 전출, 교육 발령을 통해 파업에서 돌아온 조합원들을 초토화 시켰고, 결국 소원 성취하여 PD 수첩은 업무 복귀 후에도 여전히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잘하고 칭찬 받을 일이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무엇보다도 알 권리를 위해서 성역 없이 파헤치고 비판의 날을 세웠던 PD 수첩은 공중 분해 상태에 놓인 것입니다. 




▲ 파업 때보다 더 망가진 회사


MBC 노동조합이 힘들게 꾸려왔던 170여일의 파업을 멈추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MBC 상황은 더욱더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MBC 노동조합은 다시 MBC 정상화를 위한 김재철 퇴진 총력투쟁을 17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방법은 파업을 선언하지 않았지 이전 파업 때와 동일한 방식을 취합니다. 김재철 퇴진을 위한 1천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서울 지역에서는 명동과 광화문, 강남 등 5개 거점을 중심으로 거리 만화 전시회와 서명전, 피켓팅, 홍보물 배포 등을 전개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역 MBC 역시 19개 지부, 전국 40여개 지역에서 김재철 퇴진과 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전을 재개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노동조합이 투쟁이 수위를 높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측의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입니다. 




▲ 대통합이 필요한 곳 MBC


요즘 '대통합'이라는 말이 귀에 자주 들립니다. 그냥 통합도 아닌 대~통합을 이룬다고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함께, 서로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MBC가 바보상자가 되어버리고,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였음에도 오직 권력자들의 목적에 부합된다는 이유로 용인되고 덥어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언론인으로서 사명감과 자신의 일터가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겠다고 일어선 노동조합이 있었던 것이구요. 


사실 통합의 메신저는 MBC를 방문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노사가 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어야 합니다. 당연히 여당이며 다수당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라면 충분히 노동조합이 다시 총력투쟁을 하지 않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후보와 새누리당은 MBC 사태를 방치하였고 결국 통합하기보다는 분열을 야기시킨 것입니다. 




한재희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가면을 쓴 이유에 대해 "브이포벤데타라는 만화에서 이 가면을 쓴 영웅이 저항을 상징할 때 이 마스크를 쓴다"며 "CCTV와 트로이컷등을 통해 무차별 사찰을 하고 자유발언대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징계를 하는 것에 대해 이 가면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피해를 N분의 1로 나눠서 지겠다는 각오의 의미로 썼다"고 설명했다. [출처 : MBC 노동조합]




▲ 얼굴의 마스크는 저항의 상징


MBC 노동조합은 예전 파업 때와 똑같이 싸워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이 하나 있으니 얼굴에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노조원들이 착용할 것은 브이포벤데타라는 만화에 등장하는 가면으로 저항을 상징하는 도구라고 합니다.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고, 어찌 보면 무서울 수 있겠지만 이것이 저항의 상징이면서 노조원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라고도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MBC는 예전 파업 참가 노조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징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끝난 각시탈이 일본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것처럼 MBC 노동조합이 쓰고 나온 가면이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으면 합니다. 


MBC의 공정 방송 사수를 위한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고, 노조의 가면을 보면서 간담이 서늘해질 사람들은 더 이상 MBC를 망가뜨리지 말고, 어서 빨리 자신만의 길을 찾아 갔으면 합니다. 다시 파업이 시작된다면 아마도 이번에는 끝을 보게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공중파 방송사 한 곳 정도는 균형감을 가지고 있어야 올 12월에 치루어질 대선도 공정하게 치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MBC 노동조합의 다시쓰는 가면투쟁에 거는 기대 또한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