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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성완종은 왜 경향신문을 선택했을까?

성완종 리스트로 정치판이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고 성완종씨 메모에 등장했던 8인은 나름대로 대응을 하고 있지만 불신의 벽이 높았던 대한민국 정치를 신뢰하는 국민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성완종씨가 오직 메모만 남겼다면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는 공권력이 나서 조사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성완종 리스트가 터지고 검찰 수사에 대한 논의가 법리 해석이며, 공소 시효에 쏠리고 죽은 사람의 주장을 가지고 어떻게 수사할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많기 때문입니다.  


과거 노무현 정권 인사의 뇌물 사건의 경우 법리 해석과 시효보다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 집중했던 여론이 '과연'이라는 방점 부터 찍고 시작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 입니다. 저 역시 '과연 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터 들었습니다. 





[성완종 녹취록 경향신문]




▲ 메모는 검찰, 녹음파일은 언론

그런데 성완종 리스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검찰이 손에 쥔 '메모' 외에 자살 직전에 언론사 경향신문과의 50분여의 인터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방송 출연을 즐겨하는) 자칭 법 전문가들은 성완종씨의 '메모'와 '인터뷰'가 증거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떨어지길 바라는 것인지 실제로 그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완종 리스트의 8인이 '매우 청렴한 분'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이와같은 주장을 한다면 그 법 전문가의 주장 역시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서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메모와 인터뷰 자체가 진실을 밝힐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성완종씨의 메모는 검찰이 자살 현장에서 부리나케 출동하여 회수해 갔지만 50여분의 인터뷰는 경향신문이 가지고 있고 세상에는 아주 일부만 공개한 상태입니다. 


이것을 의식한 탓인지 종편에 나오는 함량미달 패널들은 경향신문이 가진 인터뷰 녹음파일을 어여 빨리 검찰에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검찰에 녹음파일 원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고인의 유지가 훼손되거나 결례가 없도록 유족들과 충분히 의논하고 그 뜻을 따를 것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 녹음파일에 대한 경향신문 입장]



그런데 왜 성완종 회장은 이러한 고급 정보를 조중동 또는 KBS, MBC 등과 같은 메이저 언론이 아닌 경향신문에 보냈을까요? 저는 정말로 성완종 회장이 죽음을 택하면서까지 자신의 처지를 세상에 알려달라는 의지가 강했다고 봅니다. 조중동은 이른바 보수 언론입니다. 그리고 KBS MBC는 언제부터인가 친 정권적인 방송이 되었습니다. 


보수언론에게 자신의 인터뷰를 맡겨봐야 그들이 진실을 밝힐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 아닐가 추측해 봅니다. 이들 보수언론의 생리는 오랜 세월동안 보수 정당과 기업에 몸을 담았던 성완종 회장 스스로가 더욱더 잘 알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살아생전 익숙했던 언론사가 아닌 어쩌면 자기가 살아온 길과 반대되는 언론사에 죽기 직전 인터뷰를 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경향신문과 성완종씨의 인터뷰 내용 중에는 그와 같은 간곡함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

   

"이 맑은 사회를 우리 부장님이 만들어 주시고 꼭 좀 이렇게 보도해 주세요." 

(성완종 녹취록 중, 여기서 부장님은 경향신문 부장을 뜻한다)








▲ 경향신문 성완종 녹취록, 성완종 리스트 진실의 핵심

저는 현재 경향신문이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0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녹취록이 증거로서 가치가 없다고 하지만 성완종 회장이 인터뷰를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뇌물 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증거로서의 가치는 180도 달라집니다.


성완종 녹음파일을 정치권 또는 수사기관이 가지고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정치적 사건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보계열의 경향신문이 이것을 가지고 있기에 정치권과 수사기관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오늘 경향신문은 "성완종 녹음파일 원본 제공할 것" 이라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마지막에 이와같은 다짐이 있습니다 .



경향신문은 인터뷰 내용을 정치적,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정 정파에 미칠 유불리를 따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오로지 ‘진실을 밝힌다’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입니다. 경향신문은 진실 보도를 위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경향신문 "성완종 녹음파일 원본 제공할 것")


    

성완종 리스트는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될 듯 합니다. 또한 경향신문의 녹음파일은 진실을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증거물이 될 것입니다. 부디 안전하고 적절하게 '정의의 이름으로' 사용되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