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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총리, 녹취록에 두 번 죽다

경향신문이 성완종 녹음파일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거짓말에 너무나 능숙해왔던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대응하는 방식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바닥까지 내려앉았는지 모르겠지만 정치의 불신이 기업과 법, 검찰과 언론에 까지 치달았습니다. 결국 나라의 권력을 잡겠다는 파렴치한들 때문에 국가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까지 물들어 결국 국민 스스로가 무지해지거나 반대로 영악해지기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거짓과 불신이 팽패한 사회는 서로를 믿을 수 없기에 결코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반증하듯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상위요, 출산율은 최하위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나라는 잘 사는데 국민이 불행하다는 것을 확증적으로 알려주는 수치입니다. 


이 아이러니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바로 국가의 정치가 바로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추잡함의 극치를 달리니 국민의 불신과 무관심이 더해져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것입니다. 








▲ 위기의 순간에 폭로된 성완종 리스트

이와같은 위기의 순간에 성완종 리스트가 폭로되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일컫어지는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고 성완종씨가 남긴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가 전부이고 수사를 통한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열된 인사들의 다급함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나라의 행정을 지휘하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이 리스트에 언급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이완구 총리는 지금 자리에 오르기까지도 많은 구설수가 있었던 인물입니다. 특히 인사청문회에서는 기자들과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이 분의 사람됨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완구 녹취록 1 : 기자들 앞에서 밝혀진 그의 언론관 

이완구 후보자는 기자들과 점심 식사자리에서 언론사 간부에게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너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치인이 방송사 패널을 자기 입맛에 맞게 뺄 수 있다는, '패널'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등골이 오싹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돼. 해 안 해? 야, 김 부장 걔 안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라고 녹취록을 남겼습니다. 앞 뒤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많은 것을 유추하기는 힘들지만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기자들은 매우 기분 나빳을 것 같습니다. 자기 고참들이 이 후보자 앞에서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출처 : 2015/02/08 - [나비오의 쿨한 무위도식] - 이완구 녹취록 공개, 언론사 외압, 사과가 아니라 사퇴해야



이완구 총리는 이 외에도 부동산투기, 병역문제, 황제특강, 삼청교육대 등이 청문회에서 거론되며 의혹을 샀지만 자기 사람이라면 모든지 용서하는 현 정부의 너그러움으로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가 되었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 성완종 경향신문 녹취록 

총리 인사 청문회 때 기자와의 녹취록으로 고생을 했던 이완구 총리는 이번 성완종 리스트에서 역시 고 성완종씨가 남긴 녹음파일로 고초를 겪게 되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 '메모'만 검찰이 가지고 있었다면 이완구 총리의 어제 국회대정부질문에서의 답변은 꽤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정청래 의원 : 성회장으로부터 단돈 만원도 안 받았습니까?


이완구 총리 : 네 그런거 없습니다. 


정청래 의원 : 하늘에 맹세합니까?


이완구 총리 : 네 후원금 한 푼 안 받았습니다. 


성완종 회장 측근과 15차례 전화를 걸었던 사실에 대해서


이완구 총리 : "고인께서 메모를 남겨놓고 (저의) 이름은 거기 있고, 서너 통을 통화했고 나머지는 서로 엇갈려가지고 통화가 안된 것뿐입니다"

  출처 : MBC



그러나 이완구 총리의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이 있고 난 후 기다렸다는 듯이 경향신문은 성완종씨의 녹취록 일부를 다시 공개했습니다. 거기에는 매우 구체적으로 성완종씨가 말하는 이완구 총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회장과 전혀 친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녹취록과 지금까지 나온 여러 장의 사진으로만 봐도 '친하다'의 의미가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완종씨는 작심한 듯이 이완구 총리가 사정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또한 성완종씨는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메모에는 액수가 적혀있지 않았지만 인터뷰에서는 구체적 액수를 밝힌 것입니다 .


성완종 리스트의 경우 정치인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않으면 녹취록의 일부를 발췌하여 공개하는 경향신문의 언론 대응은 근래에 보기 드문 멋진 전략입니다.    







[경향신문 성완종 녹취록]





▲ 이완구 총리를 두 번 죽인 녹취록

이완구 총리는 녹취록에 두 번 당하고 있는 듯 합니다 .첫번째는 스스로 경솔하게 기자들 앞에서 말하여 그의 잘못된 언론관이 세상에 알려졌고 두 번째는 남이 자신에게 말한 녹취록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완구 총리는 첫번째 녹취록 (기자들 앞에서 허세부린)이 밝혀졌을 때 총리 후보자를 자진 사퇴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총리직을 수행할 정도로 조심스럽거나 신중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밝혀진 두 번째 녹취록은 아직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두번째 녹취록 내용을 살피며 이완구 총리가 앞으로 깨끗하게 대한민국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않으면 녹취록의 일부를 발췌하여 공개하는 경향신문의 언론 대응은 근래에 보기 드문 멋진 전략입니다.  

 

그가 총리로 있는 정부에서 이번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한다는 것 또한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돈을 받고 안 받고 문제가 아니라 성완종 녹취록을 대하는 이완구 총리의 모습은 매우 석연치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