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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전통 떡볶이vs프렌차이즈 떡볶이 누가 살아남을까?



다음의 글을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네 길거리 음식들이 프렌차이즈 매장형태로 변해가는 것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적어본 것입니다. 혹시나 맛집 정보를 얻으려고 들어오셨다면 스크롤의 압박과 약간의 실망을 가질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요즘 음식점이나 기타 매장들이 생기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간판입니다. 그런데 새로 생기는 가게들의 간판을 자세히 보시면 대부분은 "가맹점 문의'나 '체인점 문의'  알림 문구가 꼭 들어갑니다. 언제부터 이런 체인점 문화가 생겨났는지 모르겠지만 변두리 조그만 분식점이 생겨도 간판에 '가맹점 문의' 부터 챙긴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창업하는 분들이 정작 가게가 성공하기 위한 '맛에 대한 연구'와 ''손님에 대한 서비스'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빨리 유명해져서 프렌차이즈로 가맹점 몇개 열어 손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기존 프렌차이즈 사업자로 부터 창업을 위탁하여 가게를 여시는 분들이야 본사에서 해주는 데로 간판달고 주방용품 구입하니 그런 분들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아쉬움입니다. 그리고 많은 연구와 준비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가게를 열면서 가맹점에 대한 욕구를 가지는 것에 대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음식점이 정작 승부를 걸어야 하는 '맛과 서비스' 보다는 젯밥에 관심을 가지고 창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40 여년 전통을 갖고 있는 '오시오 떡뽁이' 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맛에 대한 평가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맛은 너무나 주관적이 것이고 홍보성 블로그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오해의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네요.

이 집은 오직 떡볶이만 하고 주인 아저씨의 장인 정신으로 말미암아 그날 준비된 재료가 다 팔리면 뒤도 안 돌아보시고 문 닫으십니다. 보통 6시경 좀 넘으면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장사가 잘 될때면 그 전에 닫을 수도 있구요. 아닌 경우는 더 오래도 하십니다.

  
물론 밖에도 허름하지만 내부도 허름합니다. 소문 듣고 오신, 청결함을 추구하는 첫 손님들은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오는 분들이 단골 손님이고 처음 오신 분들도 적응하여 맛있게 드시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가보니 그 동네 떡볶기 지형에 변화가 생겼더군요


요즘 떡볶기는 길거리 음식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로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떡볶이가 프렌차이즈화 되는 것은 당연하고, 40 여년 전통의 '오시오 떡볶이' 불과 몇십미터 옆에도 유명 떡볶이 프렌차이즈의 가맹점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실 게임은 안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시오 떡볶이는 차타고 멀리서도 찾아올 정도로 유명하고 주변 사람들도 다 아는 곳이라 프렌차이즈 떡볶기가 오시오의 아성을 한번에 무너뜨리기는 힘들 것이고 봅니다. 

하지만 떡볶이집의 프렌차이즈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맛과 함께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위생'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주류를 이룬다면 기존의 전통적인 떡볶이집들은 다소 열세를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 
[점점 설 곳을 잃어가는 포장마차 떡볶이집들]

당장에 어른들은 추억을 생각하며 익숙해진 맛에 따라 전통의 떡볶이집을 찾아가 먹더라도 아이와 함께 먹는다면 '글쎄요'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통의 떡볶이 집은 더럽고 프렌차이즈가 깨끗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통의 음식점 중에서도 더 깨끗하고 안전한 재료를 사용하는 집들이 많으며 프렌차이즈라고 다 위생적인 조리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항상 아는 집에서 음식을 먹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모르는 동네에 가서 케익을 산다고 했을 경우 모르는 제과점에서 사기 보다는 '파리 바게뜨'와 같은 이미 대중에게 친숙한 브랜드 상점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프렌차이즈 상점들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이고, 전통을 고수하며 홀로 상점을 운영하는 가게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입니다. 
[홍대를 주름잡았던 조폭 떡볶이도 이제는 가게를 열어 식탁에서 먹습니다] 

처음에 소개했던 오시오 떡볶이는 장사가 잘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맛과 정성으로 승부하는 전통의 음식점들은 승승장구 하겠죠. 그런데 그 전통이 1세대에서 끝나 하나둘씩 문을 닫게 되고 그런 전통의 맛집마저 프렌차이즈화 되어 맛이 일률적으로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그렇게 되면 정말로 맛이 없는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프렌차이즈 음식점들이 본사의 일정한 품질관리와 레시피에 의해 좀더 위생적일 수도 있고 인테리어 역시 좋을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깨끗하고 이쁜 곳에서 먹는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죠. 

하지만 프렌차이즈는 태생적으로 독보적인 맛의 질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교육을 시키고, 동일한 재료를 내려보내도 섞는 순서와 손맛에 의해 변하는 것이 우리의 미각입니다. 프렌차이즈 음식점은  그냥 평준화된 맛을 유지하며 지점마다 약간의 손맛으로 좌우될 뿐입니다. 왜냐하면 같은 재료, 같은 레시피 안에서 갑자기 특이한 맛이 나올 리 없기 때문입니다.   

                                     [떡볶이 프렌차이즈는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결국 전통적인 떡볶이 집은 독특한 맛과 개성으로 승부를 봐야하고, 프렌차이즈 떡볶이는 다수 매장을 통한 평준화된 맛으로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이 둘의 경쟁에서 누가 이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이야기 했듯이 조금 장사가 된다하면 앞뒤 안가리고 가맹점부터 내는 창업마인드라면 프렌차이즈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떡볶이는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하고 또한 그 맛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주 장사가 잘 된다하여 불친절하고, 위생에 신경쓰지 않는 전통의 맛집 사장님들이 교만함으로 눈을 가려 시설과 재료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프렌차이즈 매장에 손님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저는 조금 더 걷고 비싸더라도 프렌차이즈 매장 보다는 맛있다는 맛집을 찾아가는 스타일 입니다. 그리고 그런 맛집들이 많아지는 것이 개인이 창업을 하여 자신의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떡볶이 사업에까지 뛰어든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길 바라며, 떡볶이 역시 막걸리를 이어 세계적인 음식으로 거듭나길 또한 바랍니다.  Share/Book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