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저한테는 한가지 생활습관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고스톱을 치는 것이죠.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닌텐도를 들고 화장실을 가든, 아침에 잠깐 짬을 내어 게임기를 상대로 고스톱을 치는 것입니다. 평소 제가 종이나 동전이 오고가는 게임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상하게도 아침 고스톱은 생활화 된 것 같습니다.
특별히 재미가 있거나, 온라인으로 실제 사람과 즐기는 스릴도 없는데 닌텐도를 들고 바쁜 아침에 고스톱을 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어짜피 버리는 시간(화장실 타임)인데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즐겨왔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제가 왜 아침 고스톱에 집착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타로점 카드]
제가 아침 고스톱의 결과로 하루 운세를 미리 점쳐본다고 해야 할까요. 요즘은 하루 생활이 어떻게 될지 불안한 도시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도처의 예상못한 위험(버스가 폭발하고, 태풍으로 사람들이 죽고, 사회불만 무동기 범죄)이 도사리고 있고, 제가 하는 일에서도 주변 상황에 따라 제 입장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도 있지요. 겉으로는 무척 평온해 보이는 일과이지만 그 내부를 파고들어가면 많은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불안한 삶에서 앞날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은 큰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점집이 넘쳐나고, 하루운세 코너가 인터넷에서도 인기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저는 점집을 가거나 운세 사이트에 들어가 하루 운세를 체크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묘하게도 고스톱을 치면서 하루 운세를 점쳐보고 있더군요
이것을 알게 계기가 있었습니다. 50% 확율을 가지고 있는 거래처에 가야 할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판단의 근거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마음 한켠에 가지 말라고 속삭이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다름아니라 아침에 친 고스톱 결과였습니다. 계속되는 패배와 결정적인 순간에 싸서(?) 대승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판 수가 많았던 날은 제가 몸을 사리고 거의외근을 나가려고 하지 않더란 말입니다.
평소 점쟁이를 찾아가거나 운세를 점쳐보는 것은 마음 약한 짓이라고 의연히 거부해왔었는데 실제 제 생활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저 역시 미래가 너무나 궁금한 것이었고, 당장의 오늘 하루도 제 생각과 의지보다는 무엇인가 이끌어줄 것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루 일과를 여는 닌텐도 고스톱]
그래서 아침 고스톱을 제가 지속하는 것이었고, 습관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 의식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이런 행동이 나쁘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예언하고 점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고, 아직 그 진위를 100% 증명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예언으로 미래를 점쳐서 위험을 피할 수 있다면 상당히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예언이나 점이 100%가 아니기에 불필요한 지출과 행동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맹신하게 되면 자신의 중요한 것들을 잃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는 연약한 인간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우리 삶에 생명력이 있고, 묘미가 있고, 감동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감동의 실제 드라마를 보거나 듣고 감탄하고 있을 때 옆에서 그것은 이미 다 예언되었던 것이야 하면 얼마나 김이 빠지겠습니까?^^
이런 생각 속에서 갑자기 생각나는 한 철학자의 말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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