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남자친구를 빼앗아 갈수도 있다?
저의 이전 글
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진지한 답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 체험적으로나 심정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스마트폰의 불행의 예를 좀더 구체적으로 구성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사실과 무관한 가정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미영이(30세)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평소 고민이 있습니다. 둘이 만나서 놀러다니고 이야기 하고 밥먹고 할때는 참 행복하고 좋지만,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5%가 존재하고, 그것에 집중하면 나머지 95% 좋은 점이 점점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상담해 보면, 자신이 욕심이 많다고 합니다. 세상에 100% 만족스러운 대상이 어디 있느냐, 부족한 것을 채워가면서 사는 것이 연애이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는 것이 결혼이라고 합니다. 결혼 적령기를 넘어서고 있는 미영이는 남자친구 앞에서는 언제나 좋은 여자친구이지만 항상 이런 마음의 걸림이 조금씩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남자친구와 싸웠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참견해 오는 남자친구가 짜증이 났고, 참견하는 만큼 남자친구가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었냐는 스스로의 질문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본인이 일이 늦게 끝나거나 회식이 있고 어려운 자리를 하고 있을 때는 와서 좀 기다려 주거나 하면 좋은데 남자친구는 얄밉게도 그런날 다른 약속을 잡고 자신을 잘 케어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물론 어쩌다 한번 무심하지 평소에는 와서 기다려주고 집까지 바래다 주고 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마음이 산란하고 무작정 소리치는 남자친구에 대해, 냉각기를 선언하였습니다. 너무나 혼란스럽고, 이전부터의 고민들이 표면으로 올라와 힘들었던 차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일주일! 딱 일주일만 안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일주일 후에 어떤 결정이 날지는 미영이도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마음이 아팠던 것은 사실입니다.
첫날, 둘째날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너무나 익숙했던 관계였기에 손길하나 가는 곳곳마다 남자친구의 흔적이 남아 있어 정말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무엇인가 다른 대상에 몰두하지 않으면, 자존심도 없이 다시 전화하게 될 것도 같고, 마음에 묻직한 눈깔사탕 하나 들어와 있는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기다리던 아이폰4가 도착하였습니다.
너무나 세련된 디자인과 새로운 기능들이 저의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사진도 찍고, 아이폰에 케이스를 입히고, 각종 어플을 까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실시간 메신저 어플을 깔면서 예전에 서먹해졌던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나이들면서 사라져갔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아이폰을 통해 되살아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화기로서 바라보았던 아이폰이 전화기 이상의 미영이의 귀중품이 되었고, 남자친구에 대한 생각을 잠시 잊어보자고 몰두했던 아이폰이 이제는, 남자친구가 없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심심하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이폰이 생기니 외롭지 않아졌습니다. 트위터에 올라오는 대화와, 카카오에 들어와 있는 이웃들이 모두다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진을 찍어 화면을 디자인하고 벨소리를 만드는 작업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운명의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독히도 외롭고, 힘들었을 것 같았던 일주일이 너무 빨리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질문이 듭니다. 내가 왜 이 남자친구와 사귀어야 할까? 난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난 전혀 친구가 없지 않은데, 난 이제 심심하지 않은데, 마음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좋았던 점보다 서로 개입해 들어오는 관심이 사랑이라 느껴지기 보다, 참견이라는 생각이 더 굳어져만 갑니다.
그리고는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더 만나기 힘들 것 같다. 미안하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전 가능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위에 나왔던 미영이는 아이폰을 잘 활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여된 부분을 아이폰을 통해 가리면서 '중독'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중독이 사라져갈때 후회하게 될 수도 있겠죠. 인간은 자신이 만족할 때 주변의 아쉬움에 대해 대단히 잔인해 집니다.
저의 이전글에 대해 어떤 분의 이의를 제기하며 버스에서 멍때리고 있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진의 분들은 글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출퇴근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무엇인가 하는 것이 더 좋겠죠. 그런데 제가 지적하는 것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있는 분들이 집이나 직장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일 확율이 많다는 것입니다.
집에 가서나 또는 친구들의 모임에서는 전화기는 아예 멀리 던져버리고 사람과 소통하는 분들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대중교통안에서 그러한 과잉몰두 현상을 보이는 분들은 집에서도, 친구를 만나서도, 잠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않을 확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도이면 '중독'에 빠진 것이고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오래되면 일단 눈과 손이 고생하게 되고, 우리가 발 내리고 사는 현실과 멀어지게 되지 않을까 라는 추측에서 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은 가끔 멍때리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인간에게 마음의 평안을 준다는 '명상'의 원리는 사실 알고 보면 '멍때리는' 원리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너무 멍때리는 것을 기피하다 보니 애플사의 익숙함의 첨단기기에 열광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계속 반복하여 말씀드리지만 스마트폰은 수단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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