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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에드워드 권, 짝퉁 쉐프 또는 선한 주방장?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처음에 홀보다 주방이 시급이 높다하여 주방을 지원하였고 하얀 주방복에 모자를 착용해야 했었다. 어린 나이에 그것이 왠지 부끄러워 주방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하였다. 실제로 홀서빙 아르바이트들로부터 김치 국물 냄새난다고 저리 가라는 홀대 소리도 들어야 했다.  
그때는 그러했던 것 같다. 식당에서 하얀 모자 쓰고 요리하는 사람을 주방장이라 불렀고, 사회적으로 대접 받지 못하는 직업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고, 이제 주방장을 일컬어 '쉐프님'이라는 고상한 명칭이 생겨났다. 이런 분야는 '급'이 아니라 '격'이 달라진 것이다. 
 

[출처 : babyology.com] 

이런 사회적 현상을 대변하듯 세상은 스타 주방장을 원했던 것 같다. 아니 명품 쉐프를 원했던 것이다. 거기에 걸맞는 인물이 7성 호텔 수석 주방장 꼬리표가 붙은 '에드워드 권'이다.

TV에 비친 그는 준수한 외모에 세련된 매너를 보였다. 당연히 미디어에 제격인 스타 쉐프의 탄생을 알렸고, 거기에 걸맞는 화려한 경력이 뒷받침해 주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분야에서 일하는 모습은 다소 과장된 행동이 없지는 않았다. 아주 엄격한 기준과 아랫 사람에 대한 냉정을 넘어 야속하게 내려지는 불호령 등 상대방이 상처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7성 급이었고, 최고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 되었고 도리어 저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다라고 존경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의 이력 문제가 작년 7월에 이어 트루맛쇼 감독 김재환에 의해 다시 제기되었다. 인터넷 6주 과정으로 끝낸 미국의 나파벨리 CIA 요리학교 과정을 2년 수료로 묵인하였고, 미국 젊은 10대 요리사 선정, 그리고 명성의 꼬리표로 붙는 7성 호텔에서의 직급 문제 등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미 자신의 이력 허위에 대한 문제를 지난 7월 KBS 승승장구에 나와서 시인하였고 반성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그 이후 달라지 것이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그를 최고의 요리사로 치켜 올렸고, 그의 거침없는 거만함은 시청자의 신선한 볼거리가 되어 버렸다. 

                                                            [KBS 승승장구 캡처]

물론 그가 해외에 나가서 실력을 쌓기 위한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재 그가 유지하는 명성이 6주간의 인터넷 강의로 미국의 명문 2년재 요리학교를 수료하였고, 숫자에 약한 대중에게 10대 요리사 선정, 7성 호텔의 총주방장이었다는 것에 기인한다면 그는 진정한 반성과 자중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후 자신의 활동 영역을 더 넓혀서 예스쉐프라는 방송의 고정 심사위원이 되었고, 자신의 브랜드로 홈쇼핑에 런칭을 하고, TV 드라마에 배우로도 출연을 한다. 이것이 자신의 과거 학력과 경력 허위에 대한 반성하는 사람의 자세인지 의문이 드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하였고, 어려운 전문 용어 상의 실수 라고 하였지만 분명히 그러한 표기들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았을 것이다.  

우리는 요즘 미디어의 거대 권력 속에 살고 있다. 미디어가 좋아하면 옳은 것이고, 미워하면 거짓이 되어 버린다. 에드워드 권의 주장대로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언론에서 그의 보통의 경력을 화려하게 치장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 방송과 기사와 출판을 하면서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반성'은 진정성을 가지고 했지만 미디어가 그것을 방송용 멘트로 변질시켜 버렸고 자신은 끊임없이 미디어와 손잡고 출세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드워드 의 자격을 묻다 - 한겨레21 김재환 감독 관련글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우리 사회가 점점 존경할 대상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자신의 경력이 뻔히 잘못 나간 것을 알고도 묵인하는 사람이 자기 분야에 출중한 기량을 가졌다 해서 존경과 추종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정직과 신뢰는 기본 자질의 문제이지 선택이 아니다. 이 원칙이 깨진 사회에서는 지도자를 뽑을 때 조금의 비리가 있어도 눈 앞의 이익을 얻기 위한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타락한 언론은 이 잘못된 선택을 위해 전후방에서 아낌없이 지원 사격한다.   


진실을 가렸던 경험이 있는 자가 누구를 평가하고 다른 이를 어떻게 떳떳하게 가르칠 수 있을까? 자격 없는 사람이 남 위에 굴림하고 가르치려 들기 때문에 존경심과 명예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에드워드 권의 요리는 먹어본 적 없지만 요리를 잘하는 쉐프일 것이라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왜냐하면 부풀려진 경력을 걷어 내고 보아도 그는 나름 노력과 열정으로 요리 수업을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진행 중인 과거 경력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없다면 '선한 주방장'이 아니라 '짝퉁 쉐프'라는 꼬리표로 제2, 제3의 고발자들을 만날 것이다. 왜냐하면 반성은 말로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