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손녀'라는 검색어가 양대 포털 사이트 순위권에 오르더니 '몽클레어'라는 생소한 단어 하나가 따라 붙었다. 프랑스에 있는 무슨 산이름인가 했더니 다름이 아니라 '이명박 손녀'와 연관된 검색어였다. 네티즌들이 '이명박 손녀' 라는 검색어를 치고 들어가서 내용을 확인해 보고는 또 다른 호기심으로 '몽클레어'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벌어진 일종의 쌍두마차 포털 검색어 점령이었다.
[1월 22일 다음(DAUM)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나도 '몽클레어'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내용은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로 특히 패딩 점퍼류와 같은 아웃도어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명품 의류로 이명박 대통령의 손녀가 전날 민생 시찰 재래 시장에 입고 있던 브랜드란다.
사람들은 300만원을 호가하는 어린 손녀의 명품옷을 빗대며 서민을 위한다는 대통령의 진심성에 분노를 한 것 같았고, 한 편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비싸지 않다, 대략 65만 정도에 구입했을 것이고 능력 있는 데 좋은 옷 입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라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실제로 몽클레어는 명품 중에 명품이었다.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이 입는 브랜드로 샤넬,구찌,프라다 등의 노출된 명품이라기 보다는 그들만의 1%를 위한 상위급 명품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루이비통이나 구찌 가방은 상류층만의 것이 아닌지 오래되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중산층의 모습에서도 명품백은 흔한 아이템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명품 브랜드도 등급이 있다. 콜롬보 가방 중고 시세, 다음쇼핑 캡처]
명품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는데 1% 상류층은 그것은 99%와 공유하려고 하겠는가? 그들은 그들만의 더 고급 브랜드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삼성가에서 인수해 화제다 되었던,'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이하 콜롬보)와 같은 일반인들은 들어보지도 접근하기 힘든 세계 최상위 브랜드로 자신을 치장하고 있는 것이다. 주위에 누군가가 콜롬보 가방을 들고 온다면 우리는 예전 형사 콜롬보를 생각하며 몇만원짜리 가방이겠거니 생각하면 상대방에 대한 크나큰 결례다. 콜롬보 가방은 인터넷에서 잘 살수도 없고, 중고 가격만 대략 3백만원에서 천만원이 넘는다. 실제 가격은 상상에 맡기겠다.
이명박 대통령 손녀가 입었다는 몽클레어도 그런 상위 1%만의 명품 브랜드이다. 어찌 보면 루이비통, 구찌나 프라다는 너무 식상한 명품일 수 있는 것이다. 더 기품있고, 더 희소성 있는 그리고 일반인이 따라오기 힘든 가격, 이것이 1% 상류층을 위한 명품의 조건인 것이다.
일반적인 월급쟁이 능력으로 루이비통 백만원대 가방이야 명품계들고 무리해서 살 수 있다고 해도 콜롬보 같은 천만원이 넘는 가방은 사는 즉시 1년 동안 숨만 쉬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콜롬보 같이 1% 명품은 이용가치도 떨어진다. 왜냐하면 주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 상위 1%에게는 그럴 염려가 없는 것이다.
[몽클레어 패션쇼 장면, 황금장식의 궁전 배경이 이 브랜드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출처 : 몽클레어 홈피]
손녀의 패딩 점퍼가 구찌의 몇십만원대 패딩이었더라도 이렇게 난리를 쳤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찌는 일반인들도 무리하면 지니고 다닐 수 있고, 한마디로 아는 브랜드이다. 그런데 몽클레어는 일반인들에는 듣도보도 못한 최고가 브랜드인 것이다. 그러니 '이명박 손녀' 검색어를 쳤던 사람들이 '몽클레어'에 들어와보고 분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참으로 많은 이견을 보이는 것 같다.
한쪽에서는 패딩 점퍼가 300만원이다 라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략 65만원선을 제시하고 있다. 둘다 정확하지 않고 오직 그것을 산 사람만이 실제 가격을 알 것이다. 하지만 몽클레어를 찾는 고객이 인터넷에서 저가로 아니 해외 구매 대행을 해서 저렴하게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린아이 옷 300만원이 일반인이 분노하기 합당한 가격이라는 것과 65만원은 노스페이스 패딩 85만원이라는 용서의 가격 저항선 밑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결국 패딩이 300만원이길 바라는 사람들과 65만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대립이 있는 것이다.
보수 언론은 공지영의 샤넬백과 박원순의 에르메스 넥타이까지 들먹이며 이 문제의 본질을 패딩 점퍼의 가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패딩 점퍼 65만원이라는 근거 없는 가격을 다른 사람들의 인용글을 통해 널리 퍼뜨리고 있다. 300만원이라는 부풀려진 가격도 문제이지만 65만원이라는 용서의 가격은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손녀가 이 옷을 입고 나온 사진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이며, 서민과 함께 하겠다는 재래 시장 방문 사진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은 진정성에 관한 문제로 이것을 받아 들이고 있지 능력있는 대통령의 손녀가 입고 있는 패딩 점퍼의 가격이 아닌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좋은 옷을 입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대통령의 손녀와 그것을 사 입힌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옷차림을 하고 서민들의 생활을 알아보고 함께 한다는 생각과 그러고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배포하는 것 자체는 진심성을 의심 받기에 충분한 행동이다.
옛날 훌륭한 왕들은 서민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 이른바 잠행이라하여 변장을 한 옷차림으로 사람들의 인적 드문 시간에 궁궐을 나왔다고 한다. 그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평상 시 서민들의 사는 모습을 알고 싶은 것이지, 왕인 자신이 궁궐을 나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조그만 명품 패딩 점퍼 하나가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그리고 명품 패딩 점퍼를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분노였다. 건강한 사회라면 누가 얼마짜리 패딩 점퍼를 입었던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이것을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은 점점 땅에 떨어져가는 우리 사회의 진정성에 있는 것 같다.
진정성이 회복되고, 서민들이 행복의 웃음을 되찾게 되는 날, 대통령의 손녀가 어떤 옷을 입던 관심 갖지 않게 되는 건강한 사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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