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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최일구 앵커, 잃은 것은 보직이요 얻은 것은 명예로다


"17
대 당선자들은 오늘 하루 거리로 나가서 당선 사례를 했습니다
유권자들은 한결 같이 깨끗하고 희망을 주는 정치 좀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299
명 당선자 여러분들 제발이지 싸우지 마세요
머슴들이 싸움하면 그 집안 농사 누가 짓습니까
?"


위의 글은 MBC 주말 뉴스데스크 최일구 앵커 어룩 중에 한편입니다. 뉴스 앵커가 국회의원들을 머슴이라고 서슴치 않고 부른 것은 어록에 기록될 정도로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전 최일구 앵커가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근엄하고 바른 모습으로 앉아 있어야 하는 뉴스 앵커자리를 농담도 하고 웃길 수도 있는 편안한 자리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그런 행동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었지만 저는 일단 저를 즐겁게 해주었기에 좋았다는 것입니다.


[배현진 아나운서를 고개 떨구게 만든 최일구 앵커!,  출처:MBC]
 

<손바닥 꾹><추천 꾹>

그러던 최일구 앵커가 갑자기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권에 올아섰습니다. 가끔 빵 터지는 자신의 돌발 어룩으로 검색어 순위권에 진입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순위에 든 것은 최일구 보직 사퇴라는 다소 긴 검색어 덕분이었습니다. 

MBC 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부터 김재철 사장 퇴진과 언론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메이저 언론사의 고의적 무관심과 김재철 사장의 두문불출 회사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 등으로 MBC 파업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 않고, 파업의 효과 또한 잘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주말파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주말에 집중되어 있는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 프로의 결방에만 따라붙는 수식어로 MBC파업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을 뿐입니다.


이가 아니면 잇몸이라도 쓴다고, 뉴스 진행은 젊은 앵커가 자리를 비운 곳에 간부급 비노조원 앵커들이 자리를 채웠고, 외주 제작 체제로 정규 프로그램들을 메꾸고 있는 실정입니다.  

[으랏차차 MBC 파업 콘서트 중]
 

그러한 가운데 우리의 어록맨 최일구 앵커가 주말을 하루 앞두고 자신의 주말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 자리를 사퇴하고 젊은 노조원들과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생각과 행동이 신중해지고, 지킬 것과 가려야 할 것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나이 지긋한 사람들은 파업에 소극적인 것이고 젊은 노조원들이 앞장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MBC 파업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최일구 앵커와 같이 부국장급이 보직까지 사퇴하면서 파업에 동참한다고 하니 기존 노조원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잃어버린 것은 뉴스 앵커라는 보직이지만 앞으로 그는 MBC 뉴스 공정성 회복을 위해 함께 했다는 명예를 얻게 될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은 권력이 되었고
, 실제로 언론사 출신들이 정계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뉴스라는 매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바르고 정직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뉴스 앵커맨들은 정치 입문 1순위이며, 국회의원 또는 정부 요직으로 가는 등용문처럼 되었습니다.

똑똑하며, 말 잘하고, 얼굴 되는 3박자를 두루 갖춘 언론인을 정권의 실세들이 가만 놔 둘리 없고, 스스로 자신들도 그 길을 원하였던 것 같았습니다.


엄기영 전 MBC 사장, 새누리당

김은혜 전 MBC 기자 뉴스 앵커, MB정권에서 청와대 대변인

맹형규 전 SBS 뉴스 앵커, 현 행정안전부 장관

이윤성 전 KBS 뉴스 앵커, 새누리당 국회의원

유정현 전 SBS 아나운서, 새누리당 국회의원

전여옥 전 KBS 기자, 새누리당 국회의원

한선교 전 MBC 뉴스 앵커,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선규 전 KBS 뉴스 앵커, 새누리당

이계진 전 KBS,SBS 아나운서, 새누리당 국회의원

류근찬 전 KBS 뉴스 앵커,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정동영 전 MBS 뉴스 앵커,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박영선 전 MBC 뉴스 기자,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신경민 전 MBC 뉴스 앵커, 통합민주당 대변인

[정계 진출 뉴스 앵커 또는 기자들]
 
위의 뉴스 앵커 또는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들을 보면 뉴스 앵커 자리가 그리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처세만 잘하면 출세를 할 수도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 MBC]

그런데 최일구 앵커는 국회의원 내지는 정부 요직에 오를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앵커 자리를 초개와 같이 던져버리고 한참 격이 떨어지는 노조원(?)으로 복귀하여 파업에 동참한 것입니다.


저는 이점에서 최일구 앵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

사람들은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고 거리로 나서는 것을 무척 쉬운 일로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의 파업은 화염병을 들고 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과 대치하는 파업이 아니라, 아주 평화롭고 재미있게 파업의 상황을 외부에 알리다 보니 노조원들이 가지는 비장함이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파업하다가 잘못되면 직업을 잃게 된다는 것과, 경찰에게 붙잡힐 수 있다는 점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하기에 결혼하고 아이들 학교 다니는 집안의 가장이 파업에 뛰어들어 세상의 정의만을 외치기에는 두려움이 많이 앞서는 것이고, 그래서 나이든 직원들이 파업에 동참 못하는 것을 이기적이다 나쁜 놈이라고 매도만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으랏차차 MBC 파업 콘서트 중]

그런데 나이도 지긋이 드셨고(1960년 생), MBC 간판급 뉴스 진행자인 최일구 앵커가 불현 듯 보직 사퇴를 선언하고 파업에 동참한다는 것은 그가 평소에 뉴스에서 보여주었던 파격돌출행동의 연장성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번 MBC파업에 동참하는 순간 최일구 앵커는 혹시나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새누리당의 영입 기회가 순위권을 넘어 대기권 밖으로 날라갔으며, 보수 진영과는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으로 보입니다.

최일구 앵커가 빠진 주말 뉴스데스크를 누가 진행할지 참 궁금합니다. 최일구 앵커가 MBC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차버린 자리를 메꿔야 하는 사람은 최 앵커의 대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인데 최일구가 앵커가 이번 보직 사퇴로 얻게 된 인기만큼의 비난을 받을 자리로 보입니다. 이 어려운 잔을 누가 받게 될런지, MBC 사장님께 여쭈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MBC파업이 이제 25일째 되어가고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주말에는 무한도전 뿐만 아니라 최일구 앵커의 뉴스데스크 파행이 불보듯 뻔합니다. 간부급 사원들의 사장 퇴진 요구 성명, 논설위원과 간판 앵커들 사퇴 등으로 MBC파업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힘내라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