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미행할 때는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보통 흥신소에 미행 의뢰는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거나 상대방의 비리를 캐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한국 굴지의 기업 삼성이 혈연 관계에 있는 CJ의 이재현 회장을 미행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얼마 전 고 이병철 회장의 재산 상속에 있어서 이맹희 회장(장남)이 이건희 회장(3남)을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 824만여주를 요구하는 소송 분쟁이 생기면서 이 둘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맹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삼성 그룹의 후계자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앙금이 되어 고 이병철 회장 사후 몇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분쟁의 씨앗으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못 이루었던 꿈을 아들인 이재현(현 CJ그룹 회장)에게 이루려는 마음 또한 있는 것 같습니다. 고 이병철 회장의 임종을 지킨 인물 중에 한명으로 기록되는 이재현 회장은 CJ그룹의 수장으로서 경영적인 면에서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런 이 회장에 대해 이맹희씨는 이병철 회장이 이건회 회장 다음으로 삼성을 이끌 후계자로 이재현 회장을 지목했다는 주장 또한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대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과 CJ의 이번 갈등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의 후진적인 세습 구조입니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북 등의 IT 기기만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 운영체제와 IT 관련 제품에 주력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삼성은 반도체, 핸드폰, 아파트, 보험, 증권, 보안업체, 호텔, 빵집 등등 안하는 게 없습니다. 이런 문어발식 기업 구조는 지배 구조 역시 가족 중심의 문어발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전 근대적인 세습체제를 비판합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의 후계자는 가족이 아니라 회사의 COO(최고경영책임자) 팀 쿡이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빌 게이츠의 자식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장하는 데 ‘투사’ 역할을 담당했다는 스티브 발머였습니다.
이런 지배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최고 경영자가 자리를 비워도 회사의 정체성과 성장은 계속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기업은 서로 자식에게 대물림하려는 고착화된 인습을 타파하지 못하고 ‘자식 사랑’의 ‘편법 증여’ 구설수에 항상 오르고 있습니다. 법을 어기면서 까지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 주려는 대기업 총수들의 자식 사랑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애정인 것 같습니다
삼성과 CJ가 재산이 없어서 돈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이고 미행을 시키는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 붙는 기업이 이런 소송 분쟁이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악역향이 얼마나 큰지 잘 알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갈등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돈보다 귀한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삼성 CJ 미행 소식은 경영권은 자식에게, 특히 마음에 드는 자식에게 주어야 한다는 한국 재벌의 심리 상태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맹회 회장이 아직까지 버리지 못한 삼성 그룹 후계자 자리에 대한 아쉬움을 혹시나 아들인 이재현 회장에게 가지고 있다면 삼성이 그를 관찰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한낱 필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 왜 가까운 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할까?” 그러나 한국에는 일반인이 생각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12/02/24 - [까칠한] - 최일구 앵커, 잃은 것은 보직이요 얻은 것은 명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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