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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411총선 우리 지역구, 정주영 회고전에 가보았더니

저는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습니다. 근처에 대학교도 있고, 동네가 젊고 활기차서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학교 건너편에 건물하나가 멋지게 올라가고 거기에 커다란 현수막이 붙더군요. 아산 정주영 창업센타라는 곳이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화두가 취업과 창업이다 보니 그와 관련된 것이려니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총선과 함께 벽보와 현수막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왕대박만하게 현수막이 건물을 가리고 있길래 좀 유심히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그 사진의 중심 인물은 고 정주영 회장이었습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요즘 총선 출마자 선거 벽보처럼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고 정주영 회장님이 존경을 받고, 그의 이름으로 건물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웠던 시절에 불굴의 의지로 기업을 일구고 대한민국이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일조를 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그의 불도저식 경영 방식이 많은 부작용을 낳았고, 현재 이 시대에 정신적 멘탈 붕괴의 피혜가 결국은 너무 무리한 성장위주의 경영과 정책이 었다는 비판도 함께 공존한다고 봅니다. 


저는 일단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때아닌 춘봄에 그분의 대형 현수막이 우리동네에 걸린 것이 궁금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출근을 좀 늦게 하는 날 그 현수막이 붙어 있는 건물쪽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고, 용감하게 건물 앞으로 다가가 보았습니다. 





깔금하게 잘 되어 있는 건물 입구입니다. 그리고 내용은 고 정주영 회장 11주기 회고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는 안내 간판 이었습니다. 입장료가 있으면 절대 안들어가겠지만, 무료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면 이쁜 여직원이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습니다. 




여느 사진전과 다를 바 없이 고 정주영 회장의 살아 생전의 모습과 일상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사진전만 보면 참 열심히 사시고 회사를 위해 노력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사진들을 보면서 한가지 이상한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드문드문 보이는 고 정주영 회장의 아들인 정몽준 후보자의 모습이었습니다. 


현재 정몽준 후보자는 이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해당지역에 411 총선 출마자입니다. 이런 우연이 있나 싶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고서 사진들을 보니 다른 형제들보다 정몽준 후보자가 좀 많이 사진전에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



고 정주영 회장님의 사랑을 특별히 많이 받았는지 함께한 사진들이 몇몇 눈에 띄었습니다. 





출품된 사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둘러보는데 10분여도 걸리지 않았고, 중간에 마련된 공간에서는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오른쪽 선반에는 커피와 국산차가 준비되어 있었고, 사진전 책자와 이것을 주최한 아산나눔센타 홍보 안내물은 공짜로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사진전에 온 사람들을 위해 차와 사진 책자를 무료로 나누어 주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이 정몽준 후보의 출마지역이고 고 정주영씨가 정몽준 후보의 아버지라는 것은 조금 나이드신 분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인데 간접적인 선거 운동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곳을 찾은 분들이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분들이었고, 그 분들이 사진전을 보고, 그리고 무료로 배포하는 사진전 책자를 펼쳐본다면 당연히 정몽준 후보에 대한 인상은 좋아질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전 책자와 아산나눔센타 홍보물에도 노출된 정몽준 후보자]


사진전을 다 보고 1층 로비를 둘러보니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창업센타의 명예이사장이 정몽준 후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산나눔재단이 설립되는 데 상당한 액수의 금액을 정몽준 후보 개인과 그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출연했다는 내용도 나중에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총선 막바지이고 새누리당과 야권연대의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고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안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선거 위반 관련하여 열심히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얼마전 나꼼수가 김용민 후보의 지역구인 모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려고 했는데  나꼼수와 김용민은 한몸(나꼼수 삼위일체설)으로 보기 때문에 김용민은 출연하면 안되고, 언급해서도 안된다는 선관위의 해석을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선거를 하면서는 지켜야할 일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논리로 보았을 때, 우리 지역구에서 지금 열리고 있는 고 정주영 회장 11주기 회고 사진전 역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지역에 10년 정도 살은 것 같습니다. 매년 고 정주영 회장의 사진전이 열리고 대형 현수막이 붙었다면 저같이 꼼지락 거리기 싫어하는 사람이 거기까지 가 볼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총선이 열리는 올해에 저런 행사가 열리는 것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것 같고, 그 안에 지역구 총선 출마자의 모습이 게시되고 노출되며 그것이 사람들의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것은 좀더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진전을 빠져나와 오래간만에 대학교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봄바람은 좋고, 꽃이 피려는지 대기의 기운도 충만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학 캠퍼스 안에서도 고 정주영 회장님의 모자 쓴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그리 좋은 그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 석연치 않음을 누가 해결해 줄꼬? 이른 봄날의 혼자만의 읊조림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