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멋진 방송인을 만난 것 같습니다. 어제 하루 동안 인터넷을 달구었던 검색어가 있으니 '배수연 MBC거절' 이었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MBC 기상캐스터 출신 배수연씨가 파업 중인 MBC로부터 방송 섭외가 들어왔는데 적당히 둘러서 거절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배수연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거절한 이유를 당당하게 밝히고 있으니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천 꾹>
'난 김재철 사장이 버티고 있는 곳에선 웃으며 방송하고 싶지 않아요! 당당하고 떳떳한 방송인이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허허~^^'
[방송인 배수연의 트위터 캡처]
▲프리랜서 방송인이 공중파 방송의 출연 제의를 거절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
참으로 깜찍하고 당당한 방송인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 올리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 라고 할 수 있지만 배수연씨는 프리랜서 방송인입니다. 프리랜서 방송인에게 공중파 MBC에게 미운 털이 박힌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히고 출연 제의를 거절한 것은 방송인으로서 하기 힘든 용기있는 행동인 것입니다.
그리고 배수연씨가 네티즌들로부터 열렬한 환영받는 이유는 현재 MBC 사측이 벌이고 있는 구태의연함에 대한 피로감과 비판이 함께 엮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MBC노동조합은 이제 131일째 파업을 하고 있고, 파업의 이유로 지목되는 김재철 사장의 비리 의혹과 황당한 특정한 밀어주기는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격이 의심되는 행동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비리 의혹에 대해 해당 관청과 정부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애꿎은 노조 집행부에게만 줄기차게 구속영장을 남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분들은 영장 심사를 받으러 갈 때는 감방에 간다는 의연한 모습으로 떠나지만, 전원 영장 기각을 받고 유유히 다시 돌아옵니다.
[배수연씨 참 아름다우십니다. 출처 : 트위터 프로필 사진]
그리고 언론인들이 공정 방송 하겠다고 벌이는 파업을 정치 파업으로 매도하고서는 국민들이 '무한도전을 보고 싶어 하는 열망' 따위는 아랑 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해 하는 정치인들의 본질이 만천하에 들어나는 파업 현장인 것입니다.
▲ 파업 중에도 런던 올림픽에 대한 열정은 무엇에 근거할까?
특히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시용기자' 채용이라는 웃지 못할 헤프닝을 자아내더니 요즘들어서는 내부 결속도 다지지 못한 상황에서 런던 올림픽에 대한 불타는 열정으로 외부 인사 영입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응했던 인사들을 보면 MBC 아나운서 출신 김성주씨가 있고, 아침 방송에 러브콜을 받은 SBS 아나운서 출신 정지영씨가 있습니다. 이 분들이 MBC 방송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프리랜서 방송인이 불러주는 방송국에 가서 프로그램 진행한다고 욕할 사람은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런 그들을 존경하거나 좋아할 여지는 없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사람에게는 도리라는 것이 있니다. 도리는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입니다. 도리를 안 지켰다고 누가 잡아가지 않지만 '도리'를 벗어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의 즐거움은 사라질 것입니다.
▲ 한때 동료, 같은 언론인이 파업을 하고 있는데도 불러만 주면 냉큼가는 방송인들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의 동료들이 파업을 하고 있고, 자신이 언론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파업을 벌이고 있는 동료들을 지지하지는 못할 망정, 비워진 자리를 냉큼 채우는 행동은 절대 환영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김성주씨는 언론인으로서 급작스러운 프리랜서 선언으로 홍역을 치루었던 장본인이고 정지영씨 역시 번역 표절 시비로 구설수에 올랐던 분입니다. 이런 분들이 방송 프로그램의 메인 진행자가 되는 것에 대해 '정당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 곳이 대한민국 방송 현장인 것입니다.
▲ 정당한 방송인에 대한 올바른 기준이 없는 방송 현실
이런 방송인들이 MBC 사측의 방송 제의를 넙죽넙죽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배수연씨같은 개념인의 방송 제안 거절은 마른 가뭄에 한 줄기 비처럼 사람들은 즐겁고 뿌듯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거의 같은 것을 생각합니다. 배수연씨는 박은지 기상캐스터와 MBC 기상캐스터 동기생이라고 합니다. 박은지씨와 같이 인지도가 높고 유명세를 타는 방송인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해왔고 이런 혼돈의 시기에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만큼의 자기 철학과 능력을 가진 분입니다.
[자신의 전공인 기상캐스터 역할을 재미있게 하고 있는 배수연씨, 출처 : 트위터]
난세에서 영웅이 난다고, 이와같은 어려운 시기에 진정한 방송인이 누구인지 잘 기억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MBC 파업은 언젠가 끝납니다. 이것이 천년만년 가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언론의 공정성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진정한 언론인으로서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쉽게 변절하고 개념 없는 방송인들은 어쩌면 방송에 떠다니는 먼지와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새로운 언론 환경이 돌아왔을때 개념있는 방송인들이 화면을 가득채우는 즐겁고 따뜻한 방송을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저기 텔레비젼에 나오는 저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란다'하고 말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번 초유의 방송 파업이라는 난세를 통해 가짜와 진짜를 철저히 구별해 내었으면 합니다. 누가 참 언론인인지 누가 나쁜 언론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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