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볼멘소리는 하는 대기업 과장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유인 즉슨 이름 뒤에 붙은 직함을 모두 '매니저'로 통합하여 대리, 과장, 부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무조건 김 매니저님, 이 매니점님. 이렇게 부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새파란 신입사원까지 자신한테 매니저라고 부르는 것이 못마땅하고 자신 역시 나이 어린 직원을 매니저라고 부르는 것이 억울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추천 꾹>
▲ 회사내 수평적 관계를 위한 '호칭'파괴
그럴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직급에 의한 회사내 차별과 상하 관계에서 오는 의견 수렴을 좀더 민주적으로 하기 위한 좋은 방안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기업 과장님은 기분 나쁜 것은 순간이지, 만약 그런 식의 회사 운영으로 좋은 실적을 낸다면 월급 인상에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외국 기업은 무조건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애시당초 직급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서열은 존재하나 '호칭'을 통해서는 민주적이고 수평적 회사 문화를 이끌어가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연합뉴스 사규에는 '사장'은 없고 '사장님'만 있다
시대의 흐름이 서열에서 평등으로, 권위에서 탈권위로 바뀌어가고 있는 상황임데도 불구하고 역행하는 곳이 있으니 불행하게도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입니다. 연합뉴스가 다른 언론사와는 어떻게 다른지와 '국가기간통신사'가 어떤 의미인지는 이전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룬 적이 있습니다
2012/05/28 - [까칠한] - 연합뉴스 사장님이 노조 사무실을 점거한 이유?
5월31일자 연합뉴스 노보에 따르면 '대통령도 법령에는 '대통령님'이나 '대통령 각하'가 아닌 '대통령'으로 표기하는데 연합뉴스 사규에는 사장은 사장'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업무분장규칙 제4조 기획조정실 비서팀의 업무
'사장'님' 종합 일정 수립 및 관리업무'
'사장'님' 대내외 활동 보좌업무'
'사장'님' 지시사항 전달에 관한 업무'
'사장'님' 주재회의 주관' 등이라고 규정'
연합뉴스 사장님 존칭에 관한 깨알같은 배려와 관심은 박정찬 사장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밑에서 알아서 충성한 것인지, 도대체 누구의 작품인지, 노조가 해명을 요구하였지만 답변은 들을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노조원들]
▲ 땅에 떨어진 리더쉽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지도자들의 리더쉽은 너무나 깨알같고 꼼꼼하며 섬세하여 그 한량없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회사 사규에 '사장'을 사장'님'이라고 표현하는 곳은 아마 연합뉴스가 최초이자 전부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규는 회사가 운영되는 원칙으로 거기에 직책이나 부서는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객관적 대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규에 존칭을 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연합뉴스와 같은 사규를 적용한다면, 말단사원이 사규를 읽을 때는 자기 위의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 이렇게 읽어야 하고, 부장이 읽을 때는 자기 보다 높은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이라고 읽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문서가 되는 것입니다.
▲ 사규 무리한 개정, 날짜 조작의 이유?
연합뉴스 사규는 이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파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조기 귀임 인사를 받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양정우 특파원의 경우, 노조가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자 뒤늦게 사규를 무리하게 고치면서 개정 날짜도 조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규의 개폐가 있을 때는 사내게시판을 통해 임직원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규' 또한 무시했다고 합니다.
결국 무리한 인사 이동을 하기 위해 사규까지 뜯어 고치는 행동을 저리르고, 절차상의 문제까지 발생시킨 것입니다.
▲ 법과 원칙을 지켜야하는 것은 지도자들이다
이 정권 들어서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가 '법과 원칙에 따라' 라는 말이었습니다. 참으로 그럴듯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법과 원칙에서 가장 거리가 멀고, 필요하다면 법과 원칙의 근간까지 바꿔가면서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 이들이 있습니다. 누구라고 말은 안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분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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