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신부였던 문지애 아나운서가 결혼 후 처음으로 영상에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문지애 아나운서는 MBC의 간판 아나운서이며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던 앵커였습니다. 그런데 문지애 아나운서를 볼 수 있었던 곳은 TV를 통한 MBC 방송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유투브를 통해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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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MBC는 137일째 파업 중이고, 노동조합이 제작한 '김재철 구속수사촉구 100만 국민 서명운동' 홍보 동영상에 문지애 아나운서가 얼굴을 비추었던 것입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MBC의 스타 아나운서를 TV 정규방송이 아니라 유투브를 통해 볼 수 있으니 말이죠.
▲ 파업 기간 동안 결혼식을 치룬 문지애 아나운서
문지애 아나운서는 지난 달 5월 4일, 회사 동료인 전종환 기자와 결혼을 하였고, 파업 중에 하게되는 결혼이라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문지애 아나운서는 자신의 결혼에 대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 그렇지 않아도 선배들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 텐데 부담을 드린 것 같아 죄송했어요. 신혼여행도 조용히 다녀오려 했는데 후배 아나운서가 파업을 접고 뉴스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해외에까지 들려왔지요.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 등 전화가 오는데 신혼여행 내내 파업 얘기만 했어요. 숟가락과 젓가락도 어제야 겨우 샀어요. " (경향신문 2012. 5월25일 인터뷰 중)
파업 도중에 결혼하게된 것에 대해 많이 미안해하고, 사내 커플이었던 관계로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파업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는 내용입니다.
문 아나운서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결혼식을 MBC 최장기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올리게 되어, 많이 환영받고, 축복받을 수 있는 자리가 조용하고 다소 엄숙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처음 MBC 파업이 시작되었을 때, 계절이 바뀌고 100일이 넘는 사상 초유의 장기 파업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 결혼 후 첫 영상 출연이 유투브 '100만 국민 서명운동' 동영상
이렇듯 조용하고 차분하게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는(?) 문지애 아나운서가 동영상에 등장하였으니 어제 배포된 '김재철 구속수사촉구 100만 국민 서명운동' 이었습니다.
우측에 모자를 눌러쓰고 지나가는 분이 바로 문지애 아나운서이고 좌측 손수 플랭카드를 목에 걸고 손을 흔드는 분은 얼마 전에 '대기발령'을 받은 최현정 아나운서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젊음의 거리 '신촌' 간 이유는 현장에서 김재철 사장 구속 수사 촉구 서명을 받기 위해서 입니다.
▲ 전국 각지를 돌며 서명 운동을 하고 있는 MBC 조합원들
이들 뿐만 아니라, MBC 전 조합원들이 명동, 광화문, 일산, 강남, 영등포 등 거리로 나가 현장에서 직접 서명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이들이 거리로 직접 나가게 되었을까요? 공영방송 사장 김재철은 현재 MBC 노조로부터 업무상 배임,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등으로 고소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그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아주 미온적이며 도리어 노조 집행부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구속 이유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2번이나 출두 명령을 내리는 등 형평에 맞지 않는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중론입니다.
▲ 파업이 길어질수록 망가지는 것은 MBC 방송
김재철 사장에 대한 조사가 미루어지고, 범죄 사실 여부가 빨리 규명되지 않으면 MBC 파업은 더욱 길어질 것이며 방송은 처참히 망가져갈 것입니다. 실제로 노조원들이 빠져 나간 자리를 땜방 채우듯이 대체 인력을 투입하여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방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외주 제작을 서슴지 않고, 특히 무한도전과 같은 간판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외주화 또는 폐지 검토까지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는 MBC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고, 파업이 끝나고 정상화된다 해도 그 피해를 복구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 방송 하자는 단 한가지 이유로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고, 현 정권과 여당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팔짱끼고 방관하고 있으며, 수사 기관은 제대로된 조사를 하고 있지 않으니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국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자는 계획인 것입니다.
MBC가 처음 파업에 들어갔을 때, 국민들의 반응은 서늘하였습니다. 왜냐하면 PD수첩의 MBC, 시사보도의 문화방송이 현 정권들어서 공정성에 크나큰 훼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영 방송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기만 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MBC 노동조합의 진정성은 국민들로부터 이미 인정받음
그러나 방송사 파업 최선봉에 서고 무노동 무임금의 조건을 견대내며 137일이라는 초유의 파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니 노조원들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이들이 정말로 장한 일을 해내고 있구나에 대한 충분한 공감이 생겼다고 봅니다.
이제 MBC 파업은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국민의 가장 큰 권리인 중에 하나인 '알 권리'와 예능 드라마를 통한 '즐거움의 권리'에 대해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보수 언론은 함께 침묵하고 있고, 옳고 그름을 따져야하는 기관은 방치를 하고 있습니다.
▲ 국민의 힘만이 파업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이제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진실을 밝혀야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100만명의 국민이 김재철 사장 구속 수사에 대한 서명을 낸다면, 그리고 MBC가 빨리 정상화되길 원한다면, 그 요구와 압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반응하지 않는 권력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시민을 무시하는 썩은 권력임이 분명합니다.
신혼의 단꿈에서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 하면서 지낼 시기에 문지애 아나운서가 젊음의 거리 신촌을 찾은 이유는 이것이었습니다. MBC의 공정성 확보, 빠른 시간 안에 김재철을 구속 수사하고, MBC가 정상화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전 누구처럼 '시청자'를 팔지도 않고 몸소 거리로 나가 열심히 서명을 받고 뛰는 문지애 아나운서의 모습이 5월의 신부만큼이나 눈부시고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뉴스를 진행해야 올바른 사실과 보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MBC 100만인 서명 운동에 여러분도 참가하세요. 그래야 TV를 통해 문지애 아나운서를 다시 볼 수 있고, 온전한 무한도전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 'MBC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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