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문재인 블로거 간담회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

가끔 제 블로그에 오는 분들이 이런 주문을 하십니다. 정부 여당만 비난하지 말고 야당과 진보 진영도 좀 비판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제 있었던 문재인 의원 블로거 간담회에서 있었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 박근혜 선거 캠프, 선거는 잘한다


어제는 박근혜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있었던 날입니다. 경제 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 확립 등의 세가지 대선 공약을 발표하였습니다. 일단 내용을 떠나서 출마 선언 전에 자신의 심볼 아이콘을 공개하고 출마 선언 당일에는 선명한 공약까지 발표하는 박근혜 후보 캠프의 잘 짜여진 선거 진행을 엿볼수 있습니다. 


물론 심볼 아이콘 표절 시비,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의지 등을 볼 때는 비판할 내용이 많지만 12월 대선을 향해 나아가는 선거 운동의 방식은 타 후보보다 한 걸음 앞서거나 세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생각했던 만큼의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설령 그것이 비난을 받는다 해도 선거와 같이 정해진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은 분명히 유권자와 후보, 미디어 간에 주고 받는 것이 풍부하여야 사람들이 재미를 느낍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소비자 트렌드에 있어서도 '브랜드 스토리', 이야기가 있는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거에 있어서도 같은 맥락이 통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처럼 정치적 성향, 당의 정체성 등의 딱딱한 선거가 아니라 누가 더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와 재미를 더하느냐가 선거에서 이기는 전략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캠프는 비판을 받더라고 이야기 거리만큼은 충분히 생산해 내는 것 같습니다. 어제만 하여도 그냥 대선 출마 선언이 아니라 대선 공약까지 발표하며 사람들의 입에 구설수로 또는 칭찬으로 회자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문재인 의원 이야기를 하려다가 박근혜 캠프를 언급하는 것은 처음 시작부터 서로 많이 비교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미디어의 도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박근혜 의원이기 때문에 그의 언행이 모두 화제가 되고 여론의 관심거리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의 선거 행보는 잘 짜여진 기획에 의해 목표점을 향해 가는 것이지만 문재인 의원의 선거 진행은 다소 우여곡절과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가지 예로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문재인 후보의 핵심 공약이 무엇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저같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가 모를 정도라면 일반 시민들은 역시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  




▲ 대선 이슈 선점, 경제 민주화


이미 박근혜 의원이 어제 발표한 '경제 민주화'가 이번 대선에서의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야당 후보들은 박 캠프가 던진 먹이감을 쫓아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선거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공약은 선점하여 자신의 프레임 안에서 이슈화하는 것이 이기는 방법입니다. 남이 뿌린 먹이를 쫓아만 가다가는 힘만 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여당의 선거 기획 능력은 뛰어납니다. 411 총선에서도 보았고,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기획자들이 힘을 합칠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좋은 전략과 기획이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본 게임이 이루어지기 전에 그것을 최소화하는 것도 전략과 기획 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의원의 블로그 간담회 행사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대통령 후보를 만나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그가 말하고 대답하고 소통하는 것을 보면서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첫번 째, 도덕성 경쟁


어제 블로거 간담회는 30명의 블로거가 참여하여 미리 준비된 질문을 하고 답하는 형식의 1부 순서와 자유로운 질문의 2부 순서로 구성되었습니다. 대통령의 자질, 민생 경제,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등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질문이 나왔습니다. 물론 결혼을 앞둔 남녀가 축복을 해달라는 다소 황당하지만 귀여운 주문도 있었습니다. 


이런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문재인 후보가 말한 주된 내용은 '현 정권의 비리와 부패, 그리고 자신은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그렇게 선거를 치룰 것이다' 였습니다. 상대방이 도덕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우리는 도덕적으로 깨끗한 것이 차별적이다라는 주장은 이번 선거에서 주요한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도덕적으로 취약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언론이 부도덕한 것을 나쁜 것이라고 올바로 전하지 않는다면, 도덕성 경쟁이 자칫 보는 이로 하여금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 정부의 실정과 비리 의혹은 줄줄이 사탕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처벌 한번 없었고 책임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은 묘연하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에게는 도덕 불감증 시각이 싹 텄고 이제 왠만한 비리는 애교로 봐줘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올해 치루어진 411 총선의 결과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숱한 비리 의혹이 판을 쳤고 실제로 사실이라고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논문을 표절하고, 성 파문을 일으킨 자들을 당선시켰습니다. 


도덕성 경쟁이 선거의 주된 프레임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눈에 빤히 보이는 부정 부패가 있지만 그것으로 상대방을 넘어뜨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탁해진 것 같습니다. 


문재인 의원만의 새로운 프레임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 두번 째, 선거 기간 동안 민주화 방식


어제 나온 질문 중에 의사 결정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여당은 선거가 치루어지면 빠른 의사 결정으로 국민이 갖는 의혹에 대해 잘 대처하는데 야당은 모든 이들의 의사를 경청하고 토론하면서 때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문재인 의원은 원칙적인 답변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며 문재인 캠프가 411총선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방식을 택한다면 이번 대선에서도 필패라고 생각합니다 


선거는 기간을 정해서 하는 전투입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자기들끼리 밥내라 죽내라 싸우는 것은 민주적일지 모르지만 국민들에 대한 배신 행위입니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표를 줄 의사가 있는데 자신들만의 원칙과 과정을 지키려고 그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대의 민주주의 정치에서 당선된자와 떨어진 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입니다. 떨어진 다음에 아무리 자신은 과정 상에 민주적이었다고 주장한다 한들 의미없는 푸념일 뿐입니다.


본격적인 선거 기간이 시작되면 의혹과 이슈에 대한 빠른 대응과 밀어붙이는 힘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일일히 관계자 사연 다 듣고 민주적 절차 운운하다 보면 선거는 끝납니다. 그리고 선거의 결과에 따라 국민들의 삶은 참담과 행복을 오고가게 되어 있습니다.    


  





▲ 세번 째, 토론의 재미, 질문자에 대한 의도 파악


올해 총선에도 느낀 것이지만 문재인 의원의 말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문 의원이 말할 때 귀에 잘 안들어온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짧게 대답할 것도 부연을 많이 달다 보면 내용의 핵심이 흐려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만연체의 어법으로 계속해서 말을 하다보면 듣는 이들의 집중도가 흐트러질 때가 많습니다. 


어제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았는데 질문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질문을 다시 묻는 경우도 있었고 질문에 대한 답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질문자들이 블로거들이고 장황하게 때로는 자신들만의 언어로 질문을 하니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블로거가 질문을 할 때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감돌았고, 어떤 블로거는 '잘 듣고 대답해' 달라는 주문까지 했습니다. 


이것이 본 게임의 대선 토론의 생중계 방송이었다면 문재인 의원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통진당의 유시민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여당 인사들을 시원하게 몰아세울 때 너무나 후련하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에게 유시민 대표의 화려한 언술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나와서 시원하게 말 잘하고 상대방에 대해 제압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환호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선거에서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문재인 의원의 말투가 우직하게 느껴지고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선 토론 방송을 보면서 시원하고 뿌듯함을 느낄 정도의 바람몰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에라도 이 부분은 참모분들이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어느 정도 노력하고 훈련하면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비둘기처럼 순수하게, 뱀처럼 지혜롭게 


어제 문재인 의원 블로거 간담회는 개인적으로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문재인 의원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가 무엇보다도 진실되고 양심적인 정치인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힘을 가진 자가 세상을 빨리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아무리 완벽해도 당선되지 못하면 국민의 한표와 다를게 없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비둘기처럼 순수하지만 뱀처럼 지혜롭게 선거에 임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