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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박태환 눈물인터뷰는 천박한 언론 탓?

생각했던 것보다 심한 것 같습니다. 오직 올림픽을 위해 4년을 버텨온 것은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아니라 방송사였던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왔습니다. 올림픽을 치루는 영국도 하지 않는 올림픽 디데이 카운트 다운을 하지 않나 런던 현지 소식을 실시간 생중계하며 국민의 관심을 온통 올림픽으로만 쏠리게 했습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시청율에 목 마른 방송사의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 여길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했던 방송사가 유독 스포츠 경기 중계에 난리블루스를 치는 것은 보니 눈살이 지푸려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드디어 올림픽 개막이 되었고, 첫 날부터 메달 사냥에 나선 우리나라 선수들의 메달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서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 4개(EBS 제외) 중에서 3개가 정규 방송을 내리고 올림픽 예선 전 경기까지 죄다 중계를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전 스포츠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 없는 게임까지 모두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결선도 아닌 예선까지 꼬박꼬박 챙겨 볼 정도는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채널 모두 올림픽만 하니 달리  볼게 없는 사람들은 스포츠를 볼 수 밖에 없는 채널 폭력이 생겨난 것입니다.




▲ 무례한 인터뷰


어제 있었던 박태환 선수의 예선 실격 해프닝과 오늘 새벽에 있었던 결승전에서 MBC는 참으로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공동 취재 구역에서 사전 협의가 있었던 인터뷰가 무엇이 문제냐고 생각없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태환 선수 예선전 독점 중계를 하게 된 MBC가 시청율을 높이기 위해 예선전까지 중계하면서 인터뷰를 기획한 것 자체가 실수라는 것입니다. 인터뷰는 딱 한번 최종 경기를 마치고 나서 하면 되는 것이지 예선 경기마다 한다면 선수에게 지나친 부담감을 주게 될 것입니다.  




▲ 비뚫어진 기자 정신


간혹 기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났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근거는 자신이 좀 무례하다고 해도 진실을 알리고 정보에 목 말라 있는 대중을 위해 의로운 행동을 한다는 왜곡된 기자 정신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미디어의 힘이 강해지면서 기자들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없어졌습니다. 되도록이면 언론이 자신에 대해 좋게 써주었으면 하고 아부 아닌 아부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투철한(?) 기자 정신과 미디어의 호들갑이 결합된 박태환 선수 예선전 인터뷰는 시청자들의 대공포화를 맞았습니다. 누구보다 상심에 빠져있을 박태환 선수에게 인터뷰 자체와 질문 등이 너무 무례하였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선수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쯤 되면 방송사가 스스로 반성을 하고 인터뷰 기자를 교체하거나 인터뷰 분량을 줄이거나 했어야 하는데 결승전 인터뷰 역시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박태환 눈물인터뷰 사진 출처: MBC 캡처]



박태환 선수는 결승전에서 막판 역전을 당하면서 중국의 쑨양에게 금메달을 내주어야 했습니다. 남자 400미터는 박태환 선수의 주 종목으로 올림픽 2연패를 노렸던 중요한 레이스였습니다. 그런데 50미터를 남기고 아쉽게 역전을 당하며 은메달에 머물렀으니 본인한테는 무척이나 실망스럽고 안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최종 메달 수여식이 있기도 전에 동일한 기자가 공동취재구역에 들어가 박태환 선수에게 마이크를 들이댔습니다.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경기를 뛴 선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생각보다 못한 결과를 얻은 선수에게까지 강제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경기력 저하, 현장 인터뷰


수영의 경우, 한 번의 경기로 결과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수 많은 예선전과 거리별, 유형별 경기가 앞으로 남아 있는데 예전 전마다, 한 종목이 끝 날때마다 인터뷰를 하겠다는 방송사의 처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모든 국민이 보고 있을 생중계 인터뷰를 강심장을 가졌다 하여도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받아들일 선수는 없습니다. 좋은 경기를 하려면 마음이 평안하고, 근육도 이완 상태를 유지해야 할텐데 생방송 마이크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므로 경기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선수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오직 방송사의 현장감과 더 많은 노출 위주로 기획된 인터뷰 덕분에 박태환 선수가 온 국민 앞에서 눈물을 보여야하는 참담한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4년이란 시간 동안 오직 3분여 시간 동안의 레이스를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가 나온 단 몇분의 시간 만큼은 선수 혼자서 음미하고 반성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배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자신의 마음 다짐이 다 되었을 때 마이크를 준비한다면 훨씬 정리되고 깔끔한 인터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계속되는 기자 질문에 박태환 선수는 담담하게 대답을 하다가 끝내 참지를 못하고 "인터뷰 내일 하면 안 돼요? 죄송해요" 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이것은 준비되지 않았고, 하고 싶지 않는 인터뷰를 끊임없이 들이대는 미디어의 폭력성을 잘 나타내 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은메달을 타고 환하게 웃는 박태환, 인터뷰는 이때해도 늦지 않았다. 출처 : 연합뉴스]



▲ 말로만 올림픽 하지만 경기력 향상에는 관심도 없는 미디어


미디어는 말로만 '올림픽', '대한민국' 외치지 말고 진정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가지고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는 지금보다 많은 관심을 주고, 박태환 선수와 같이 메달이 확실 시 되는 선수들에게는 평상 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는 관심이 필요한 것이고 인기 선수들에게는 배려가 필요한 것입니다.  


MBC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 호들갑스러운 중계를 그만두고 배려가 있는 미디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길 바란다면 무리일까요? 반나절도 안 지났는데 벌써 400미터 예선은 과거의 일이 되었고, 박태환 선수가 200미터에서 금메달을 딴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네요. 참 대단한 방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