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었습니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는데 한쪽 켠에 대형 TV에 손연재 선수가 비추니, 밥 먹던 사람들이 음식을 제쳐두고 화면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리고 손연재 선수가 경기를 펼치는 동안 음식점에는 합의된 침묵이 흘렀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잘했다 못했다 이쁘다 귀엽다 등등 한마디씩 하더니 다시 자신들의 고기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손바닥 꾹>
[경기를 마치고 손연재 선수에게 축하를 전하는 러시아의 드리트리예바 선수 출처 : OSEN]
▲리듬체조는 축구가 아니다
리듬체조는 축구나 야구처럼 오랜시간 즐기는 경기가 아니라 몇분 동안 집중하여 관람하는 경기입니다. 훈련 기간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단 몇 분동안 쏟아내는 방식이기에 선수도 긴장하고 보는 사람도 숨을 죽이게 됩니다. 인간의 몸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유연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할 정도가 되면 선수 기량이 거의 예술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축구는 전후반 경기를 다 보아야 그 맛을 알지만, 체조와 같은 경기는 출전 선수들의 경기를 모두 보는 것이 진정한 관람 태도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축구는 승패를 가리는 경기이지만 체조는 채점 방식임으로, 다른 선수들과의 비교를 통해 우열을 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펼쳤는지 보면서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가 잘 했는지 못 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리듬체조를 즐기는 관전 태도라는 것입니다.
▲ 손연재 선수 경기만 보여주는 비매너
그런데 어제 MBC 손연재 리듬체조 중계는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매너조차 없는 일방적 방송이었습니다. 저는 식당에서 TV를 보았는데 손 선수의 경기가 끝나고서 화면 한쪽에 '리플레이'라는 표시를 달고 다른 출전 선수의 경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 선수 경기만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순간, 모든 것이 재방송인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스포츠 중계의 매력은 생중계인데, 현재 런던에서 리듬체조 예선전이 벌어지고 있다면 다른 선수들의 현장 경기를 뒤로하고 손 선수 재방송을 내보낼리는 없다는 판단에서 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MBC가 또 사고를 친 것이 맞았습니다. 'MBC 중계논란'이라는 검색어가 떠서 확인해 보니 어제 제가 고기집에서 본 손연재 선수 경기는 런던 현지 생중계가 맞았고, 손 선수의 경기가 끝나고 뒤에 나온 선수 경기는 강제 편집되었던 것이었습니다.
▲ 스포츠의 정신 페어플레이, 방송의 정신 공정성
스포츠의 정신을 '페어플레이'라고 합니다. 공정하고 떳떳한 행동이나 태도를 일컫는 말인데 운동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입니다. 선수가 아무리 기량이 출중하다 해도 정해진 규칙과 공정한 방식으로 경기를 하지 않으면 스포츠의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손연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체조선수이고 귀여운 외모로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입니다. 그리고 과거 척박했던 대한민국 체조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세계적인 기량까지 올라간 것은 손 선수의 정신 자세도 한 몫 했을 것이고,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면서부터 이미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드리트리예바, 카나예바 선수가 손연제 선수와 코치를 찾아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출처 : OSEN]
▲ 동료 선수들의 경기가 편집되는 것을 손연재 선수도 바랄까?
그런데 어제 MBC 중계에서처럼 경쟁자이자 동료 선수들의 경기가 매너없는 리플레이로 방송되지 않았다면 손 선수 역시 바라지 않았을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제 경기가 끝난 후에 손연재 선수는 러시아의 카나예바, 드리트리예바 선수들과 우정의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경기에 임하면 경쟁 관계에 있지만 경기가 끝나면 비슷한 또래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라는 것입니다.
▲ 안타까운 MBC, 올림픽이 끝나고가 더 걱정
MBC는 이번 올림픽 중계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또한 방송 사고에 대한 지적에 대해 사소한 실수라고 치부하면서 제대로된 사과 없이 자화자찬과 시청율에 열 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방송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MBC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런던 올림픽'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지만 그때는 더 이상 둘러댈 변명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PD수첩과 같은 진지하고 근성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MBC가 그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연재 선수는 MBC와 상관 없이 화이팅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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