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거둔 성적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로 종합 7위 였습니다. 당시 박태환은 수영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일약 스타로 부상하였고, 장미란 선수역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금메달을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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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선수단의 환영 퍼레이드 장면. 당시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떠오른 박태환과
장미란이 선두에 섰다. ⓒAP=연합뉴스
▲ 올림픽으로 국민의 관심을 돌림
2008년은 이명박 정부에게는 매우 민감한 해였습니다. 취임하고 미국과 맺은 소고기 수입에 관한 협정은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부실하였고, 어느 나라를 위한 대통령이냐는 비난을 받으며 촛불이라는 거대한 저항에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당시 서울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과 명박산성이라고 불렸던 대형 콘테이너 담벼락은 묘한 대립을 이루며 2008년의 한복판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낭보는 국민을 너그럽게(?)하였고, 촛불의 불길은 올림픽의 함성과 뒤엉키더니 시간의 저편으로 물러나는듯 했습니다. 정부에게는 시민의 분노에 빼앗긴 서울 거리를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있었으니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의 환영 카퍼레이드였고, 그래서 베이징 메달리스트에게 강제 귀국 연기라는 어처구니 없는 선물(?)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 베이징 올림픽 때 톡톡히 효과를 본 메달리스트 카퍼레이드
해외에서 본인의 경기를 마치고 관광 다니는 것은 좋은 경험일 수 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4년 동안 올림픽을 피땀흘려 준비한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쉬고 싶은 곳은 자기 집이며 엄마가 해 준 집 밥을 먹는게 소원일 것입니다. 그런데 단지 선수단 귀국 환영 행사를 성대히 치루기 위해 메달리스트에게 귀국 연기 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참으로 치졸한 행동인 것입니다.
이번 런던올림픽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우리 선수단은 연일 승전보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기쁜 일이며, 나라를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를 치룬 선수들에게 뜨거운 마음의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 박태환 강제귀국연기
그런데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박태환 등 메달리스트들에게 대한체육회가 귀국 연기 명령을 내렸다고 하니 눈과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관련기사).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귀국을 하고 있지만 김재범, 송대남, 조준호 등 유도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은 공항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올림픽 선수단에서 메달리스트들에게 13일 폐회식이 끝날 때까지 런던에 남아있도록 하였고, 귀국도 함께 하여 개선행사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 체육회는 메달리스트 전원을 개선행사에 참석시켜 성원해준 국민들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지 다른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렇게 국민을 위하는 대한체육회가 정작 자신이 보호해야하는 선수에게는 어떤 행동을 했는지 우리는 신아람 선수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폐회식에는 마지막에 경기를 치루는 선수들이 참여하면 되는 것이고, 꼭 메달리스트들이 끝까지 남아서 자리를 지켜야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군사 정권 하에서 치루어진 88 올림픽, 출처 : 한겨례]
특히 박태환 선수는 이번 런던올림픽을 위해 270일 동안 해외 전지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박 선수는 오늘(7일) 귀국 비행기편을 이미 예약해 놓았고 대한체육회의 강제귀국 연기에 대해 도망을 쳐서라도 집에 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박태환 선수의 경우는 조금 나은 편이고 경기 도중 부상을 입고 다친 선수들의 경우는 수술을 할 수도 있는데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 발빠른 개선행사, 방송일정은 여의도
이런 선수들의 고민과 아픔은 아랑곳없이 정부는 이미 방송 3사 공동 주관으로 여의도에서 환영행사를 갖도록 스케쥴을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정말로 정부와 미디어의 깨알같고 발빠르며 죽이 잘 맞는 런던올림픽 뒷풀이가 될 것 같습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이렇게 해놓고서도 런던올림픽이 순수하며 정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미디어와 대한체육회의 주장은 터무니 없어 보입니다. 국민들 누구를 붙잡고 물어본 들, 폐막식에 메달리스트들이 꼭 참석해야 하고, 귀국도 함께 하여 '내가 너희를 응원해 주었으니 여의도에 와서 나한테 인사를 해라' 라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 누구를 위한 개선 행사?
많이 고생하고 열심히 경기 펼쳤으니 어여 돌아와 집에 가서 가족도 보고, 알콩달콩 좋은 시간 보내길 바라는 것이 국민된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들러리 세워 여의도로 끌고 가서 방송에 노출시키고 런던올림픽의 흥분된 정신을 어떻게든 끌어가 보겠다는 사람들의 의도가 참으로 고약해 보입니다.
[선수단을 환영하기 위해 거리에 동원된 학생들 출처 : e-영상역사관]
과거 군사 정권 시절에는 너무나 흔한 일들이었습니다. 갑자기 수업을 듣다가 카퍼레이드가 있다고 하면 학교가 동원되어 태극기를 흔들다 오는 것 말입니다. 어린 마음에 수업을 빼먹는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시내 구경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기만 했지만 정상적인 행동을 과하게 칭찬하거나 남에게 떠벌릴 때는 무엇인가 숨기고 싶고 뒤로 호박씨 까는 것이 많을 때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나이 먹고 한참 뒤였습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우스개 소리로 '쌍팔년도 때 짓을 한다'고 상대방을 핀잔을 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 시대가 낙후가고 무식하고 정의가 바로 서지 못했던 구닥다리 시대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런던올림픽은 화려하고 볼거리도 많으며 첨단 장비로 중계를 해서 그런지 현장의 생생함이 잘 전달되고 있습니다. 시대는 발전하였고 우리는 진보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 쌍팔년도 개그,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 강제귀국연기
그런데 한국의 정치와 체육회, 미디어는 아직도 쌍팔년도 개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들은 언제나 나대고, 설치고 과하게 오바하는 것이 주특기인 것 같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언제나 국민을 팔아먹고 말입니다.
박태환 선수가 오늘 체육회의 명령 따위 떨쳐버리고 런던에서 비행기타고 돌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박태환 선수, 충분히 고생했고 마땅히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휴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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