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가 단지 최고난이도 신기술을 펼쳤기 때문에 최고의 선수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아시겠지만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준비해 온 올림픽에서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기량을 아낌없이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86년 아시안 게임 3관왕이었던 임춘애 선수, '임춘애의 우유를 뺏어먹지 말라'는 시대의
히트어를 만들었다, 출처 : 일간스포츠]
▲ 86년 임춘애 선수의 우유
런던 올림픽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국력 신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운동부 친구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거 86 아시아 게임 때, 육상 선수로 출전했던 임춘애 선수가 10 여년 동안 라면만 먹었고, 메달을 딴 소감 가운데 '우유가 먹고 싶어요'가 괜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만큼 스포츠 선수들이 불우하고 어렵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림픽에 출전한다고 하면 강세 종목은 권투, 레슬링 등의 격투기 종목에 몰려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펜싱, 사격, 체조, 수영, 피겨 등 조금은 폼나는 종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었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 2012년 양학선 선수의 너구리
그런데 체조에서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 역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너구리 라면 이었다는 양 선수의 어머니 인터뷰가 화제가 되면서 그의 가난했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부친이 공사장에서 미장일을 하다가 다친 이후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집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 그에 대한 동정과 감동이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 넘쳐나고 있습니다.
[양학선 선수의 어머니 기숙향씨의 인터뷰, 출처 : MBN]
그런데 양학선 선수의 어머니 인터뷰를 듣고 해당 라면회사가 양학선 선수에게 평생 먹을 너구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훈훈한 인정이 넘칠 줄 알았지만 칭찬은 커녕 회사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라면이 무슨 건강 식품도 아닌 데, 불우한 형편 때문에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어야만 했던 선수에게 평생 먹을 라면을 준다는 것이 우스운 이야기이고, 대기업이 얼마되지 않는 라면을 주면서 생색내는 것 아니냐는 여론 때문이었습니다.
[회사가 부담해야할 예상 금액]
이미 런던올림픽 최고의 스타가 된 양학선 선수와 관련하여 '너구리' 라면 이름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은 값으로 계산하기 힘들 정도의 광고와 홍보 효과를 얻었을 것입니다.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 양학선 선수와 함께한 너구리, 이미 충분한 홍보 효과
요즘 연예인, 스포츠맨 마케팅에 천정부지의 모델료와 광고료를 지불하고 있는 대기업에게 위에 계산된 금액은 정말로 보잘 것 없는 금액이 될 것입니다. 그것도 일시불이 아니라, 평생을 조금씩 나누어 주면 되니까 정말로 부담 없는 이벤트 마케팅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당 기업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도 못한 결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네티즌들은 위의 금액이 너무 작다는 것과 CF 모델을 시킬 것이지 무슨 막판에 숟가락 얹는 행동이냐 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기업은 얼마 전, 재료만 조금 업그레드시키고 포장지만 검정색으로 그럴싸하게 만든 다음, 가격을 대폭 인상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제재를 받았던 기업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윤리에 관한 경종을 울린 것이지요.
▲ 비닐하우스 가족에게 아파트를 기부하는 기업
그리고 너구리를 준다며 얌체 짓을 한 기업을 더욱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 있었으니 양학선 선수의 비닐하우스에 감동을 받은 SM그룹이 아파트 한채를 통채로 기부하겠다는 소식입니다. SM그룹은 삼라와 우방건설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회사로 양학선 선수 가족이 비닐하우스로 이사하기 전 마지막에 살았던 광주광역시에 112㎡(시가 2억원)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SM그룹은 이번 양학선 선수 기부를 통해 2억원 이상의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저만 하여도 이 회사를 잘 모르고 있었는데 양 선수 기부 소식 때문에 자세히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생존은 이렇게 사회와 융합하면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상생의 핵심은 '경쟁'이 아니라 '사람'이다
오직 경쟁만이 생존의 법칙이며 국민은 소비자일 뿐 상생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기적 기업주들이 많을수록 나라가 혼탁해지고 살맛 없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말로만 상생을 외치며 중소기업도 경쟁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약육강식 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할 정부는 중소기업은 탈락시킨 채 대기업 위주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양학선 선수와 같이 진한 감동을 주는 스포츠 영웅에 대해 기업이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얌체 짓이라 손가락 질을 당하고, 다른 기업은 국민들의 환영과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양학선 선수, 출처 : 로이터]
▲ 자랑스러운 양학선 선수, 화이팅
양학선 선수와 같이 가난을 이겨내면서 최고의 기술을 연마하여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음이, 같은 국민으로서,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그가 돌아와서는 너구리 보다는 좀더 좋은 음식을 섭취하여 뼈도 튼튼,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하여 더 높은 기술과 실력을 연마하길 바래 봅니다. 양학선 선수가 있기에 런던올림픽이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져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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