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주일이라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가까운 곳에 있는 대형 교회를 찾게 되었습니다. 평소 온건한 이미지로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교회였습니다.
사실 예배를 보는 도중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번 대선에서도 일부 몰지각한 목사들이 정치에 개입하면서 장로 대통령이라 칭찬하고 단지 믿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추한 모습을 보였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장로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목사들이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실로 궁금한 대목입니다.
<손바닥 꾹>
▲ 설교 도중 '전교조' 언급하는 목사 제정신인가?
그런데 아니다 다를까 설교 도중 황당한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난데없이 미국 독립기념사에 들어갈 단어를 기억해 내지 못하는 신도들을 향해 "'전교조'가 제대로 가르쳤어야 한다"는 엉뚱한 소리를 끄집어 내더니 '전교조'를 상당히 비하는 느낌을 주더군요. 이 교회 교인들은 상당히 익숙해 있었던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그러려니, 전교조는 다 나쁜 사람들이고 자신의 신앙을 위해서는 반드시 처단해야할 대상처럼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어제 찾았던 대형 교회 목사에게 전교조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제 기억 속에 전교조 선생님은 뿔 달린 귀신이거나 종북 좌파가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학부형들로부터 촌지를 철저히 거부했으며 아이들을 차별 없이 잘 대우해 주셨던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알게된 전교조 해직 교사 중에는 대단한 신앙을 가지고 계셨던 분도 계셨습니다. 이메일 주소에 'GOD LOVE' 를 삽입해서 사용할 정도로 자신의 신앙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기독교적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셨던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대형 교회 목사 정도 되는 분이 전교조를 마치 '마주할 수 없는 자' 내지는 '악의 축'인 것 마냥 이야기하는 것이 상당히 듣기 거북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사석도 아닌 예배 설교 시간에 '전교조' 운운하는 목사님이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여겨졌습니다.
▲ 독실한 종교인 되기 이전에 상식적인 사람이 되라
전 최소한 종교에 귀의한 사람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넘어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지에 오르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의 영혼과 정신과 마음을 보듬어 주고 올바른 신앙의 길로 인도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것도 안되면서 목사가 되는 것은 그냥 직업인이지 종교인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가 병들고 아픈데도 불구하고 종교가 제대로된 치유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타락한 직업 종교인들이 참 목회자인 것 마냥 행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제도 교회 안은 빼곡하게 젊은이들이 자리를 메웠습니다. 그들은 아직 어리고 하여 목사님의 이야기를 귀를 쫑긋하고 듣더군요. 그리고 어제 이 교회에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위해 기도를 하자고 했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놓지 못하고 말하려고 하니 무척이나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두리뭉실하게 아주 좋은 단어들과 훌륭한 덕목을 나열하면서 이런 후보가 대통령이 되도록 기도로 준비하자고 하였지만 결국 그들의 속 마음은 문장 속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의 정체성을 지키고' 와 '애국 애족'이라는 표현만 봐서도 이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고 밀고 있는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설교 도중 언급했던 '전교조'라는 단어도 포함됩니다.
▲ 교인은 정치 발언 금지, 목사는 마음대로 정치적 발언?
평소 온화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교회 였기에 이렇게 기술적이고 신사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나 어떻게 보면 노골적으로 여당 지지하는 정치 목사들보다 더 고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여러 문장 속에 자신들의 본래 뜻을 숨겨 놓았기 때문에 나중에 누군가 문제를 삼는다 하여도 빠져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였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목사에게 눈이 홀린 젊은 개신교 청년들을 뒤로 하고 교회를 빠져나왔습니다. 목사가 교단에 서서 전교조,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 애국 애족, 이런 것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정치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웃긴 일이죠? 평소 이 교회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언급하지 말자는 매우 세련된 형태의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 대선 후보 TV 토론에 또 등장한 전교조
이런 황당함을 가지고 대선 후보 TV 토론을 보고 있는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또 '전교조'를 언급하더군요. 서로 짜기라도 한 것일까요? 종교적 지도자와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대선을 앞두고 정말로 나라를 사랑하고 위하는 방식이 겨우 '전교조'를 상기시켜 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오려는 네거티브가 고작이라는 것입니다.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묻습니다. "전교조와의 관계가 깊으시다면서요?" 문재인 후보는 답합니다. "그게 무슨 문제인데요? 전교조가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좋은 정책도 있었고 현실 적용이 어려운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도리어 되묻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왜 전교조와 전혀 관계가 없으신 겁니까?" 라고...
전 어제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의 여러가지 잘못된 점 중에서 이 대목이 최악의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국민을 위한 정책 선거가 아닌 전형적인 네거티브인 것입니다.
전교조는 단체일 뿐입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고 또한 여러 다른 생각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전교조는 가까이해서는 안될 금기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전교조 선생님 하나가 북한에 식량을 나눠주자고 하면 종북이 되고, 전교조 선생님 하나가 실수를 하면 악마가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한국 보수들의 상식 수준인 것입니다.
박 후보는 그러한 네거티브 기법을 문재인 후보에게 씌우려고 했습니다. 전교조와 친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후보는 종북주의자 내지는 개신교도들에게 악마의 세력으로 까지 인식시켜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어제 문재인 후보는 상식을 이야기 했습니다 .전교조의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구분하고 잘 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함께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수호 선거 캠프 출처]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이수호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까지 이 네거티브 싸움을 키우려는 작정하며 달려들었습니다. 그 순간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는 '전교조'와 '이수호' 이 두 키워드가 상위권에 올라오더군요.
▲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가장 큰 차이 : 이념을 뛰어넘는 통합의 가치
저는 이 대목에서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확실한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현재 이수호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예전 전교조 위원장 경력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후보와 이수호 후보 모두의 이미지 추락을 꾀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는 일타이피의 전략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박근혜 후보는 반대 편과는 손을 잡을 의사가 전혀 없는 불통의 정치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설사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 해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만나고 손을 잡을 수 있는 '통합'의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교조 아닌, 더 매도당한 단체 내지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나아가겠다는 성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문재인 후보는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이수호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수호 후보 역시 문재인 후보가 말하는 새 정치에 공감하면서 새로운 정부와 함께 하는 서울시 교육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직을 사퇴함으로써 힘을 실어준 안철수 전 후보의 가치 또한 '통합'이었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이수호 후보는 상대 문용린 후보 진영에서 판에 박은 듯한 전교조 종북 네거티브 공격에 대해 대응을 자제하고 진정으로 서울시 교육이 어떻게 하면 제대로 설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교사, 학교, 정부, 학생 모두의 마음을 한데 묶는 '통합'의 가치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투표권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정책도 없고 내용도 부실한 후보들이 꼭 '전교조', '종북좌파'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한국 교육에 암적인 존재는 전교조가 아니라 부패한 교육 행정 관료들과 촌지나 강요하면서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함량 미달 교사, 학생보다는 돈에 눈이 먼 일부 사학재단 입니다. 이들에게 상처 입고 비뚫어져 나간 학생들이 더 많지 전교조 선생님에게 상처 입는 학생이 얼마나 된다고 전교조를 흑색 선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입니까?
▲ 대통령은 문재인, 서울시 교육감은 이수호 지지
저는 그래서 이번 12월 19일 선거에서 대통령은 기호 2호 문재인, 서울시 교육감은 기호4번 이수호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 왜냐구요 이들은 이념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생각이 다른 상대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통합'의 가치를 아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상대편은 '전교조' '종북' 이라는 이념적 프레임으로 상대를 흠집내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대통령과 서울시 교육감이 된다면 또다시 이념 대립은 계속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서울시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부디 잘 따져보고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념'을 어떻게 사용하는 후보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고 서울시 교육을 건강하게 만들지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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