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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대안언론 추진, 48%만의 언론이 되어서는 안된다

2013년이 되면서 커다란 변화 중에 하나는 TV가 아날로그 송출을 멈추고 디지탈로 변화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부모님 댁에 가보니 화면 한가운데 비추던 디지털 전환 안내 문구가 사라지고 선명하게 TV가 잘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채널을 돌려보니 공중파 방송에 추가하여 케이블 채널 몇개가 잡히더군요.


홈쇼핑 채널과 종편 4개,그리고 TVN이 우리 집 텔레비젼에 전파가 잡히고 있었습니다.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아파트는 개별 TV를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동마다 달려 있는 안테나를 작업하여 한꺼번에 디지탈로 전환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기술자가 아니어서 자세한 것은 모르나 지상파 디지탈 방송과 케이블 몇개 채널을 공짜로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추천 꾹><손바닥 꾹>



[디지탈 전환 홍보대사 소녀시대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 TV 디지탈 전환과 함께 들어온 종편 채널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기더군요. 평소 동네 친구분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불타는 반공의식과 야당은 빨갱이라고 주장하시던 아버지께서 종편 채널을 끼고 사시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방에서 기존 TV로는 드라마를 보시면서 자그마한 모니터 TV로 종편의 정치 관련 뉴스를 열심히 보시고 계셨습니다.


평소 우리 아버지는 안철수도 빨갱이라고 주장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안철수가 어떻게 사업가이지 빨갱이냐고 여쭈면 갖가지 근거를 제시하면서 안철수는 역시 빨갱이라고 결론을 내리시곤 하십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아버지 뒤에는 나름대로 논리와 근거를 조작하는 무리들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결국 우리 집 식구 중에 유일하게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분이 되셨습니다. 이런 아버지에게 종편 채널은 너무나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이 되었을 것입니다 . 이것은 마치 제가 나꼼수나 뉴스타파를 들으면서 느꼈던 희열과 비슷한 수준의 기쁨이되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아파트 관리소에 전화를 걸어 원래대로 지상파 방송만 나오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동네에서 유난 떤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참고 집을 나왔습니다. 어쩌면 다음에 아버지를 뵙게 될때는 종편에서 활개를 치는 정치평론가들의 그 되도 않은 소설을 근거로 아버지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더군요.




[국민티브이를 추진 중인 나꼼수 출처 : 나꼼수 팬 카페]




▲ 참담한 한국의 언론 상황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 상황은 매우 참담합니다. 지상파는 괜찮냐구요? 종편 보다는 낫지만, 비교 대상의 수준이 너무 낮은 것이지, 예전 군사독재 시절의 '대한늬우스~' 수준과 비슷합니다. 아십니까? 예전에는 영화 한편을 보기위해 일어나서 애국가를 불러야 했고, 대한뉴스라는 관영뉴스를 봐주어야 했습니다. 그 당시는 그것이 애국의 길이라고 국민들을 선동했지요.


대선 패배 이후 원인 분석 결과 공정성을 잃은 언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대안언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것은 마치 87년 대선 패배 이후 한겨레 신문이 탄생했던 때와 많이 흡사합니다. 


해직 언론인을 중심으로 작년에 탄생했던 뉴스타파의 법인화와 업그레이가 진행 중에 있고 나꼼수를 중심으로 국민티브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현재 자발적 기부자가 25,000명(연말기준)을 넘어서서 한국의 <프로퍼블리카>를 지향하며 인력과 장비를 늘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국민티브이는 나꼼수 맴버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뉴스타파가 뉴스 중심의 미디어라면 국민티브이는 하나의 방송 채널로 기획되고 있다 합니다. 뉴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되어질 것 같습니다. 








▲ 대안 언론, 정작 봐야할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면


뉴스타파의 진화, 국민티브이 설립 모두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정작 봐야할 사람들이 볼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입니다. 사실 뉴스타파나 나꼼수는 찾아서 보는 미디어 였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다운을 받거나 해당 사이트를 찾아가야지만 볼 수 있는 방송이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의지가 없다면 볼 수 없는 콘텐츠라는 것이죠.


처음에 등장하였던 우리 아버지를 예로 들면, 해고 언론인이 만든 뉴스타파, 나꼼수가 주축이된 국민티브이 모두가 좌빨 방송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런 가능성 이전에 스마트폰,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아버지가 대안 언론을 자발적으로 보실 수 없을 것입니다. 


즉 정작 보셔야 할 분들은 보지 못하고, 안 봐도 되는 사람들(투표 꼭 하고,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명백히 아는 사람들)만 보면서 자기 만족하는 언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대안 언론이 미디어로서 사회의 진실을 밝히는 등불이 되려면 종편이 디지털 전환과 함께 우리집에 침투한 것처럼 누군든지 우연하게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플랫폼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니라 다운 받고, 회원 가입하는 절차가 생긴다면 결국 이번 대선에서 48% 안에 드는 사람들만 즐겨보고 기뻐하는 방송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려면 지상파나 케이블 진출을 노려야 할텐데 방송의 문제는 인허가와 관련한 권력을 잡고 있는 자들에게 있었기에 허가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 모두가 볼 수 있는 대안 언론에 대한 고민


대안 언론, 현 시점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사회적 전파력에 대해서는 좀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끼리,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우리만의 방송을 보면서 즐거워 했지만 결국 선거에서는 패배하게되는 착시 현상에 빠질 수 있는 트로이 방송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안 언론의 논의는 지금도 진행 중에 있으니까 앞으로 더 좋은 의견, 아이디어가 나와서 언론은 진실만을 다룰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